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놀란 마음을 달래드리며

2025년 6월 27일 금요일

by 여성예 마음찻잔

마음의 편지


가족이 어려움을 겪을 때,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고민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어제 저녁, 어머니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어요.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하지?" 목소리에는 당황스러움과 두려움이 가득했어요.

60대인 어머니께서 처음 겪는 일이었고, 무엇보다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에 크게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았어요.



급히 친정집으로 운전대를 잡았어요.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전화를 받은 이후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계셨어요.


안전을 위해 계좌를 정리하고 휴대폰도 새로 바꿔야 했죠.

복잡한 절차들을 하나하나 처리하면서 어머니는 계속 한숨을 쉬셨어요.

"나이가 드니까 이런 것도 모르겠네. 정말 바보 같아."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말이 앞섰어요.

"엄마, 왜 그런 전화 받으셨어요? 그런 건 무조건 끊어야 한다고 몇 번 말씀드렸잖아요."

어머니의 표정이 더욱 침울해지는 걸 보고서야 제가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미 충분히 놀라고 당황해하시는 어머니에게 제가 더 상처를 드린 것 같았어요.

위로해드리려고 했는데 오히려 자책감을 더 크게 만든 건 아닌지, 밤새 미안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집에 돌아와서 차분히 생각해보니, 어머니께 필요한 건 해결책이 아니라 위로였던 것 같아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지적이나 예방법 설명이 아니라,

놀란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안아 드리는 것이 먼저였죠.



어머니 세대에게 요즘의 디지털 사기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에요.

평생 선량하게 살아오신 분들에게는 사람을 속이는 그런 악의적인 방법들이 상상조차 어려우실 테고요.

어머니가 속으신 게 순진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신뢰를 바탕으로 살아오셨기 때문인 거죠.



오늘 아침 어머니께 다시 전화를 드렸어요.

"엄마, 어제 제가 말을 너무 성급하게 했네요.

미안해요.

엄마가 놀라셨을 텐데 더 당황스럽게 해드린 것 같아서..."





"괜찮다. 네가 걱정되어서 그런 거 다 아는데 뭐."

어머니는 늘 그렇듯 제 서툰 표현도 너그럽게 받아주셨어요.




"엄마가 잘못한 게 아니에요. 요즘 사기꾼들이 너무 교묘해져서 젊은 사람들도 속는 일이 많아요.

그리고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잖아요. 빨리 알아채고 연락 주셔서 고마워요."

어제 했어야 할 말을 오늘에야 제대로 전할 수 있었어요.



전화 너머로 어머니의 목소리가 조금 밝아지는 걸 느꼈어요.

"그래, 은행 직원분도 요즘 이런 일이 많다고 하더라. 나만 당한 게 아니라니까 조금 마음이 편해지네."



가족끼리도 위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 같아요.

가깝다고 해서, 사랑한다고 해서 저절로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 겪으신 일을 통해 저도 많은 걸 배웠어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드리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요.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더 조심스럽고 따뜻한 말이 필요하다는 것도요.

앞으로는 어머니가 어떤 어려움을 겪으시더라도,

먼저 "괜찮다, 잘 처리할 수 있어, 내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고 말씀드려야겠어요.

해결책은 그 다음에 천천히 함께 찾아가면 되니까요.




오늘의 마음 PT


위로는 문제 해결보다 마음을 먼저 어루만지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가족에게도 더 따뜻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다가가보세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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