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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기산 Mar 14. 2020

삶에 지칠 때 우주를 본다면

 삶의 자질구레한 숙제들은 우리들을 지치게 합니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바닥을 보일 때, 우리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죠.
  
"왜 살지?"

 굉장한 부귀영화를 바라는 건 아닙니다. 단지 평범하게 살아보려 아등바등하는데, 인생은 진흙탕 오르막에서 하는 장거리 달리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죠. 

 집에 돌아와 구석에 가방을 던져놓곤 고목나무처럼 털썩 쓰러져서, '이놈의 내 팔자'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존재의 이유에 대한 철학적 고뇌에 빠지게 됩니다.

 그 유명한 후기 인상파의 거장고갱도 그런 고민을 했나 봐요. 아래 작품의 제목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우리는 무엇인가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입니다. 고갱이 삶의 의미와 죽음에 대해, 깊은 고뇌에 빠져 있었을 시기에 그린 작품입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 질문은 음미하면 할수록, 의문의 심해로 빠져드는 느낌이 듭니다.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우리는, 왜 존재하게 되었을까요. 어떤 초월적 존재의 '의지'로 인해 존재하게 된 걸까요? 아니면 우연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고등하게 진화 한 지구 생물인 걸까요? 

 왜 우리는 수많은 문명을 이루고 예술을 탐미하며, 과학을 발전시키고 감동을 주는 문학을 창조할까요?  우리는 어쩌다 이 세계를 만들어냈고, 그 이유에 대해 질문을 하며, 답을 얻으려 고민하는 '유일한' 존재일까요?  이 질문에 대해 인류는 오랫동안 종교, 신화 그리고 과학과 문학 등 다양한 길에서 답을 찾으려 했습니다.

 그중, 베스트셀러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대답은 단호합니다.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의 복제 욕구를 수행하는 생존 기계다"

  그러니까
 
 우리의 희로애락은 물론, 스스로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자의식,  역사 속의 다양한 문명과 철학, 사상, 과학 등. 인간 활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유전자가 자기 복제를 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주장이죠. 

 다른 생물들과 달리 우리는 스스로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또한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느냐는 반론에 대해, 과학적 검증으로 그것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책입니다. 동의 여부를 떠나 수많은 찬사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책입니다. 


이기적 유전자 / 리처드 도킨스

 그런데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믿어왔던 '유전자 운반기계'인 우리는 조금 슬퍼집니다.


'내가 유전자의 꼭두각시라니!!'


 사실 수억의 은하가 존재하는 우주에서, 먼지 한 톨 정도의 존재인 지구. 그곳에 살고 있는 우리는 우주론적 관점에서, 굉장히 미미한 개체이겠죠.


 하지만 이렇게 고민하며 글을 쓰고 있는 저를 포함해, 오늘도 각자의 하루를 꾹꾹 살아가는 우리가 있습니다.

그 와중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혹은 미워하며, 슬퍼하고 서로 응원하며 살아가는 굉장한 복잡한 삶을 살고 있지요. 이를 떠올려보면  우리의 존재 이유를 유전자 운반체라는 다소 소박한(?) 의미로 받아들이기는 어쩐지 쉽지 않습니다.  왠지 어떤 고차원적 이유가 있을 것 같이 느껴져요. 그것이 우리의 착각이라 해도 말이죠.


 <콘택트>는 1997년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SF소설입니다. 네, 바로 베스트셀러 <코스모스>의 저자이기도 하죠.


콘택트 / 칼 세이건

 지구 밖 우주에 지적 생물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는 신념을 지닌 주인공이 나옵니다. 그녀는 집요한 연구 끝에 외계의 존재가 보내온 신호를 포착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 내용은 놀랍게도, 은하를 이동해 그들에게 갈 수 있는 운송수단의 설계도였죠. 주인공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 운송수단을 만들고, 그들과 조우하는 프로젝트를 맡게 됩니다.
 
 그들은 왜 우리를 초대한 것일까요? 그들의 존재는 인간의 기원에 대해 어떠한 질문과 답을 주게 될까요? (스포 방지를 위해) 결말은 경이롭고 아름답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비록 우리가 유전자 운반체 일지라도..
 
 일상 속의 자질구레한 일들이 도무지 내 뜻대로 안돼서 지쳐버릴 때,  저는 이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가 있습니다. 평생 우주를 보며 꿈을 꾸던 주인공이 미지의 존재와 조우하는 원대하고 경이로운 장면에 빠져들다 보면  잠시나마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 정도는 별것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물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여전히 일상의 숙제들은 현실 앞에 버티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숙제들을 꾹꾹 눌러쓰고 풀어가며, 이 지표면 위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겠죠. 존재의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가 느끼는 행복은 지금 여기, 우리에게만큼은 진짜니까요.


 투덜대며 출근하다 마시는 모닝커피라든가, 따뜻한 이불속에서 하나 둘 까먹다 보니, 손가락마다 배어버린 겨울의 귤 냄새. 일주일을 그럭저럭 잘 마치고,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보내는 주말의 추억들. 우주적 관점에서는 사소하지만 우리에게는 대체할 수 없는 일상의 행복이죠.


 하지만 그 일상이 우리를 지치게 할 때, 밤하늘 너머에 있을, 쉽게 상상하기 조차 힘든 경이로운 우주 공간을 생각해 보는 것. 그 경이로움에 빠져 자유로이 유영을 해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보는 것. 저는 이 방법들이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평생을 우주에 꿈을 그리다, 밤하늘의 별이 된 칼 세이건 교수. <코스모스>는 그랬던 그가 사랑한 우주를 온전히 담은 책입니다. 일상에 지친 우리를 광활하고 경이로운 우주로 초대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코스모스 / 칼 세이건


 마지막으로
최근에 나온 책 중에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 있어 소개합니다. 제목에 모든 것이 담겨져 있네요.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 마커스 드 사토이


 이 책의 저자인 마커스 드 사토이는 위에서 소개한 리처드 도킨스를 이어, 옥스포드 대학의 과학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인물입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이 세계의 현상에 대해 더 알아 낼 수록, 
현상 이면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못지 않게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과학자이지만, 신학과 철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이 문제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일반 독자라도 편안하게 따라갈 수 있는 언어로, '우리가 절대 알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하며 우리의 호기심을 풀어주기도, 혹은 더 부풀게 하기도 합니다.

 끝끝내 우리는 모든 것을 알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은 남겨져 있을까요. 이 책에서 함께 답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터파크 북DB] 신간산책 2020.01.09 포스트에 게재한 글 입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247286&memberNo=3482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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