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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olang Oct 02. 2019

드디어 내 집 1. 전셋집 이야기

전세로 시작한 신혼집에서 셀프 인테리어까지 내 집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다



6년의 연애 끝에 2017년 결혼한 우리는, 첫 집을 전세로 시작했다.

모아놓은 돈이 넉넉지 않았고, 그때 당시에는 억 단위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는 것이 무섭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서울 변두리의 30년 된 아파트에서의 전세였지만, 내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에 집을 가진 것처럼 든든하고 행복했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전셋집에 도배와 벽지는 주인이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신혼집이기도 하거니와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것보다는 돈을 조금 쓰더라도 내가 마음에 드는 것으로 하는 것이 나았다.

처음 집을 보러 갈 때에는 몰랐는데, 잔금을 치르고 빈 집으로 들어가니, 샷시도 타일도 30년의 세월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밤에 봤을 때에는 몰랐던 단점들이 밝은 대낮의 햇살을 받으니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수도 없이 바뀌었을 세입자들의 이사 횟수를 보여주듯 쭈글쭈글한 샷시 틀과,

물때 쌓인 베란다와 문짝들, 옛날 집을 대표했던 에메랄드 빛 현관문에 붙여 둔 두꺼운 바닥장판은 또 뭔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중에 조금씩 이사 경험이 생기면 집 보는 눈도 더 높아지겠지..




신혼집이라 식 전에 집 계약 날짜를 잡아서 아직 시간적인 여유는 있었다.

마음을 다 잡고 우선 페인트 가게에 가서 페인트와 롤러를 사 왔다.

낡은 문이며 문틀까지 새하얀 친환경 페인트로 칠해주었다.

신혼집이라고 친정엄마와 아빠가 청소와 페인트칠을 도와주셨다.

오랫동안 묵었던 때들도 주부 백 단 엄마의 손을 거치니 반짝반짝 빛이 나기 시작했다.

아빠의 도움으로 다용도실까지 하얀 페인트 옷을 입고 나니, 그나마 연식이 오래되어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다음으로 벽지와 장판을 했다.

인터넷에서 나온대로 방산시장 벽지 가게 3군데와 집 근처 인테리어 가게에 가서 견적을 받았다.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A/S를 위해 집 근처로 계약을 했다.

실크벽지며 합지벽지며, 장판과 마루, 굽돌이까지 아는 단어가 하나도 없었다.

하나하나 미션을 해결해가며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느낌이었다.

벽지를 하는 날 시공하시는 분들께 드릴 음료수를 사들고 찾아가 보기 싫었던 꽃무늬 벽지와도 안녕을 했다.



벽지와 장판을 하고 나니, 눈에 거슬리는 것이 또 보였다.

바로 오래된 조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은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하고, 나도 자그마한 공방을 하고 있었다.

공방도 셀프 인테리어로 조명까지 달았고, 원하는 인테리어로 채워간 지 6년 차.

남편은 매일같이 헌 집이 새 집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았으니, 더 못마땅한 부분도 많았을 거다.


그 길로 바로 조명을 사서 베란다부터 현관까지 모든 등을 싹 갈아주었다.

주방에는 꼭 내가 하고 싶었던 로즈골드 레일등을 달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싱크대며 화장실도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많았지만, 내 집이 아니니 여기까지로 만족하자고 마음을 접었다.

가구와 가전도 새로 들이고, 하나하나 신혼살림을 위한 택배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 여기가 내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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