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과 동행한 식당이다.
언젠가 이 앞을 지나면서 왠지 모를 내공이 느껴졌었는데 역시 현지인 맛집이었다.
간판도 뭔가 어수룩하고 오래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다.
그런데 마침 한잔하고 속을 풀자며 방문한 곳이 바로 목동의 지리산어탕국수이다.
식당은 테이블 몇 개밖에 없는 아주 조그만 곳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유명인사들의 방문록이 적힌 액자가 눈에 띄었다.
평소 딱히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라 제대로 읽지는 않았지만 근처에 국회의원 사무실이 있어서인지 관련인들이 제법 다녀간 모양이었다.
행주동으로 어탕국수를 먹으러 다니곤 했는데 목동 도심 안에 이런 식당이 있을 줄은 몰랐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낮술이라도 한잔 하러 가고픈 곳이다.
우린 속을 풀자며 왔지만 여기서도 소주를 두 병이나 마시고 말았다.
배가 불러도 꾸역꾸역 들어가는 건 뭔지...
실내 분위기나 인테리어 연식을 보니 20년은 된 것 같아 여쭤보니 19년 됐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설명엔...
단골손님 중에 대기업 회장님도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씀드렸다.
갑부라도 요플레는 핥아먹는다는데 맛집에 손님 등급이 있겠습니까?
맛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영업종료 시간이 다 되어 밥이 다 떨어져 어죽은 한 사람 분량만 남았다고 하셨다.
할 수 없이 어죽 하나에 어탕국수 두 그릇을 주문했다.
이게 기본찬이다.
그런데 우리는 거의 손도 대지 못했다.
그저 어탕국수와 어죽이면 그만이었다.
이건 어죽이다.
밥이 모자랐던 게 내겐 더 행운이었던 것 같다.
어죽이었다면 배가 터져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어죽이나 어탕국수나 밥이냐 국수냐의 차이일 뿐, 베이스는 같은 거니까...
나의 어탕국수다.
향이 고소한데 비주얼은 딱히 뭐...
어탕국수가 뭐 다 거기서 거기지 싶은데...
산초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난 못 먹는 게 없는 식성이라 티스푼으로 하나 가득 덜었다.
민물생선 요리에는 산초 만한 궁합이 없지 말입니다.
소주 인증이다.
그런데 웬 밥이냐고?
밥이 부족해 어죽을 못 주셔서 그런지 공깃밥을 조금 내어 주셨다.
결국 먹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약 15년 전쯤에 짜장면을 이렇게 촬영해 올린 게 너무 맛나 보여서 히트를 쳤던 기억이 난다.
역시 면 요리는 이렇게 촬영해야 맛나 보인다.
그런데 이 어탕국수는 비주얼뿐만 아니다.
배가 빵빵한 상황에 이걸 다 먹고 말았으니...
면을 다 챙겨 먹고 남은 국물은 포장해 왔다는 사실.
새 거로 한 그릇 주문해서 가면 될 것을 왜 그러냐고들 했지만 난 절대 남길 수 없었다.
다을 날 나는 아침밥으로 해결했다.
어죽도 한 컷 촬영해 봤다.
전작이 없었다면 두 그릇도 탐해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
다음에 꼭 다시 방문해 보기로 했으니 작정한 건 풀어야겠다.
비밀은 여기에 있다.
이 국물엔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없다.
비린내 때문에 어죽이나 어탕국수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하물며 그 맛있는 추어탕을 먹지 못하는 분들이라도 이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맛집 같은 맛집을 찾았다.
자주 갈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