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로김쌤 Sep 28. 2023

이율배반적인 삶을 살아가다가

공황발작 아직 극복하지 못했어 #9

여전히 주변을 맴도는 공황

조금은 이겨낸 듯싶다가도 약간만 방심하면 자꾸 찾아오는 녀석. 이젠 나조차도 지겹고 한심하다. 매일매일이 멘털싸움이 되어버리고 민감해진 두뇌는 다시 심장을 자극한다.


약의 개수가 다시 늘어나고, 약에 의존해야만 하루를 마감할 수 있는 스스로를 보며 또 한심해한다. 누군가를 원망할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위안을 삼아볼 테지만 스스로를 원망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다. 참 위선적이면서 참 한심한 모습이다.


자책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되지 말자고 수 없이 되뇌지만 결과는 또 이렇게 흘러갔다. 문제를 알고도 고칠 수 없다는 것이 또 이렇게 고뇌를 만든다. 자유롭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지고 또다시 울컥 온몸이 떨려온다. 다른 생각은 들지도 못하고 그저 두려움 또 두려움.


이율배반적인 삶

정작 나의 일은 사람의 감정을 나누어 추스르는 일이다. 스스로의 감정조차 추스리기 힘든 이의 일이 감정을 나누는 일이라니.

이런 이율배반적인 삶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리더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말이 얼마나 허망하고 덧없는 것인지. 공감을 논하고 위안을 던진다는 것이 얼마나 위선적인 것인지.

알고 있고 느끼고 있고 감내하고 있으면서도 계속 공감과 수용 위안과 방향성을 논하고 가르친다. 삶이란 정말 아이러니의 퍼즐이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도 지금의 삶을 잠시 떠나보고 싶을 때가 있다. 아니 다른 이들보다 더욱 자주 더욱 치열하게 원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행동할 수 없음을 스스로가 더 잘 알기에 가슴 한편이 늘 씁쓸하다.


무서운 일이다. 발작을 달고 살아간다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다스리고 추스르고 다독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언제 두 손이 벌벌 떨리고 심장이 소리를 지르고 두 눈에 눈물이 쏟아질지 모르는 이 상황이 계속 무섭다.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해 보지만

아는 사람들은 안다고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 두려움을 모른다. 발작이 일어났을 때의 아득한 공포. 그리고 언제 다시 증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 현생의 나는 언제나 전쟁 중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를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이제는 나보다도 더 익숙해져 버린 듯, 무심하게 나를 보는 눈빛이 더 무섭다. 관심보다 더 잔인한 것이 무관심이라 했었나. 어쩌면 나는 잔인한 환경 속에 놓여 있는지도 모르겠다.


혼자가 아니라고 계속 되뇌지만 어쩔 수 없는 환경. 점점 목을 죄여오는 차가운 눈초리.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에서 조금은 따뜻한 보금자리를 가지고 싶다는 게 너무 큰 욕심인 걸까.


무기력한 발작의 마무리가 항상 지독한 후회와 외로움인 나는 아직, 공황을 이겨내기 어려워하는가 보다.

손목이 사라진 아들의 일본여행 사진으로 위안을 얻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도 쉽지 않아. 그래도 들어야 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