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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한 Jan 30. 2024

선택과 집중의 미학

세상과 단절하면서 얻은 행복



세상 모든일들이 장과 단은 함께 다니는 법이라서 노동치료의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생활은 노동 치료 말고는 다른것은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고 있다. 예전처럼 긴 호흡의 책을 읽을 수도 없고 교향악 하나를 통째로 듣는 생활은 할 수 없다. 심지어 출퇴근 시간이 좀 걸리는 직장에 다니다보니 자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내가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은 하루 2시간 남짓이 다다.



그러다보니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는데 일단 나는 사람 만나는 일을 전부 버렸다. 원래도 사람을 만나는 게 썩 천성에 맞는 사람은 아니었는지라.. 게다가 집에서 책을 읽고 게임하기도 시간이 무척이나 아깝기 때문이다. 특히나 쉴 틈 없이 새로운 책들이 나오고 - 새로운 게임들이 시작된다. 오피스 생활하고 처음으로 밖으로 나온게 출근하고 2달이 지나서였다.



이렇다보니 SNS의 위대함은 더 잘 알게되고 (내가 만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생활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만나는 사람이라고는 나 하나다보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되는 것을 넘어서 나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성을 만드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나이 30 중반에 만드는 나만의 성이라니. 물론 지금은 벽돌을 쌓는 정도의 단계밖에 되지 않지만 하면 할 수록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고 사람들로 쓸모 없는 시간을 보냈는지 그리고 매일매일 알지 못했던 내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래서 사람들이 절로 들어가나보다.



시간이 많을때는 어느것이던 언제든지 할 수 있어서 반대로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새로운 소중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한 달만에 클래식 콘서트에 갈 수 있었다. 초대권을 받아서 간 공연이라 평소에는 내가 절대 선택하지 않을 실내악 - 고전주의 음악이었는데 무척이나 위로가 되는 공연이었다.



나는 언제나 교향악 공연에서 악기 소리들을 찾아내고 - 20세기 음악 위주로 듣다보니 그 거대한 우주에서 둥실 떠다니는 기분은 보람있지만 반대로 귀가 꽤나 피곤할때도 많았다. 그렇게 스케일 큰 공연이었으면 주말까지 진이 빠지는 기분이었을텐데 밝고 명랑한 - 그늘짐이나 덧없음을 찾을 수 없는 그 소리에서 사람들이 왜 고전주의 음악을 좋아하는지, 있는 그대로 듣는 것이 얼마나 편한지에 대해서 배웠다. 물론 취향은 어디 안가서 나는 언제나 20세기의 음악을 좋아하겠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언제나 삶에서 가장 큰 기쁨을 준다.



나만의 세상을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고 그 과정에서도 또 지금의 마음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들 생각들을 하고 순간순간 변하겠지만 정말로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지금은 예전과는 다른 의미로 재미있다. 예전에 나는 나에게 좋은 것들을 잔뜩 가져다주면서 행복해지려고 몸부림을 쳤다면 지금의 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과정을 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하게 알아가고 있다. 내가 나를 사랑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성실하게 나를 돌보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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