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충무로에서 술자리가 잦아졌다.
먹고살기 위한 발버둥이랄까?
인쇄 관련해서 충무로 인쇄바닥을 기어 다니던 게 벌써 이십오 년은 된 것 같다.
당시만 해도 충무로 분위기는 그야말로 북적북적 이었는데 요즘의 한산함이 영 적응되지 않는다.
디지털로의 전환이 가져온 변화 아닌가 싶다.
이번 모임장소는 내가 정하게 됐는데 이곳저곳 고민 끝에 전라도식 갈비인 물갈비 전문점(?) 호남식당으로 결정을 봤다.
since 1984
사실 충무로에서 이 정도 업력은 대단한 게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 2024년 기준으로 40년 된 곳이니 맛없으면 손님 떨어져 나갔을 경쟁 심한 충무로에서의 40년이라면 검증은 볼 것도 없지 싶다.
불판 위에 양념 듬뿍한 물갈비가 올려졌다.
아직 익기도 전인데 침이 흐르고 있었다.
센 불에 육수가 끓어간다.
육수를 부어가며 졸여 갈비에 양념이 배어드는 걸 색감으로 알아볼 수 있다.
양념육수가 졸아들면 육수를 계속 부어 촉촉함을 유지하게 하는 게 전라도식 물갈비의 특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주가 빠지면 안 된다는 것!
역시 술이 술을 부른다고~ 술은 술술 들어간다.
물갈비도 물갈비지만 역시 갈빗집의 기본찬 중에 양념게장이 또 기본 중 기본 아닌가…
양념게장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려나.
아무튼 기본찬이든 주력 메뉴든 술안주스럽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
그리고 마무리는 바로 볶음밥이다.
사람이 많아서 3인분만 주문했었는데 실수였다.
2인분이 더 추가됐더라도 역시 바닥을 비웠을 게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불 앞에서 땀 흘리며 먹었던 기분이 좋은 전라도식 물갈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