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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레티아 Oct 01. 2024

중간 휴식: 덜 피곤한 하루를 위해

달마사~노들섬~용산역

며칠 전에 흑석동에 갔다 와야 하는 일이 생겼다. 

한 5분이면 되는 일이었는데, 문제는 거기까지 가는 것이 무려 편도 1시간 반 거리였다는 것이다.

5분을 위해 왕복 3시간을 태운다...는 것은 너무 아깝다.

그래서 근처에 볼 거리가 있는지 검색해 보았다.

날이 워낙에 좋았기 때문에 탁 트인 풍경을 보고 싶었고,

'달마사를 들렀다가 한강으로 걸어가 노들섬 들렀다가 용산역으로 올라가서 구경 좀 하며 되겠다!'

...라는 최소 5km짜리 계획을 세웠다.

혼자 가면 외로우니 집에서 쉬고 있는 엄마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길을 나섰다.


그 날은 엄청 선선한 날이었다.

하늘도 파랗고 정말 예쁘다는 마음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하지만 바보같이 눈 앞에서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달마사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늘 그렇지만, 대부분의 절은 산이나 언덕에 있고,

파랗고 예쁘다 감탄했던 하늘은 태양빛을 가리지 못하는 나쁜 하늘이 되었고

선선했던 날씨는 역시 이번 여름이 하도 더워서 든 착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달마사 위쪽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

걸어내려오는 길은 조금 무서웠다.

발목이 약하고 자주 삐는 사람이라, 내리막길에서 주의하지 않고 대충대충 걷다보면 십중팔구 삐기 때문이다.

다 내려와서 한강쪽을 따라서 걸어가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좀 되었다.

작은 물병 하나만 챙겨왔는데, 중간에 편의점도 없고...

그래서 한강대교를 건너기 시작했을 때 너무 신났다.

드디어! 노들섬에 도착하는구나!

그렇게 노들서가에서 잠시 쉬었다.

잠시, 라기엔 책 하나를 다 볼 정도로 쉬었다.

이후 용산을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집에 왔다.


분명 산책할 때만 해도 귀가 후 뻗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돌아오니 생각보다 쌩쌩해서 다른 작업도 할 수 있었다.

중간에 쉬어서 그런가?

늘 쉬지않고 열심히 살아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빨리 지친다.

최종적인 하루가 덜 피곤하기 위해서는 중간 휴식을 취해야 할 것 같다.

하루가 널럴해 아쉬운 날에 오늘 너무 한 게 없다며 죄책감이 가끔 때도 있지만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한 쉼의 날일테니,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야겠다.


p.s. 집에 와서 체력이 남을 줄 알았으면 좀 더 쉬고 용산 구경하고 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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