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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splay Dec 05. 2018

마중

춘천 여행의 시작과 끝, 남춘천역


 엄마가 춘천에 오시는 날이다. 운전을 해서 오시면 편하고 좋으련만, 엄마는 용산역에서 춘천행 기차를 타고 오는 걸 좋아한다. 기차를 기다리며 먹는 어묵이 그렇게 꿀맛이라나. 그럴 때마다 나는 기차 도착 시간에 맞춰 남춘천역으로 엄마를 마중 나간다.


 늦은 저녁 시간, 남춘천역에 서있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처럼 춘천으로 오는 누군가를 마중 나온 사람들은 물론, 반대로 용산행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또, 승객들을 안내하거나 감시하는 역무원 분들이나 청소원 분들도 빼놓을 수 없다. 춘천으로 떠나 온 사람과 다른 도시로 떠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춘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이 곳, '남춘천역'이다.


 남춘천역은 경춘선의 종점 '춘천역'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의 역으로, 시내 및 거주지역, 버스터미널, 강원대학교 등과 접근성이 좋아 춘천역보다 이용률이 높다. 실제로 2018년 기준, 춘천역의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이 8,800명, 남춘천역은 1만 2,219명이다. (강원일보)


춘천 여행의 관문, 남춘천역 (2018.12.5.)


[TRAVEL TIP] 남춘천역
 남춘천역은 경춘선 전철과 ITX 열차의 주요 경유역으로, 1939년 개통된 이래 70여 년 간 춘천의 주요 역으로 운영되었다. 춘천 시내와 가까워 춘천역보다 이용객이 많다. '춘천 여행'하면 무작정 춘천행 열차를 끊는 사람들이 많지만, 남춘천역에서 춘천 여행을 시작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요금도 100원이 저렴하다. (ITX 청춘 용산 - 춘천 8,300원 / 용산 - 남춘천 8,200원)
 남춘천역 1번 출구에 관광안내소가 위치해 있어 다양한 춘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버스정류장과 택시정류장도 바로 앞에 있어 대중교통으로 춘천 곳곳을 둘러보기에도 좋다. 또, 주위에 상점이나 식당이 많고, 도보 10분 이내에 이마트, 롯데마트, 버스터미널 등도 있어 춘천 여행의 시작점으로 적격이다.
 특히 남춘천역에서 춘천역 쪽으로 철로 아래에는 5일마다(2일, 7일) 장이 서는 풍물시장이 있어 장날에는 토속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사람들과 장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전통시장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남춘천역에 누군가를 마중 나올 때면 설렘이 앞선다. 사랑하는 엄마도, 단짝 친구도, 출장 온 대학 선배도 남춘천역 맞이방 앞에서 만났다. 기차를 타고 춘천에 온 대부분의 지인들(특히 우리 엄마)의 두 손은 무겁다. 과일이나 반찬, 간식들이 가득 든 종이가방을 내게 건넨다. 어떤 친구는 와인병을 주렁주렁 들고 온 적도 있다. 춘천까지 오는 동안 혹시나 잃어버리진 않을까 얼마나 노심초사한 건지, 건네받은 종이가방의 손잡이는 늘 너덜너덜 헐겁다. 멀리까지 오면서도 뭐를 이렇게 챙겨다 주는 건지, 미안하고 감사한 일이다.


 금요일 오후에 나는 남춘천역에서 해방감을 느끼기도 한다. 주말에 춘천에서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남춘천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가곤 하는데, 일주일간의 고된 업무를 마치고 용산으로 향하는 ITX 열차에 앉으면 그렇게 설레고 기분이 좋을 수 없다. 기차에 앉아 이번 주말 계획을 화려하게 세워보곤 한다. 일주일 중 가장 설레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남춘천역 맞이방


 하지만 늘 설레는 곳인 것만은 아니다. 주말 동안 사랑하는 사람들과 서울에서 시간을 보낸 뒤 일요일 늦은 밤, 남춘천역에 나 홀로 도착할 때는 서러움이 폭발하기도 한다. 마치 군대 휴가 복귀하는 이등병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때는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닿아야만 하는 마음 무거운 곳이다. 이곳을 벗어날 때와는 다른, 묵직하면서도 비장한 긴장감이 감돈다.



 엄마가 탄 기차의 도착을 알리는 문구가 전광판에 찍힌다. 추워진 날씨에 깊은 입김이 나온다. 익숙한 도착음이 들려오고, 안내방송이 이어진다. 엄마는 곧, 바리바리 챙긴 무거운 짐을 양손 가득 들고 개찰구를 빠져나오며 환하게 웃으시겠지. 그동안 묵혀둔 춘천의 곳곳을 엄마를 위해 풀어놓을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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