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로김쌤 Jun 21. 2021

나도 쉽지 않아. 그래도 들어야 해?

공황발작, 아직 극복하지 못했어 #8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 걸까?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나조차 내 직업이 무엇이다 말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한때는 한복 쟁이였지만 지금은 한복 상담과 쇼핑몰 관리만 하고 있다. 꼬맹이들 수학을 가르치는 수학 선생님이기도 하고 어른들 타로를 가르치는 타로 선생님이기도 하다. 가끔은 타인들의 돈을 관리해 돈을 불려주는 재테크 대행도 하고 있고, 구글과 블로그, 인스타

등을 통해 마케팅 컨설팅도 하고 있다.


가끔 혼자 생각을 하곤 한다. 내 건강이 예전과 변함이 없었다면, 공황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단지 한복 쟁이로만 남아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까?

솔직하게 옷을 만들어 파는 일은 나에게 경제적인 안정감을 주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결국 나는 건강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한복 쟁이 이외의 일들을 또 찾아서 하게 되었을까?


이런 물음들은 끝없이 물고 늘어지면서 가끔 나를 괴롭히곤 한다. 한복 쟁이가 아닌 다른 일. 이 다른 일이 결국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닐는지. 공황을 핑계로 지금의 일과 상황들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고민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고민은 또다시 나를 부정하게 만들고 있다.


들어준다는 것의 어려움이란

나의 현재 직업을 무엇이라 이야기하든 그 속에는 타로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다. 타로라는 것은 단순하게 미래를 점치는 도구가 아니다. 내담자의 현재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더 좋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서로 고민하는 일종의 상담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내게 타로를 배우는 수강생분들에게도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이 점이다. 항상 내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함께 고민해주는 것이 타로라고.

그래서일까? 가끔씩 사람들의 고민들이 물밀듯이 밀려들 때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고, 타로라는 것이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일종의 도구이기에 나는 그런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함께 고민해주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나 역시 고민이 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이기에 너무 힘들 때가 있다. 내가 돈이 없어 안절부절못할 때에도 돈 때문에 고민이라는 사람에게 안심하라고 이야기해주고, 내가 몸이 벌벌 떨려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할 때에도 건강 때문에 고민이라는 사람에게 어디가 어떻게 안 좋은 것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주곤 한다.

마음속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이란, 당장 마땅한 해결책을 던져주지 못해도 공감만으로 위로를 해주는 신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가끔은 너무도 벅차고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렇게 힘들어도 나는 계속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어야 할까? 그런 내 마음은 누구에게 위로받을 수 있을까?


다시,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 걸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니? 답을 내리지 못한다. 누군가에게는 사장님이라 불리고, 누군가에게는 선생님이라 불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마케터라 불리는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인 거니?

확실한 것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든, 사람이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일은 너무 힘들다는 점이다. 나는 아직 나의 정체성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여기에 누군가의 답답함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미안한 일이다.


매일이 정말 쉽지 않은 하루하루라고 다시 느끼며 떨리는 두 손을 보고 신경안정제를 입안으로 넣는다. 참 힘겨운 하루다.

매거진의 이전글 삶이 선택권 없는 도박이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