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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센스 May 11. 2024

거절했던 연하남에게 다시 연락했다

그를 거절했었던 진짜 이유

핫가이라고 칭했던 연하남에게 먼저 다시 연락했다.


그 당시 썸 후보로 A와 B가 있었는데, A가 이 연하남이고 B는 동갑내기였다. 친구에게 A와 B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B가 너와 맞을 것 같다며 연애는 A와 하고 결혼은 B와 하라고 했다.


‘나는 지금 연애만 할 생각 없는데. 결혼할 사람 만나야지. ’하며 나와 성향이 더 비슷한 것 같은 B를 진지하게 알아가야겠다며 마음속에 B에게 우선순위를 두었다.


A는 이미 한 번 만난 상태였고, 충분히 밀도 있게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꽤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인성이 괜찮고 남은 인생에서 기대하는 경험의 폭의 큰 그림이 비슷하구나 생각했고, 외적으로도 사귀어도 될 정도로 끌린다고 판단을 끝냈었다. 머리로 생각해서 안 만나기로 결정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연애 시작이 가능한 이성적 끌림을 느꼈다.


B는 아직 만나기 전이었지만 대화해 봤을 때 관심사나 취미가 비슷했다. 투자도 하고 책 읽고 글 쓰는 것,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고 MBTI도 인프피여서 적당히 여리고 착할 것 같았다.


사진을 봤을 때는 일부러 내가 그런 필터를 씌워서 본 것인지는 몰라도 남성적인 인상으로 보였다. 못 사귈 외모는 아니니까 조금 재미가 없더라도 나랑 관심사 비슷한 사람이랑 알아가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B를 막상 만났는데 첫인상부터 ‘아, 완전 친구각이다. ’ 싶었다. 키가 안 큰 것은 알았지만 운동으로 키운 상체 크기 탓에 비율은 더 짧뚱해 보였고, 얼굴은 사진보다 훨씬 더 곱상하게 예뻤다. 귀티 나는 얼굴이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끌린다고 느낄지도 모른다며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화를 해보자 마음먹었는데, 그가 평소에 좋아하는 카페에서 나누기 시작한 대화 역시 별로 궁금하지 않은 그의 구구절절한 TMI를 잠자코 듣는 것에 그치게 되었다.


내가 지루해 보였는지, 어디 불편하냐길래 춥다고 들어가야겠다고 했다. 만나기 전에 카톡으로 대화를 하며 가치관이나 성향에 대해서 대화를 미리 나누기도 했지만, 첫인상부터 친구 이상의 끌림이 느껴지지 않는 상대에게 서로를 더 알아갈 수 있는 좀 더 진지한 대화를 내가 주도해서 이끌어낼 의지와 열정이 도무지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기대했던 B와의 인연이 이렇게 싱겁게 끝나니, A가 다시 생각났다. 그래서 될 인연이면 되겠지 하며 고민끝에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것을 무릅쓰고 A에게 다시 태연한 척 잘지냈냐며 카톡을 투척했다.


A는 다시 연락이 올지 예상 못했다고 했다. 너를 만났었을 때 네가 좋았는데 생각을 너무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했다.


A는 그랬던 것 같다며 우리가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너랑 사귈 기대를 했다고 했다. 내가 좋다고 했다.


설렜다.


나보고 원하는 게 뭐냐길래 혼란스럽게 해서 미안한데 네가 원하면 더 알아가 봐도 괜찮다고 했다.


내가 좋다길래 다시 기회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됐다며 자기는 자기 갈 길을 간다고 했다. 새로운 사람 알아갈 만한 텀은 아니었는데, 내가 약속을 취소하고 며칠 사이에 마음 정리를 한 모양이었다. 신뢰를 쌓기도 먼저 깬 건 나이니 충분히 이해할 만한 상황이었다.


괜찮다고 알겠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사귈 수 있을 만큼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고, 끌림을 느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내가 너무 부딪쳐보지도 않고 과거 연애의 데이터들을 이 사람에게 대입해 머리로 생각했구나 후회했다.


그러고 나서 다음 상담일에 심리상담 선생님에게 내가 휙 작성하고 나갔던 어떤 심리검사지 결과 해석을 들었다.


왜 나는 이 사람이 괜찮다고 느꼈으면서, 이미 첫 데이트 중에도 피로감과 말로 표현하지 않은 불만족을 느꼈는지, 그리고 이 잠재적 관계를 회피하고 싶었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페미닌한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 이전에도 데이트 자체에 나는 부담감을 느꼈었다. 사실 전에 만났던 사람들에게 외적으로 여성스럽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고, 과하게 꾸미지는 않지만 사실 여성스럽다면 여성스러운 편이지도 하다.


어떤 이유에서 내가 느꼈던 부담감과 피로감이 두 번째 데이트를 거절한 중요한 이유였다.


(다음 화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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