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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by 예술심리평론가


이 작품은 타나베 세이코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사랑·결핍·욕망·환상의 붕괴를 다룬 영화입니다.

아래는 정신분석적 관점(특히 프로이트, 라캉, 페어베언, 위니컷의 틀을 통합한 분석)으로 나눈 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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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물의 무의식적 욕망 구조


① 조제 — “결핍을 아름다움으로 치환하는 여성”

조제는 하반신 장애로 인해 움직임의 제약 속에서 살아가며, 사회와 단절된 내면세계를 형성합니다.

그녀의 세계는 ‘물고기’(환상)와 ‘호랑이’(공포)의 상징으로 구성되어 있죠.

물고기: 그녀가 바깥세상을 상상 속에서 통제하려는 환상적 자아보상의 상징입니다.

호랑이: 현실의 위협, 타자의 세계(즉, 욕망의 대상)를 향한 무의식적 공포를 나타냅니다.


조제는 쓰네오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그 관계는 “의존과 방어”의 역동으로 구성됩니다.

→ 그녀의 사랑은 “자신의 결핍을 타인의 시선으로 완성하려는 시도”이며, 이는 거울단계(라캉)의 미성숙한 동일시 구조를 보여줍니다.

→ 쓰네오가 자신을 떠나자, 조제는 환상의 세계로 되돌아가며, ‘자기 보호적 고립’을 통해 상실을 견디려는 방어기제(철수·회피)를 강화합니다.



�‍♂️ 2. 쓰네오 — “구원 욕망을 통해 자기확인하려는 남성”

쓰네오는 조제를 “돕는 대상”으로 삼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려는 무의식적 욕망에 의해 움직입니다.

조제를 ‘구원’함으로써 자신의 남성적 역할을 확인하고,

동시에 ‘장애인과의 사랑’이라는 특별한 서사 속에서 자신을 영웅화합니다.


이것은 나르시시즘적 투사적 동일시의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 그는 조제를 통해 “타인의 결핍을 채워주는 나”라는 이상화된 자기상을 유지하려 하지만,

→ 관계가 현실화되자 “돌봄의 피로”와 “자유 욕망”이 충돌하면서 슈뢰딩거의 사랑(즉, 존재와 부재 사이의 긴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 3. ‘호랑이’의 상징 — 억압된 현실의 귀환

호랑이는 영화 속에서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두려움과 욕망이 뒤섞인 무의식의 대상’입니다.

라캉적으로 해석하면, 호랑이는 조제가 끝내 마주하지 못한 ‘실재(the Real)’를 상징합니다.

환상 속에서만 통제 가능했던 세계가 현실로 침투할 때,

그녀는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환상으로 불안의 형태로 실재를 경험합니다.

즉, 호랑이는 사랑의 상실, 사회적 배제, 신체 결함이라는 ‘무의식적 트라우마의 표상’입니다.



� 4. 사랑과 분리 — “전이와 탈전이의 반복”

조제와 쓰네오의 관계는 정신분석적으로 전이 관계(transference relationship)에 가깝습니다.

조제는 쓰네오에게 이상화된 보호자를 전이하고,

쓰네오는 조제에게 자기 효능감을 확인시켜주는 내담자적 존재를 투사합니다.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상호의존적 전이로 인해 진정한 만남이 불가능한 구조를 띠게 됩니다.

→ 쓰네오가 떠난 후 조제는 고통 속에서도 ‘자립’을 선택하지만,

그 자립은 “타자의 결핍을 채우려는 사랑의 환상”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실존적 고독의 자각입니다.



� 5. 결말의 의미 — 환상의 붕괴와 주체의 탄생

마지막 장면에서 조제는 다시 물고기를 보는 소녀로 돌아오지만, 그 시선은 달라져 있습니다.

이제 그녀는 “쓰네오 없는 세계”를 견디며, 자신만의 현실을 마주합니다.

이는 ‘결핍의 인식’을 통한 주체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라캉적으로는 “결핍을 받아들인 주체의 탄생”,

위니컷적으로는 “진짜 자아(True Self)”의 회복 시도,

페어베언적으로는 “거절당한 내적 대상과의 재통합”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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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문장 요약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사랑을 통해 서로의 결핍을 채우려 하지만 결국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각자의 상처를 인식하게 되는 두 인간의 무의식적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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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감독김종관출연한지민, 남주혁, 허진, 박예진, 조복래, 이소희, 이성욱, 김금순, 장세원, 윤혜리개봉20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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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저자다나베 세이코출판작가정신발매20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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