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독일 유학을 고민하고 있다면
독일이라는 나라 그 자체에 대한 매력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바로 등록금이 없거나 거의 무료에 가깝다는 이유였다. 나 뿐만 아니라 실제 대다수의 유학생들이 독일 유학을 선택하는건 금전적인 이유가 크다.
작년에 낸 첫 학기에 등록금은 대략 310유로 정도였는데 당시 환율로 47만원 정도 였다. 이 금액은 명목상 등록금이지만, 학기 동안 독일의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Semester ticket에 대한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한달 49유로인 도이칠란드 티켓을 6개월 동안 이용할 수 있으며 그 외에 추가적인 비용은 학교 행정 서비스에 대한 비용 이라고 보면 될것 같다. 결국 나의 경우 순수하게 수업을 위해 지불하는 건 없었다.
물론 전공과 지역에 따라 일부 등록금을 받고 있는 대학도 있지만 이마저도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므로 여전히 독일은 가난한 유학생들을 위한 나라가 맞다. 만약 1년 동안 영국이나 미국에서 유학을 했더라면 기본 등록금으로 최소 2천만원 이상은 깨졌을 것이다. 그 외 생활물가 자체가 독일에 비해 높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1.5배 이상의 자금이 필요 했을 거다
그럼 학비를 제외하고 독일이 유학하기에 매력적인 나라인가?
1. 치안
30년동안 한국땅에 살면서 치안에 대한 걱정은 특별히 한적이 없을 정도로 동북아시아는 전반적으로 치안이 좋다. 독일의 경우 조그만 소도시에서 부터 프푸, 베를린 등 대도시의 밤거리를 겪어본 결과 새벽이든 밤이든 특별히 불안한 적이 없었다. 대도시의 경우 새벽에도 북적거리는 인파 때문에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느꼈고 소도시의 경우에도 인적이 드물긴 하지만 여자 혼자 돌아다니기에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실제 랭크를 보면 독일은 전세계 15위 정도의 치안 수준을 유지하며 유럽 기준에서는 10위정도 이다. 사실 모든 기준에서 안전하다고 취급 되는 국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유럽 국가, 동북아시아, 캐다나, 호주 뉴질랜드 정도랄까?
출처: world poluation review
남미, 미국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독일이 매우 안전한 나라에 속한다는 걸 또 한번 느낄 수 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대다수의 남미 국가들의 치안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데, 학부모들은 트래피킹 때문에 여유가 되는 경우 전용 기사를 두거나, 우버를 보낸다. 밤늦게 일부 관광지를 벗어날 경우 소매치기에 의한 위협은 아주 흔하다. 실제 라틴 아메리카 출신 친구들중 독일로의 유학이나 이민을 온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대대손손 부자라서 독일에 집이 몇 채 있거나 혹은 자국에서 희망을 찾지 못해서 온 경우. 칠레에서 온 디에고는 자국에서 느끼는 불안감의 정도가 남다르다고 했으며 자기는 평생 일상에서 불안을 견디며 살 수 없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비록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한다는 막막함에도 불구하고 독일 이민을 결정했고 전혀 후회하지 않는 다고 했다. 반면에 멕시코 출신 클라우디아는 어릴 적 마드리드의 독일 학교를 다니면서 독일어를 마스터 했고 독일에 소유한 집이 몇채나 있는 Silver spoon 이었다.
사회주의 블럭에 속하는 쿠바를 제외한 남미 국가의 소득 격차는 더이상 좁혀 질 수 없을 정도로 가시적이다. 높은 성벽을 세우며 개인 가드가 있는 상류층과 하루하루 마피아나 갱의 위협으로부터 생존해서 사는 평범한 이들의 대조되는 삶. 몇 해 전 이대 근처 재개발되던 p 아파트 단지가 생각난다. 우뚝 솟아 있던 20억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아파드 몇채와 굽이 굽이 언덕에 흩어져 있는 구옥들. 한국은 class fighting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마 10년 안에 더 이상 fighting이 불가능 할 정도로 계급이 고착화 되지 않을까. 조금씩 닫히고 있는 중산층으로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치열하게 사다리를 올라가고 있는 사람들의 고군분투하는 얼굴들이 스쳐 지나간다.
Rubens의 the fall of the damned
불현듯 떠오르는 루벤스의 지옥도.
2. 다양성
독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이민자 그룹은 단연 터키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 3세대 이상 독일에 자리를 잡은 터키인들은 독일 경제에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독일인들과 동일선상에서 모든 걸 시작하느냐. 그건 아니다. 여전히 외모 및 말투로 구분 가능한 특성 때문에 할아버지 세대부터 독일에서 나고 자랐다 해도 여전히 독일인인지 질문 받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만난 한 남부 출신 독일인은 독일만큼 다양성이 공존하는 나라는 얼마 없다며, 미국에서 학교 및 사회에서 분리되는 블랙 아메리칸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냐면서. ㅎㅎ 우리는 여기에서 나고 자란경우 독일인이라고 간주한다. 라고 하지만, 당신이 racist가 아니라고 해서 이 나라가 완전히 오픈된 사회라는건 아니지.
