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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e May 20. 2021

나의 작은 달

작은 영월에서 한 달 사는 도시 사람

강원도 영월군.


위키백과에 따르면 영월군은 대한민국 강원도 남부에 있는 군이다. 조선 비운의 왕인 단종의 무덤인 장릉이 있어서 장릉문화제를 하고, 단종 관련된 컨텐츠가 많다. 또 방랑객인 김삿갓의 묘도 이곳에 있어서 그 묘가 있는 면의 이름은 김삿갓면이다. 




영월에는 총 두 개의 읍이 있고 일곱 개의 면이 있다. 시보다는 작은 것이 군, 군 밑에는 읍과 면이 있다. 시 아리 구와 동이 있는 것처럼. 강원도지만 영서 지역이라 강릉이나 양양, 속초랑은 꽤 거리가 있고 오히려 충북 제천이나 단양, 경상도의 영주, 봉화와 닿았다. 그 옆에는 카지노로 유명한 정선, 동계올림픽을 한 평창, 그리고 탄광촌인 태백이다.


간단히 말하면 중부 내륙의 아주 작...진 않지만 내가 살던 도시 중에서는 가장 작은 규모의 곳이다.



나는 영월은 커녕 강원도에는 연고가 없다.

큰 도시, 아니면 큰 도시의 위성도시 정도에 살며 큰 도시로 출퇴근 하던 삶을 삼십여 년동안 지속했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 살 때도 그랬다. 모든 것이 예측가능하게 설계된 큰 도시의 생활은 나에게 편안함을 주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삶이 쳇바퀴 돌아가는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



내가 좋아하는 밴드 '마이언트 메리'의 '푸른 양철 스쿠터'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그래 다 그런 거야 언제부턴가 우린 무심한 눈빛 모두 시시한 어른이 됐지

꽤나 재밌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던 나는 어느샌가 같은 말만 반복하는 회색 어른이 되어 있었고, 일탈이라고 해봐야 힙하다는 카페에 가서 내 나이에 맞지 않는 스트릿 브랜드를 입고 커피를 홀짝이는, 그런 정도?



서른 중반을 앞두고 뭔가 새로운 것을 해봐야 겠다는 강박이 들기도 하고, 이때가 아니면 또 못할 것 같다는 겁도 났다. 코로나가 준 마지막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생각을 하게 된 건 지난 3월, 뜬금없이 통영 여행을 갔을 때였다. 물론 통영에도 연고가 없고 바닷가 마을에서의 삶도 낯설다.


내 삶이 갑자기 바뀌었을 때 나는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5월에 한 번 살아보자, 하고 급히 결심을 했다. 앞서 말한 노래의 후렴부처럼.


오랜 그 약속 이젠 마지막 다시 한 번 더
이제 떠나는 거야 모두 던져 버리고 슬픈 이 도시를 가로질러 별빛 속으로


서울 신촌과 경기도 평촌 뜨내기였던 나는 새로운 촌에서의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산촌과 농촌, 어촌이라는 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바닷가는 여름 휴가로 많이 가니까, 그리고 농촌은 뭔가 느낌이 없어 - 나는 원래 등산을 싫어하고 산과 계곡은 자주 안가니까 한 번 산촌을 가볼까?

게다가 윤스테이, 리틀포레스트, 여름방학 처럼 뭔가 힙한 전원생활의 프로그램에 취해있던 나는 산촌에 가서 내가 바라던 예쁘고 작은 마을의 작은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물론 집을 구하기 전까지는 그 예쁘고 작은 삶이란 (비싼) 펜션과 (잘 나오지 않는) 에어비앤비, 그리고 (스탭들이 미리 꾸며놓은) 촬영장에만 있다는 것을 몰랐지만 말이다.


 

5월 초 답사나왔을 때 운동화와 영월군 로고 색이 맞는다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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