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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뤼 May 23. 2023

90점은 Fail입니다.  

오직 100점 만 PASS 인 어느 수업 이야기.

2000년 처음 미국유학 갔을 때, 아직 영어도 못하고 친구도 없던 나에게

긴 금발머리의 Vanessa라는 친구가 교회에 초대해 준 기억이 난다. 

피자파티가 있다고.

난 신실한 불교신자였지만 피자도 먹고, 영어 연습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친구를 따라갔다.

페페로니 피자가 잔뜩 있고 환영의 분위기였던 그날, 

파란눈의 백인 남자 목사님은 나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이런 질문을 하셨다.


"네가 오늘 밤 집에 가다가 자동차 사고로 죽는다면, 넌 천국에 갈 것 같니?"


질문이 너무 언짢았다.

나는 불교신자였고, 환생을 믿고 있었고, 

아저씨는 누군데 내가 죽으면 어쩌네 저쩌네 묻는 건지.. 피자도 아직 한입 못 먹었는데.


그리고 그날 나머지 일들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그 질문이 대체 뭐길래 오랜 시간 내 마음속에 문신되어있었다.



시간이 지나 2012년 ,

한국에 다시 돌아온 나는, 우연한 기회로 교회에 가게 되었는데

양손을 뻗고 몇백명의 사람들과 다 함께 찬양을 하던 와중 그런 느낌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죽는다고 해도 괜찮을 만큼, 지금 여기가 천국임이 틀림없다'


나는 ENFP 라 그런지 몰라도, 상상이 잘 되는 편인데

그날은 세로로 걸린 현수막을 타고 비둘이 떼가 흘러 내려오는 상상이 보였다.

아무튼, 죽는 순간 천국에 갈 것 같은 확신 비슷한 느낌을 처음 가졌다.


찬양할 때 온몸의 세포를 타고 흐른 찌릿찌릿 함이 무었이었을까.


 


그리고 엊그제 2023.5.21


나는 내가 원했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그랬었다고 하는 전도를 받고 있었다.


이미 살면서 두 번의 큰 영접을 거쳤는데,

첫 번째는 내가 불교신자에서 크리스천이 되는 영접 -고등학교 때에 훼잇빌 성당에서 처음 '보지 않고 믿는 이는 복되도다'라는 말씀이 내 안에 들어와 예수님을 영접했던 일이고.


두 번째는 내 안에 더 이상 양다리 같은 믿음이 없어진 영접 - 대학교 때에 랄리 한인교회를 다니며 침례 받을 때에도 다시한번 예수님을 확실히 영접한 일이다.


돌다리가 부서질때까지 두드려야 직성이 풀리는 내 성격 탓인지, 나는 다시한번 전도를 받고싶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나 스스로 크리스챤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고 있었고,

그런데 이 전도가 꼭 필요할까? 나는 전도를 받으면 어떨까, 여러 설레임, 궁금증을 가지고 전도 받기 시작했는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오늘 집에 가다 사고가 나서 죽는다면, 넌 천국에 갈 것 같니?'



오잉?


마음의 저 바닥 어딘가 문신되어 있던 그 질문이었다.

다행히도 불교신자였던 teenager 때처럼 언짢진 않았다. 

그리고 그때보다 내 확신도가 훨-씬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90% 정도 YES 요." 


마음 속으로, 0 에서 90이 되었으니 참 잘한 것 같았다.

나머지 10% 는 어디갔냐는 질문에,

100% 라고하고 싶지만 그러면 거짓말 같고,, 나 혼자 100% 말하기에는

상급자의 결제가 내려오지 않은.. 그런 느낌이라고 했다.


나는 100% 여야만 한다는 것은 알아도

내가 100% 는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최소한의 양심, 겸손 같은 것이랄까... 아니다. 불안/불확신. 그리고

내가 알고있는 내 죄의 수치심. 이 더 맞겠다.


믿음이라는 실체 없는 것이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고,

100% 확신이란 건 언제 생기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최원장님은 나에게 답안지를 보여주셨다.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

For it is with your heart that you believe and are justified, and it is with your mouth that you confess and are saved. 

로마서 10:10 




아니 이렇게 쉬웠다고?


구원 - 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은혜라 하면,

최소 교육 몇 년 - 시험 몇 번 - 인증서 자격증 면허증 등등 취득 후

임상경력 몇 년 -이라도 해야 주어질까 말까 할 듯 어려워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믿고' '시인' 하여 이른다니.


그리고 나는 이런 정답지를 두고도,

잘 모르겠다고 항상 90% 짜리 믿음에 만족하고 살아왔다니..

이 '어느정도 괜찮겠다' 는 마음때문에

항상 죄가 들어올 구멍을 만들어 준것 같다. (room for sin..) 


머리로 온전히 이해해 버린 나는, 당장.

그 즉시 마음으로 믿고 입으로 시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구원의 확신이 즉각 마음에 들어왔다. 

나는 다시 태어났다. ^ ^ 




보통 대학교 수업에서 90~100점은 A를 준다.

그런데 이 구원이라는 수업은 100점 or fail이다.

99도 안되고 98도 안되고 딱 100점 만점에 100의 믿음을 채워야 한다.

대신, 누구나 할 수 있게 완전 open book 테스트여서.. 

로마서 10:10 대로 믿고 시인만 하면 100점을 주는데

가르치지 않을 이유가,

배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기적이라는 건,

갑자기 눈앞에 뭐가 달라지는 게 기적이 아니다. 

마법/마술이 눈 앞에서는 요란하고 신기하지만, 

결국 눈속임에 불과한 이유다.

기적은 보이지 않는 세상 (spiritual realm) 이 바뀌는 걸 말한다.

그것은 대충 손장난으로 만드는 마술과는 비교가 안된다.



이렇게 좋은 수업을

땅 끝까지 많은 사람들이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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