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게 보내는 열한 번째 편지
나아야 오늘은 미국 독립기념일이야. 보스턴은 영국 청교도 사람들이 처음으로 넘어와 터를 이룬 곳이며, 미국 독립선언서가 쓰인 곳이기도 해. 미국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라고 할 수 있지. 그래서인지 며칠 전부터 여러 가지 행사들로 도시 전체가 들썩이고 있어. 이따 저녁에는 대규모 불꽃놀이 행사도 열린다고 하네.
보스턴에 온 후로 뉴욕은 가봐야지 생각만 했던 곳인데 사진으로 보니 더욱 가고 싶단 생각이 간절해진다. 마천루 빌딩 숲 한가운데 있는 센트럴파크, 잔잔히 흐르는 강물,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타임스퀘어 그리고 재즈 클럽, 브로드웨이 뮤지컬.. 앞으로 리얼한 뉴욕의 모습 기대할게!
많은 돈을 줘도 바로 살 수 없는 명품 시계라니, 드라마에서만 있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현실에서도 그런 게 있구나! 너무 신기하고 재밌다. 나아의 글을 읽고 "명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네.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명품인 걸까? 고급스러운 원단,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진 한정된 수량의 물건이면 명품인 걸까? 명품 이미지와 브랜드 로고가 있다면 명품인 걸까? 글쎄. 잘 모르겠어. 나에게 명품은 세월이 지나도 본 기능을 다하는, 아주 잘 만들어진 물건 정도거든. 이쪽 방면엔 내가 문외한이라...
다만, 늘 평상심을 유지하며 넓고 깊은 아량을 가진, 따뜻하고 친절한 "명품"같은 사람에는 관심이 많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고, 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어제는 남편이 휴무일이라 둘이 MFA(Museum of Fins Art)에 다녀왔어. 나는 도서관 영어수업에서 만났던 지인과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남편은 첫 방문이었어. (하지만 첫 방문인 남편보다 두 번째 방문이었던 내가 더 열정적으로 관람한 듯해)
미국의 3대 미술관 중 하나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작품들이 있고 관리도 잘 되어있어서 누군가 보스턴 여행 코스에 대해 묻는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곳 중 하나야.
미술이나 조각품에 지식이 많지 않은 탓에 첫 방문 때 함께 갔던 지인이 꽤 고생했던 모습이 기억나. 나는 덕분에 그리스, 로마 예술부터 인상파, 르네상스, 초현실주의 등 전반적인 미술사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었어. 첫 관람 이후 서양 미술사에 대한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며 깨알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중이야. 보스턴을 떠날 때 MFA에 있는 작품들을 해설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키워보고 싶어!
기억나는 것 몇 가지. 첫 번째는 서양과 동양 문화가 섞여있는 작품들이야. 특히 모네가 그린 기모노 입은 와이프 모습은 일본 메이지 유신 정책으로 당시 일본 문화가 세계로 뻗어 나갔고, 그 영향이 인상파 작가들에게까지 닿을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작품이라 의미가 깊어. 또, 미국 작가가 그린 작품에 중국 스러운 옷이 그려져 있던 것도 흥미로웠어. 문화는 소리 없이 강해. 그래서 김구 선생도 한국이 문화 강국이 돼야 한다고 했나 봐.
시골 마을에 살며 여러 풍경을 그렸던 모네의 그림을 보다 보면 그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 그의 감정이 느껴져서 좋아. 그리고 르누아르는 사랑스러운 그림을 많이 그린 작가라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해. 특히 그의 유명한 Dance at Bougival(아래 오른쪽 그림)은 춤을 추며 사랑이 싹트는 순간을 잘 캐치한 것 같아서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더라.
단순한 만화 그림체 느낌이 나는 고갱 작품도 특이해. 단순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그 안에 디테일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놀랍거든.
당시 부자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며 풍족하게 살았던 화가들과는 대조적으로 자기가 머물던 하숙집 주인 초상화를 그리던 고흐. 살아있을 때 인정받지 못했지만, 사후에 높은 명성을 얻게 된 그의 물 흐르듯 그리는 독특한 그림체도 참 마음에 들어.
지루하게 선명하기보다는, 흐릿해도 흥미롭게
아래 그림은 미국 화가가 그린 작품이야. 유럽 전시관에 있다가 미국 전시관으로 넘어가며 오래된 노래 한 구절이 떠올랐어. 지루하게 선명하기보다는, 흐릿해도 흥미롭게 You have to cha cha cha change yourself(R.P.G Shine by W & JAS)
너무 잘 그린 그림, 선명하고 현실적으로 아주 잘 그린 그림들이 많았지만 그런 그림보다는 흐릿해도 흥미로운, 희미해도 이야기가 있는 그림이 더 좋아.
인상주의 작가들의 작품이 인기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아닐까? 똑바로 그린 선, 완벽한 색채 대비를 강조한 잘 그림 그림이 아니라, 어느 한순간의 모습, 그 인상을 희미하게 그림으로써 보는 사람들에게 다른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누군가를 너무 사랑할 때, "사랑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때가 있잖아. 정확하게 "사랑해"라고 말해버릴 수 없는 그런 감정. 또,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사람에게 "슬픔, 위로"라는 단어들은 그 앞에서 힘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정확하고 선명하게, 똑 부러지고 완벽한 사람도 대단하지만, 나는 말이야 나아야, 조금 흐릿해도 재밌고, 즐겁게, 이야기가 있는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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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보스턴 거리 풍경이 많이 생각나는 그림 하나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도록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