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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욱 Aug 11. 2019

아들-편지(1)

[지난 일기] 2018년 09년 04일의 일기

[지난 일기] 2018년 09년 04일의 일기



아들-편지(1)


그러니까. 내가 대학교 1학년이던 어느 날이었을 테다. 지금보다 한 뼘 더 천둥벌거숭이였을 어느 날에 아버지는 내게 메일을 보내셨다.


퇴근을 앞두고 갑자기 지난 메일을 정리하다가 아버지가 보낸 메일을 읽게 됐다. 이제는 조금 희미해진 아버지의 모습이지만 어떤 표정으로, 어떤 목소리로, 어떤 마음으로 큰 아들에게 저 이야기를 하려 했을지 상상이 됐다.


큰 아들인 내게 아버지는 엄한 사람이었다. 어릴 때는 무서웠고, 갓 성인이 된 저 즈음엔 어려웠고, 대학교 졸업을 앞둘 즈음엔 작아 보였다. 그리고 지금은 안타깝고 그립다.


스무 살에 외박을 하고 걱정을 끼치던 큰 아들은 스물아홉이 됐다. 저 땐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즐거운 일이 많았다. 어른의 지혜보다는 또래의 철없음이 소중했다.


‘아들-편지(1)’을 열어보지도 못했다. 아버지의 편지가 하나도 귀찮지 않은 나이가 됐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는다. 저걸 읽어버리면 더는 누구에게도 기대서는 안 될 것 같다.


2009년, 아버지의 바람은 아마 지금도 유효할 것이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지금의 내가 건강하고 건전한지는 잘 모르겠다. ‘부디’ 당당하고 반듯하기를 바라는 마음만큼 잘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아들-편지(1)’을 열어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아버지를 귀찮아하지 않고 오히려 아버지가 참 많이도 필요한데... 편지(2), 편지(3)은 끝끝내 받지 못한다. 아버지가 진심으로 보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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