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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크님 Jan 28. 2024

디저트 배는 진화의 유산?

펍 안은 따뜻하고 아늑한 불빛과 축제 장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라디오에서는 마이클 부블레가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르고 저는 말벡 와인을 한 잔 들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인생이 참 좋습니다.

오늘은 길고 힘든 하루였고, 사실 이번 주도 그랬어요. 그래서 이곳, ‘가스트로펍’이라 불리는 고급 음식점에 있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처음엔 훈제 송어를 먹었고, 버거와 감자튀김을 선택했습니다. 양이 푸짐해서 둘 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꽉 찼어요.


하지만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시죠. 웨이터가 디저트 메뉴를 들고 와서 저를 유혹했습니다. 배가 불러도 우리는 네, 당연히 유혹에 넘어갔죠. 저는 스티키 토피 푸딩과 아이스크림, 타르트 오 시트론과 크렘 프레쉬를 주문했습니다. '디저트 위한 배'가 따로 있다는 말이 진짜인 것 같아요.


하지만 여기서 궁금증이 생겨요. 왜 디저트에만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선 진화의 관점으로 돌아가 봐야 합니다. 5만 년 전 세렝게티에서 우리 조상들이 앤텔로프를 사냥해 마을로 끌고 오던 시절로 돌아가 봅시다. 대사적으로 볼 때, 동물을 추적하고 사냥하는 데 2,000칼로리가 소모됐어요.


마을로 돌아온 그들은 당연히 최소 2,000칼로리를 섭취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었죠. 다음 사냥에서 앤텔로프를 잡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만약 그들이 단순히 대사적 필요에 맞춰 먹었다면 오래 살지 못했을 겁니다.


따라서 쾌락을 담당하는 뇌 부분이 작동합니다. 이는 먹는 것에서 오는 보상감을 조절하며, 우리가 실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먹도록 유도합니다. 하지만 2,000칼로리의 음식으로 꽉 찬 위를 어떻게 넘길까요?


우리의 뇌는 더 까다로워집니다. 칼로리가 더 밀집된 음식을 갈망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하면 우리의 위에 있는 모든 틈새를 채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칼로리가 가장 밀집된 음식은 무엇일까요? 바로 설탕과 지방이 많은 음식입니다. 그리고 이런 음식은 무엇일까요? 디저트죠.


다시 말해, '디저트 위한 별도의 배'는 사실 세렝게티에서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진화적 유산입니다. 배가 불러도 올바른 종류의 음식을 갈망하도록 해, 매 식사마다 칼로리 섭취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결국 다음 식사가 언제 올지는 보장되지 않았으니까요.


물론 여기서 명백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본능은 정기적으로 풍요와 기근이 반복되던 시절에는 우리를 살아남게 했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풍요의 순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분명 그 스티키 토피 푸딩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정말 즐겁게 먹었고 한 순간도 후회하지 않았지만요).


우연히도, '디저트 위한 별도의 배'는 인간만의 이상한 현상이 아닙니다. 당연히 사자가 막 잡은 앤텔로프를 먹고 나서 크렘 브륄레와 머스캣 와인을 마시지는 않겠지만, 예를 들어 북미 태평양 연안의 연어가 산란하는 시기에 그리즐리 곰을 생각해 보세요.


그리즐리 곰은 겨울잠을 자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지방을 축적하기 위해 연어가 산란하는 곳으로 갑니다. 처음에는 연어를 통째로 먹지만, 점점 더 배가 부르고 지방을 축적하면서 연어의 가장 칼로리가 밀집된 부분인 피부와 그 아래의 얇은 지방층만 먹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이 부분이 연어에서 가장 칼로리가 밀집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곰들은 에너지 저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먹는 것을 바꿉니다.


디저트는 분명히 인간의 문화적 구성 요소이지만, 그것은 우리의 진화적 유산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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