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이번에도 아침, 점심을 못 먹었다.
그런데 이게 또 뭔 일인지 동료 4명 모두 같은 상황이란다.
그 말이 왜 반가웠는지 모르겠는디… ㅋㅋ
배가 고프면 뭔들 맛이 없겠나 싶겠지만 난 일산칼국수에서 역대급 칼국수를 맛봤다.
어떤 글에서 내게 ‘네 혀는 쓰레기!’라는 수준의 표현을 하는 분도 있던데 내 혀가 쓰레기라면 일산칼국수는 애진작에 문을 닫았어야 맞지 싶다.
솔직히 칼국수를 딱히 즐기지 않는 편이라 갈 때만 해도 전혀 기대감 같은 게 전혀 없었다.
그런데 웬걸.
일단 규모에 놀랐다.
그리고 커져버린 식당치고 초심 잃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기억 때문에 없던 기대심에 덧붙을 기대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난 항상 ‘칼국수엔 김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김치가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던 거다.
엄마 표현대로 니맛 내맛도 아닌 애매한 칼칼한 김치.
아무 데나 가도 이 정도 이상은 갈 것 같다는 느낌.
그나마 있던 기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후추는 동료가 내 의도를 무시한 채 뿌린 거다.
물론 내가 뿌려도 이 정도는 했겠지만 암튼 기본은 이게 아닌 게 맞다.
바지락칼국수 등에 길들여진 탓인지 개인 별로 담긴 칼국수에 왠지 받아들이기 어색함 같은 게 있었다.
닭고기가 눈에 띄어 보니 바지락도 몇 개 담겨 있었다.
닭육수에 바지락이라…
아마도 닭곰탕 베이스에 바지락 해물 육수가 복합된 모양이지 싶었다.
그런데…
정말 그런데…
국물은 내가 생각했던 것의 백 배 이상의 만족을 줬다.
깔끔하고 구수하고 담백하고 진했다.
황당했지만 감히 일산이산 나름 큰 도시에서 ‘일산칼국수’라는 타이틀을 내건 용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오랜 맛집들 중에 초심을 잃은 식당이 제법 없지 않기에 일산칼국수 역시 초심에서 조금은 벗어났을 수도 있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처음 찾은 내게도 이런 수준이라면 초심의 맛을 또 어땠을까 하는 호기심도 피어올랐다.
구수함으로 시작하였고
김치를 풀어가며 맛을 보았고
조금씩 칼칼함을 느끼며 다진 양념을 풀어 좀 더 칼칼함에 기대었고
내 취향대로, 내 멋대로 조미하기 시작했다.
공깃밥을 주문한 동료.
안 먹겠다던 난 결국 한 숟가락 양해를 구해 얻어 풀었고.
국물에 매료된 난 포기할 수 없었고.
그릇을 들고 마시기 시작했고.
드디어 바닥을 보았다.
김치도 바닥을…
별로라고 생각했던 김치였는데 왜 잘 어울렸던 건지.
아! 그래도 명동교차 마늘김치가 갑이지.
지난주 명동 들렀다 명동교자 갔더니 김치 주던 룰이 좀 바뀌었더라.
사탕도 안 주고. ㅋㅋ
원래 주다 안 주면 섭섭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