독일 직장에서는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은 glass ciling이 존재하며 단순히 백인이라서, 독일어가 유창하다는 이유로 어느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고 하더라도 채용되거나 승진하는 경우가 흔하다. 자국민 benifit을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뛰어나게 엘리트 집단에 속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여전히 비백인에 대한 완벽한 장벽이 존재하는 나라다.
베를린의 경우 전체적으로, 동유럽 및 우크라이나,러시아, 북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런던, 파리와 같은 대도시에 비해서는 유색인종들이 현저히 적다. 아시안도 확실히 적지만 그건 그냥 선호도가 낮아서인 이유도 있을 거다. 그리고 베를린은 독일이 아니라는 독일친구들의 말마따나, 남부 독일만 가더라도 여전히 대놓고 인종차별을 하는 독일인들이 많다. 독일 친구 leon은 부모님 및 형제들 (백인) 과는 달리 유달리 블랙 헤어가 눈에 띄는데 한번은 버스에서 왠 할아버지가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다짜고짜 소리지른 적이 있다고 했다. 아니 여기가 내 나라인데 어디로 돌아가라는 거에요. 나 독일인이에요. 라고 항변했지만, 아니 너 독일인 아니잖아. 거짓말 하지마라고 대꾸했다고 했다. ㅎㅎ 이 얼마나 웃픈 이야기인지.
여느 유럽 국가중에서도 이민자 비율이 높지만 Afd(독일의 극우정당)의 기세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반이민자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민자를 받아들이기만했지 그들이 잘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이 있었느냐 하면 그건 별개의 문제다. 즉, 겉으로는 다양성이 높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글쎄'라는 게 현재까지의 인상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미국 및 유럽의 대도시와 비교 해서이지, 객관적으로 다양성이 높는 나라는 맞다.
화장실에서 쉽게 볼수있는 anti afd 스티커 ㅎㅎ
3. 생활 난이도
외국인으로서 독일에서의 생활 난이도는 개인 기질과 출신 국가에 따라 천차만별 일 수 있다. 다만 초고속 서비스와 공공 와이파이에 익숙한 한국인으로서 독일에서의 삶은 답답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관료주의로 유명한 독일은 모든 것이 예약(Termin)으로 돌아간다. 거주지를 옮기면 2주 이내에서 신고를 해야하는데 그 약속을 잡는게 하늘에 별따기 이므로 약속을 사고 파는 시장도 있다. 모든 병원 진료, 공공 서비스는 이 약속을 기준으로 돌아가며 당장 아프다 해도 한국처럼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게 아니다.
신용 카드를 만들 경우 최초 비밀번호를 우편으로 보내줘서 우편함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줘야 한다. 또 기차는 얼마나 자주 지연되는지, 왜 택배는 항상 우리집으로 오지 않고 아무 통보 없이 어딘가에 짱박혀 있는지..한국인으로서 독일 생활 난이도를 평가하자면 꽤나 높은 수준이라고 답할 수 있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고객이면 응당 이정도는 해줘야지 하는 진상들도 덜하다. 서비스 제공자가 항상 어느정도 갑의 위치에 있달까ㅎㅎ 이에 관해서는 독일의 노동권 편에서 더욱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4. 졸업 후 정착하기에 유리한가?
전적으로 내가 어느 분야에서 일하는 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computer scientist, ux designer등은 대체적으로 직업 허가를 받기 유리하며 blue card를 신청할 수 있는 특별 직군이 정해져 있다. 혹은 의사 간호사 같이 의료계 종사이거나, 독일에서 labor shortage를 겪고 있는 제조업, 티칭 종사자일 경우 취업 후 정착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말로 먹고사는 직업군은 어느 나라를 가든 정착이 힘든건 맞다. 현지인 만큼 이 나라 언어가 익숙해지는건 최소 몇 년이 걸리는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베를린의 경우는 영어를 메인으로 사용하는 회사가 많아서 프로덕트 매니저나 마켓팅 종사자들도 취업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외에 타투이스트나 예술직군들도 수요 자체가 많다보니 나를 팔수 있는 준비만 되어 있다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만큼 중요한것이 인맥관리와 sns관리인건 말하면 입아프다.
5. 졸업장 자체가 주는 메리트가 있는가?
이건 안타깝게도 한국 기준으로 밖에 말할 수 없는데 한때 리쿠리팅 유경험자로서 일부 독일의 이공계 대학 졸업자들은 한국의 대기업 및 연구소에서 미국 대학 졸업자 만큼이나 유리하다. 하지만 mba등 경영 분야나 일반적인 학계 기준으로 여전히 영미권 국가의 졸업장의 가치가 우세하며 독일에서 학위 하나 땄다고 해서 한국에서 내 커리어가 up되는건 아니라고 본다. 애초에 채용 트랜드가 구체적인 경험 위주로 많이 바뀌다 보니 현재 진행중인 사업이나 프로젝트에 바로 투입될 수 있을 정도로 사전 지식이 있는지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럽 대학들은 우리나라 처럼 순위가 의미 없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독일인들 사이에서 잘나가는 대학이 정해져 있고 특정 대학 출신 졸업자들은 취업이나, 학계 진출에 확실히 유리하다.
철저히 개인 경험을 토대로 작성되었으나 구글링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는 걸 보니 나름의 보편적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