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자덕들에게도 그렇겠지만 내게도 춘천라이딩의 종착지는 소양강처녀상이 되고 말았다.
라이딩을 마무리하는 지점이라 식사도 근처에서 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배가 고지 않아 식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었다.
갈팡질팡하다가 익숙한 막국수집 골목에 들었고 그 골목길을 세 번이나 건넜다.
막국수냐, 순대국이냐를 두고 선택장애가 온 거다.
이 식당은 원래 이 자리에 있었던 집이었던 것 같은데 알고 보니 그렇게 오래된 집은 아니었다.
자전거 타고 춘천 다닌 게 벌써 8년 차인 것 같은데 이 식당이 생소하게 느껴졌던 이유가 있었다.
허름한 건물에 리모델링을 거듭하여 외모는 바뀌었지만 비슷한 종목의 식당이 수 차례 바뀌었던 거다.
근처에 맛집들이 많기도 하고 춘천에 가서 굳이 순대국을 먹을 사람도 많지 않기에 인기가 없었을 수도 있다.
나 또한 바로 앞에 있는 유명한 막국수집을 거쳐 가는 편이라 선택의 순위에서 항상 멀어져 있던 식당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따끈한 국물이 당겼다.
날은 아직 여름 끝자락을 붙들고 늘어지고 있었기에 햇볕에 서면 덥고 그늘에 서면 서늘한 느낌 때문이었기 때문일까?
아무튼 이번엔 항상 들러 가던 막국수집이 아닌 이 식당을 향했다.
옛날순대국이라...
간판이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기에 뭔가 이질감이 있었지만 오로지 순대국 하나만 보고 들어갔다.
간판도 나오면서 촬영했고, 딱히 목적한 바가 없었기에 사진도 상이 차려진 후에 촬영이 시작됐다.
버릇 같던 찍사질이 재발한 거다.
위에도 서술했지만 간판은 나와서 촬영한 거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치나 깍두기는 그냥 일반적이기에 그저 배만 채울 요량이었다.
순대국이 내 앞에 나왔을 때만 해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혼자 왔음에도 불구하고 부추 양이 장난 아니었다.
양념장과 청양고추 양도 엄청나다.
뭔가 다름이 느껴지기 시작했는데...
밥그릇에 세월이 느껴졌다.
사장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계속 종목을 바꾸며 영업을 하셨을까?
아니면 원 주인에게 식당을 인수하여 집기까지 인수하신 걸까?
건물이 얼마나 오래되었을지는 원목 나무기둥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이 식당도 그렇지만 이 건물의 역사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수안보의 칼국수집이 기억나게 했다.
반전은 여기서 시작이다.
여기 다녀온 후로 나름 유명하다는 순대국집을 몇 곳 더 다녀왔는데 원래 맛있는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기준이 바뀌고 말았다.
정말...
머릿고기 자체가 다르다.
야들야들하고 적당히 쫄깃한 머릿고기.
돼지 잡내는 당연히 없다.
간판이 설명 다 한 셈이다.
옛날순대국...
대체 뭔 설명이 더 필요할까 싶다.
난 다음 춘천라이딩에도 여긴 필수 코스가 될 게 분명하다.
부추 양이 많았지만 몽땅 투척했다.
남자는 부추!
몸에 좋다니 다 갖다 쑤셔 넣은 거다.
부추 숨이 적당히 익도록 뒀다가 깍두기 국물을 부었다.
내 취향이니...
정말 이 한 점을 먹기 전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 육질은 내겐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세보진 않았지만 내가 다녀본 순대국집만 수백 곳은 될 것 같은데 아직도 이 육질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다 같은 돼지머리인데 이렇게 다르게 느껴진 건 왤까?
배가 고프거나 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다른 부위도 맛이 좋았지만 맨 위 사진의 부위가 최고였다.
요즘 양이 줄어서 다들 건강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며 걱정이었는데 이 많은 양을 모두 비워내고 말았다.
배가 고프거나 한 건 절대 아니었다.
오래간만에 소주가 당기고, 막걸리가 당기게 하는 순대국이었는데 아직 라이딩이 남아서 참아야 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이었다.
다른 테이블 손님들 하는 얘기를 도둑질해 들어보니 단골들도 많고, 소개받은 사람이 소개해준 사람 외 다른 사람들과 자주 찾아온다고 하는 말도 들었다.
내 입에도 이런데 다른 사람 입에도 다르지 않을 거다.
암튼 춘천에 닭갈비와 막국수만 있는 게 아님을 다른 사람들도 알면 좋을 텐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