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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이 Sep 26. 2021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

??? <나나>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과 대국을 벌였을 때,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를 보였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자의식'이다. 알파고는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다. 알파고는 자신이 바둑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저 눈앞의 문제를 풀 뿐이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결정적 차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우리도 때론 인공지능처럼 살아가곤 한다. 대학입시 때문에, 취업 때문에, 승진 때문에, 이런저런 사회적 의무 때문에 눈앞의 과제에만 집중하며 앞만 보고 달려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현실 자각 타임이 찾아와 스스로를 돌이켜 본다. 거울 속 나의 상태는 마치 혼이 나간 모습 같다.

<나나>의 두 주인공 '한수리'와 '은류'는 정반대의 이유로 영혼이 빠져나오게 된다. 하나는 삷에 너무 집착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삶에 너무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일주일 내로 육체를 되찾지 못하면 수리와 류의 영혼은 선령을 따라 저승으로 가야 한다.

모범생인 수리는 타인들에게 인정받길 꿈꾸며 부단히 공부하고 SNS 속 삶까지 꾸민다. 수리는 자신이 원해서 그렇게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타인들의 시선에 따라 욕망할 뿐이다. 자신을 거부하는 육체 수리를 보며 영혼 수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지금껏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왔을까?'

불치병에 걸린 동생을 둔 류는 동생에게 많은 것을 양보하는 삶을 살아왔다. 동생이 죽은 이후로 류의 엄마는 깊은 우울에 빠지고, 류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마치 자신 때문에 동생이 죽고 엄마가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류는 괴롭다. 자신의 욕망을 숨기거나 포기하며 지내온 류에게 삶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있지 않다. 이런 류에게 필요한 건 '솔직함'이다. 자신의 마음과 욕망을 들여다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솔직함.

흔히들 '진정한 나를 찾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나'가 정말로 존재할까? 어찌 보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진정한 나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수리처럼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기도 하고, 류처럼 자기 감정을 외면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다시 '나'를 찾으려는 노력을 되풀이한다. 마치 수리와 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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