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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레티아 Aug 10. 2021

여러분들의 걱정을 덜어줄(?) 코로나 백신 후기

모더나 1, 2차

며칠 전 모더나 백신 2차 접종을 끝냈다. 의과대학생이라서 의료 실습생으로 분류되어 미리 맞춘 것 같다. 사실 나는 백신을 맞기 전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B형 간염, MMR 등 다양한 백신을 맞아왔는데 너무 멀쩡했었기에 이번에도 비슷하겠거니... 싶었다. 물론 mRNA 백신은 처음이지만 그래도 뭔가 근거 없는 자신감(?) 그런 게 있지 않는가. 

그리고 진짜로 별 문제가 없어서 쬐끔 억울하다.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2차 접종 후 많이 아팠다. 난 백신 맞고 일상생활을 잘했다. 내가 별종인가, 인터넷을 찾아보니 진짜로 나 같은 케이스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인터넷은 전체 인구집단을 대표하지 못한다. 어쩌면 부작용이 없는 사람들이 글을 안 써서 부작용이 더 많아 보일 수도 있다. 

뭐가 진실이든, 이 글은 백신을 맞기 전에 걱정이 많아서 백신 후기를 열심히 찾아볼 여러분들을 위해 '이런 사람도 있어요~'하고 소개하기 위한 글이다. (재미를 위해 일상 이야기를 좀 많이 적었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데, 당신이 어떤 분류에 속할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비슷한 부류이기를 빌어본다.


<모더나 1차>

첫째 날(7/9): 새벽에 듣고 싶은 웨비나가 있어서 2시 반에 잤다. 아침 11시에 백신을 맞으러 오랬는데 아침밥은 먹어야 하니 9시쯤 일어난 것 같다. 백신은 왼쪽 상완에 맞았다. 팔 근육이 아파서 움직이기가 어려웠지만 어차피 오른손잡이라서 별 상관없었다. 점심은... 뭐 먹었더라? 오후에는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하는 매파톤 봉사활동을 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다음에도 할까 고민 중이다. 저녁에 친구들과 수육을 먹으러 갔다. 맛있었다. 산책을 하고 싶은데 날이 더워서 공원 나무 그늘 밑에 있었다. 

둘째 날(7/10): 하루 종일 토익공부를 했다.

셋째 날(7/11): 토익 봤다. 문제 다 풀고 나니 시간이 많이 남아서 좀 불안했다. 내가 제대로 풀긴 한 거지...? 고사장까지 갈 때는 버스 탔는데 돌아올 때는 걸어왔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길래 지도를 보니 대략 3.3km였다. 저녁에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수다 떨었다. 이날까지는 팔 근육이 조금 아팠던 것 같다.

넷째 날(7/12): 이불 빨래했다. 물론 세탁기와 건조기가 다 했다.

(중략)

일곱째 날(7/15): 왼쪽 겨드랑이에 통증이 있다. 림프절이 부었나 확인을 해 보기 위해 거울도 보고 만져도 보았는데 육안상 별 문제없었고 촉진상 만져지는 것이 없었다.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었다. 마트 갔다 돌아오는 길에 무지개를 보았다.

여덟째 날(7/16): 겨드랑이 통증이 남아있지만 많이 괜찮아졌다.

아홉째 날(7/17): 정말 멀쩡하다. 친구랑 등산을 갔다. 오랜만의 등산이라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게 느껴졌지만 정상은 찍었다.


<모더나 2차>

첫째 날(8/6): 역시 주사를 맞고 나니 접종 부위에 근육통이 생겼다. 약속이 있어서 영화를 보고, 안양천을 걸었다. 걷다 보니 지하철 다음 역이 등장했다. 지도를 보니 4.2km를 걸었다고 떴다. 가끔 생각해보면 난 진짜 많이 걷는 것 같다. 기숙사에 돌아와서 밤에 배구를 보려다가 1세트 지고 있는 것을 보고 쫄려서 못 봤다. 잘 때는 왼쪽 팔의 근육통 때문에 잠자리가 불편해서 그런가, 악몽을 꿨다. (영화 때문인가 고민도 했지만 영화는 무섭지 않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악몽의 원인은 아닌 것 같다.) 계속 뒤척이다가 약기운에 졸려서 자야겠다, 싶어서 타이레놀을 먹었는데 다시 누워서 생각해보니 타이레놀은 졸린 성분이 아니다. 젠장, 1세대 항히스타민제였어야 하는데. 그나저나 아세트아미노펜의 작용원리는 뭐더라? 과량 섭취 시 부작용 밖에 기억이 안 나네... 그러면서 오히려 잠이 더 깨버렸다. 휴대폰으로 찾아볼까 생각했는데 빛을 보면 잠이 더 깰 것 같아서 꾹 참았다. 다행히도 타이레놀 때문인가, 좀 있다가 움직여보니 팔의 통증은 나아졌다.

둘째 날(8/7): 오전에 온라인 특강이 있어서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었다. 그런데 첫 수업은 너무 졸렸고, 두 번째 수업은 발표자 측에 문제가 있어서 일찍 끝났다. 그래서 점심밥을 일찍 먹었다. 밥 먹고 좀 뒹굴대다가 같은 동네인 친구네 부모님 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집에서 좀 뒹굴대다가 저녁 먹고 산책 나갔다.

셋째 날(8/8): 쪽파 심었다. 갈퀴질 하면서 든 생각이, '아 그냥 아프다고 그럴걸'. 하지만 접종 부위 근육통도 사라진 상태이니 뭐라 뻥을 치겠는가. 가을에 파전해 먹어야지. 안 자라기만 해 봐라.

넷째 날(8/9): 토마토로 토마토소스 만들었다. 불 앞은 역시나 덥다.

다섯째 날(8/10): 여우비가 내려서 심심한 관계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접종 부위 근육통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으니 꼭 왼손잡이는 오른쪽에, 오른손잡이는 왼쪽에 주사를 맞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한다면 타이레놀을 먹는 것이 좀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 이상 나의 글이 여러분의 걱정을 좀 덜어줬으면 한다. 주변 친구들을 보니 내가 별종 같기도 하지만 (일단 평소에도 4~5km를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다닌다는 점이 별종이라는 의견도 있다) 어쨌든 100%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과한 불안감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마음을 좀 편하게 가졌으면 좋겠다. 세상 살면서 스트레스받을 일이 많은데, 백신으로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건강에 더 나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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