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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로김쌤 Apr 26. 2023

왜 항상 죄인인 걸까

감정쓰레기통 #3

아프다는 핑계로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둔 곧 죽음을 앞에 둔 형제의 얼굴을 보고 왔다.

살아생전에 볼 수 없었던 피골이 상접한 모습.

가슴이 아팠다.

그런 와중에도 난 원망의 눈초리가 느껴졌다.


그렇게 바빴냐는 형수의 원망스러운 말투. 형이 보는 걸 허락해야만 볼 수 있다던 표독스러움.


어쩌다 난 죽어가는 형제에게조차 원망의 눈초리를 받아야만 하는 것일까..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마음이 어지럽고 심장을 다스리기조차 힘들었지만 난 아무렇지 않은 듯 형의 얼굴을 보고 왔다.


곧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이의 모습 속에서
난 그저 원망의 대상일 뿐

원수를 보고 벌레를 보는듯한 형수의 모습에서 난 다시 자책이 밀려왔다. 형의 암투병이 나 때문은 아니지만 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지만 누군가는 나를 원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자칫 얼굴 한 번 못 보고 쫗겨날 신세였다. 나 때문이 아니라고, 우리도 살아야 했기에 그저 시간을 낼 수 없었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했다. 불과 몇 분 거리의 병원에 입원해 있는 피붙이에게... 그것도 원망의 눈초리와 멸시의 눈초리를 받는 것은 나로서도 힘든 일이었다.


해줄 말이 없었다. 지켜보는 수밖에. 그래서 나는 또다시 내 감정을 속으로 삼키고 받아들인다. 이 것 역시 내 잘못일 테고 내가 받아야 하는 심적인 고통 중 하나일 뿐.


여기 서건 저기 서건 아무래도 난 환영받기엔 글러먹은 운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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