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개월 나는 아무 움직임도 하지 못했다. 그저 혼자만의 어둠에 사로잡혀 떨고 있을 뿐. 드러낼 수도 드러내지도 못하며 모든 것을 의심하고 모든 것에 두려워하며 당당하지도 떳떳하지도 못했다.
멀쩡히 살아있는 나를 두고 난 다른 나를 만들어서 움직였고, 혹시나 그것마저 들키는 것은 아닌지 조마조마해야 했다.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이름의 아바타로 상담을 했고, 조심 또 조심하며 내가 아닌 것처럼 인터넷 세상을 활보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나 보다.
먹고살 길이 까마득해졌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이었고, 지독한 가면이었다.
다시 만들어낸 나는 너무 힘이 없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은 아바타로만 버티기엔 너무 어려웠다. 크지는 않겠지만 나는 다시 내 이름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똑똑똑...
누군가가 나의 카톡창을 두드렸다. 불안했지만 그래도 살아야 했기에 좋은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믿어야 했다. 그날 하루는 너무도 맑고 쾌창한 날이었고, 수업도 하나 잘 마무리를 했으며 단 하나 나를 숨 쉴 수 있게 하던 존재와의 시간까지도 행복하지 말아야 하는 내게 주어진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런 행복감이 톡톡 나에게 주던 이상신호를 무시하게 만들었다.
도망치던 나는 글 하나에 다시 붙잡혀버렸다. 그래도 먹고살기 위해 남긴 흔적이었는데.. 감시망이 잠시 풀린 거라고 착각했었나 보다.
내게는 저승사자 같은 사람들이었고, 내 사고는 멈춰버렸다. 무슨 말이 든 떠들어야 했고 무슨 일이든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살기 위해 뱉은 말로 나는 어쩌면 나의 유일한 삶의 통로를 잃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병원에 가면 조금은 약을 줄여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엉망진창의 삶은 어차피 내가 초래한 것.
나는 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한 겹 두 겹 세 겹으로 감춘 아바타로 살아가도 결국 도망칠 수 없는 삶인 것을..
그러려는 의도가 아니었어도 누군가는 아프게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란 것도 잘 안다. 이해와 용서를 바라는 것도 철저하게 이기적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너무 두려웠고 무서웠고 그래서 울지 않기로 했던 스스로와의 약속도 뒤로하고 울고 있다.
격해진 감정에 써 내려가는 글은 깨어나면 지워지겠지. 눈물을 멈추려 잠시 약을 욱여넣고 있는 이중적인 내 행동이 싫다.
여긴 내 감정 쓰레기통.
나도 하소연할 구멍 하나는 있어도 되는 거잖아..
가지 말고.. 그냥 옆어있어줘.. 나는 한 사람의 모든 힘겨움의 이유라는 걸 들었지만..
내가 다...
제정신에 쓰는 글도 어렵고, 마음과 진심을 전달하기 부족하는 걸 알면서도
글을 쓰고 있다.
일기장에 쓰여야 하는 글이 여기 버젓하게 공개되어 읽힌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당연히 무시하고 넘어가겠지만..
그런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은 것조차 미안하다..
감시라는 게 그만큼 무서운 일이다. 그걸 알면서도 앞으로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또 다른 사람을 만들어버린 나는 어쩌면 정말로 버려져야 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