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센스 Nov 24. 2024

습관과의 이별

계절이 바뀔 때 슬픈 것은

그 계절의 습관과도 이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름과 이별할 때 빽빽함을 보는 습관과 이별해야 하며 가을과 이별할 땐 나뭇잎의 서걱거림과 이별해야 한다


봄의 끝에 헤어졌던 그는 그래도 아침인사를 얼마간 더 해도 되냐고 물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 더 아침인사를 지속했고 습관의 시간을 늘려 슬픔의 크기를 조금 잘게 쪼갰다


사람과의 이별은 받아들여야만 하지만

어느 습관과의 이별은 어떤 방식으로 미뤄버렸다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는 습관들은

혼자의 습관으로 만들어 습관의 수명을 늘렸고


어떤 기억은 머릿속에서 무한 반복 재생하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대체했다


하지만 어떤 습관은 계속할 수 없음에

문득문득 슬퍼질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바뀔 때 슬픈 것은

그 사람의 습관과도 이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저 시간이 흐름에 슬픈 것은

모든 것들이 나로 인해 퇴색돼 내가 사랑하던 습관들과 이별할 때가 오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것이 슬픈 것은

그래서 내 일부가 된 작은 습관들과 결국 이별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