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인가?
병은 소문을 내라고 했던가?
모친은 살아생전 당신의 건강을 진정 잘 챙기시는 분이었다. 하지만 타고난 신체적 특정으로 40대부터 늘 무릎이 아파 계단 오르기를 힘들어하셨고 노년에는 척추관협착증으로 더욱더 걷기를 싫어하셨지만 미루고 미룬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80세에 하시곤 남은 여생을 고통 없이 사셨다. 좀 더 일찍 할걸.... 하며 후회하셨다. 의료기술도 점점 좋아져 후유증도 없었고 다만 재활운동은 여전히 고통을 수반했지만 모친은 잘 견디셨다. 그래서 내가 가장 많이 알고 들은 건 무릎연골에 관한 것뿐이었을 정도로 모친은 건강체질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 나는 모친과는 다른 체형이라 무릎에는 아직 이상이 없는 편이다. 그리고 병치레도 없는 편이지만 한 5년 전 갑자기 오른쪽 팔을 쓸려고 팔을 뒤로 돌린다든지, 위로 올린다든지 하는 동작을 무심코 하다
" 으악~~"
하고 고함을 치게 된다. 이 무슨 병인고? 승용차 문을 닫다가도 아야야~~~.
그러다가 점점 밤에 자다가 몸을 뒤척일 때 통증을 느끼게도 되었다. 그쯤 같은 증상을 이미 겪은 친구들이 꽤 있었다. 근데 병원에 가면 도수치료를 권하고 또는 초음파치료를 하게 한다. 한의원에 가서 침치료도 한다.
병명이야 오십견이라 하는데 석회질도 어깨에 별로 없고. 원인이 뭐지???
많이 썼기 때문에? 음....... 많이 썼긴 하지. 그런데 많이 안 쓰는 왼쪽 어깨가 먼저 아파했던 친구도 있고.
병원에선 원인에 대해선 자세하게 말해주지 않고 치료에만 열중한다.
내가 이 투병기를 쓰는 이유는 내가 모친에게서 인공관절에 대한 지식을 얻었듯이 내 딸도 오십견에 대한 지식을 한 번쯤 들어 이런 고통스러운 증상에 오면 잘 대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5년 전 오른쪽 오십견은 정말 낫는데 1년 걸렸다. 병원에서 맞은 봉침이 그중 통증을 가라앉히는 데는 최고였다. 정형외과의 물리치료 후 도수치료 등등 다 했지만 특정 동작을 했을 때의 통증은 오래갔다. 기구를 이용한 운동치료를 하다가 보니 알게 모르게 오른팔이 정상적인 활동반경으로 돌아와 있었다.
근데 왼팔은 작년 초 급속도로 통증을 유발했다. 처음엔 오십견이 될 줄 모르고 어깨아래 팔근육이 아파 운동부족인가 싶어 클라이밍을 했는데 통증은 없었다. 클라이밍 후 원형폼으로 팔부분을 마사지해주었다.
하지만 며칠 후 급속도로 어깨 부분에 통증이 나를 힘들게 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아픈 통증이었다.
병원에 갔다. 의사는 진단했다. "오십견입니다. 주사 맞으세요"
왼팔 어깨를 드러내고 초음파로 자세히 살피더니 마취주사를 놓은 후 깊은 바늘 주사를 3차례 찔렀다.
" 3번은 맞아야 통증이 없고요 이 주사는 스테로이드 주사는 아니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래서 며칠 후 한 번 더 그 섬뜩한 주사를 맞았다. 마취 덕분인지 깊이 찌른 주사도 아프진 않았고 통증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며칠 후 또 기분 나쁜 통증이 찾아왔다.
예전에 효과가 있었던 병원의 봉침주사는 이번엔 그전만큼 통증을 줄이진 못해 다니는 걸 그만두었다.
한방병원에 갔더니 젊은 의사가 나의 왼쪽 어깨를 마치 고장된 기계처럼 이리저리 누르고 침놓고 두드리는데 이건 완전 내가 치료 맞다가 기진맥진하게 되는 시술이었다. 역시 젊은 의사는 늙어 보지 않아 그렇게 무리하게 시술하고 교과서대로 치료하는 것 같았다. 도수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 가격이 만만치 않아 그 병원은 더 이상 방문하지 않았다. 통증은 오래갔다. 늘 아픈 건 아니지만 아무튼 기분 나쁜 통증은 밤에 특히 자주 찾아왔다.
참다 참다 다시 정형외과를 찾으니 석회가 약간 있다고 하면서 역시 마취를 하고 주사로 석회를 잘게 부쉈다. 그리고 물리치료. 이 물리치료는 초음파로 다닥다닥, 꿀렁꿀렁하는 정도. 양방한방 병원 다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작년 내낸 병원을 한 10번 정도는 다닌 것 같다. 다행히 실비보험으로 시술비는 충당했지만 도수치료는 2번 정도만 받았다. 그 비용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휴가를 가서 호텔 수영장에서 우연히 수영을 하게 된다. 왼팔의 통증으로 자유형과 배형은 잘할 수가 없었는데 수영한 날 밤에 통증이 약해졌다. 그래서 며칠을 계속 수영을 했더니 점점 통증이 옅어지는 걸 경험한다. 그러고 난 후에도 철봉에 매달리거나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거나는 예전처럼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어깨 돌리는 기구를 사용한 날 밤엔 어깨가 좀 부드러워지고 통증도 약해지는 걸 알기 때문에 매일매일 기구를 사용하려 노력했다. 더 이상 병원순례는 하지 않았다.
이제 1년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다. 문득 통증도 약해지고 기구를 사용할 때도 팔의 근육이 좀 늘어나 오른팔의 동작반경 보다 조금 모자란 정도까지 움직였다. 이제 완치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오십견은 무슨 큰 무리를 해서 생긴 병은 아니다. 후후후 의사도 아닌데 제멋대로 진단한다고 딸은 나를 나무란다. 하지만 2번의 경험으로 이 오십견은 절대 빨리 낫는 증상은 아니다. 오장육부 장기가 아픈 게 아니라 근육이 화를 내고 있는데 쉽게 화를 가라앉힐 순 없고 그래도 조금씩 아픈 팔을 늘리는 운동은 해야 하는 게 맞는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예전 동작반경까지 돌아가거라 생각한다.
머리에 흰머리가 나는 걸 병이라고 하지 않듯이 오십견도 원인을 제대로 진단은 받되 빨리 낫으려고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아플 만큼 아파야 낫는 것인가???
왼쪽팔이 좀 더 자유로워지면 근육운동도 제대로 해 대사증후군에서 벗어나고 싶다.
2024년 6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