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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성예의 마음찻잔 Jun 24. 2024

글을 쓰다보니, 보이는 나

네. 아니요.

어른이 물어보면 네. 아니요. 이것만 대답하는거야. 알았어?


엄마는 어릴적부터 엄격했던 분이셨다. 나는 엄격한 집안에 맏딸이자, 장남의 역할을 해야했다.

그리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엄마가 뭐라고 했지?

"어른이 물어보면 네. 아니요. 이것만 대답하면 돼"


그렇게 자라왔다. 그래서 표현하는 것이 꽤 서툰 어른이 되었다. 여자 중학교, 여자 고등학교를 졸업 후 남학생들이 더 많은 공과대학으로 입학하게 되었다. 굉장히 어색하고 불편했다. 특히, 토론 수업때는 나도 모르게 손이 덜덜덜 떨렸다. 그리고 목소리까지 떨게 되었다. '나'로서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서툴렀다. 자유스럽게 표현하는 동기들을 볼 때면, 알 수 없는 마음이 꿈틀거렸다.

"멋지다.!"


말을 잘 하고 싶어 도서관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책은 읽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책을 쓴 사람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책은 어떤 사람들이 쓰는걸까? 점차 책에서 책을 쓴 사람으로, 그리고 책을 썼던 작가 자체의 삶이 궁금해졌다. 멋진 사람들만 쓰는 거라 생각했던 나의 관념에서 나라는 사람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니, 나는 제법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시를 좋아해 시집을 내겠다며 빈 노트에 시집을 창작하고 국어선생님을 따라다니며 보아달라고 했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시집을 완성했을때 엄마에게 보여주었으나..!

"글쟁이는 밥벌이도 못해! 정신차려!"라는 말을 들었었다.


정신을 차리면 글을 안써야하는걸까?

30대가 된 지금 정신을 차려보니 글을 쓸수록 나를 만나게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글쟁이가 되어보니 글을 쓰는 사람들이 더욱 좋다.


무엇보다 글을 쓰며 기억 속에서 새롭게 만나는 내가 좋다. 속에서 수다스러운 말을 내뿜는 내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면 그걸로 아닐까?


엄마가 다시 내게 묻는다면 이렇게 이야기 할  같다.


"어른이 물어봐도.

네.아니요라는 단어속에 담기에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요."라고.



처음은 서툴게 적었던 한 문장에서 두 줄, 세 줄 글로 써내려갈 때마다 몰랐던 나를 한 칸씩 마주하게 된다.


아! 나는 이런 사람이었었구나. 나에게 공감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나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30대의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 일상이 감사하다.


나는 일상의 순간들이 따뜻한 말로 은은하게 번지는 따뜻한 차처럼 마음에 따스하게  은은히 머무는 글쟁이가 되고싶다.


하루 한잔의 마음찻잔이 되어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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