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리에서 수증기 뿜어내는 식당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날이 추워지니 모락모락 뿜어지고 순식간이 흩어져버리는 수증기가 반갑게 느껴진다.
홍게찜, 굴찜, 찐만두가 대표적이지 않나 싶다.
아직 본격 시즌은 아니지만 이 계절엔 굴이 들어간 음식들이 인기다.
자고로 굴찜은 직접 쪄서 먹어야 경제적인데 뒤처리, 냄새 때문에 집에서 먹긴 애매한 구석이 있다.
게다가 귀차니즘을 이겨낼 용기가 없는 고로...
저번에 미팅 끝나고 갔다가 대기 18팀에 거의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기에 다른 맛집을 다녀왔었다.
그래서 아주 작정을 하고 4시 오픈시간에 맞춰 미팅을 잡고,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다 가게 되었다.
용산전자상가 신관에서 길을 두 번 건너면 원효굴찜이 있다.
교통편이 아주 불편한 곳이다. ^^
입구 사진은 회식을 마치고 나와서 촬영한 거다.
원효굴찜은 지하에 있고 입구가 2개 있다.
그런데 3시 50분경 도착한 우리 앞에 이미 먼저 온 분들이 계셨다.
우리도 그렇지만 대단한 분들이다.
4시 전에는 문도 열어주지 않더라.
우린 네 명.
굴찜 큰 놈으로 하나 주문하고 굴전도 추가 주문했다.
기본상으로 생굴이 나왔다.
애피타이저라고 해야 하나?
일단 굴향을 느끼며 쏘맥 한 잔 마셔줬다.
4시에 시작했으니 낮술이나 마찬가진데 지하라 그런 느낌은 전혀 었었다.
직원분이 가스불을 켜고 석화가 담긴 찜통을 올렸다.
타이머를 작동해 옆에 두고 생굴에 쏘맥을...
굴찜이 올려지고 나서야 메뉴판을 촬영해 봤다.
가격은 그리 착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굴전을 주문하지 않았으면 입이 심심할 뻔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굴전 하나에 굴이 서너 개 정도 들어가 있다.
당근 등 야채가 조금씩 들어있는데 간은 좀 짠 편이었다.
간장이 필요 없을 정도?
하지만 술안주로는 좋았던 것 같다.
역시 재료가 신선해야지!
쏘맥을 소주로 바꾸고 한 잔, 두 잔 하다 보니 드디어 타이머가 멈췄다.
뚜껑을 열자마자 수증기가 올라왔고 다들 탄호성을 질렀다.
기다리던 녀석을 만났으니 아니 반가울 수가 있나?
회전이 빠른 식당이라 그렇겠지만 굴이 정말 싱싱했다.
가끔 빈 껍데기만 있는 것들이 나와 아쉬웠지만 말이다.
굴 하나에 소주 한 잔 공식은 깨졌다.
굴 세 개에 소주 한 잔?
양이 애매해서 홍가리비찜을 주문하고 잔여분을 그릇에 덜어냈다.
밑에 살짝 보이는 것처럼 계란도 사람 수에 맞춰 쪄지고 있었다.
숨겨져서 몰랐다는...
홍가리비는 익는 속도가 빨라 타이머도...?
엥?
숫자가 안 보인다.
아무튼 가리비가 입을 벌리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봉박두!
홍가리비는 원가가 워낙 저렴한 녀석이라 직접 사다가 많이 쪄 먹었었던지라 가성비가 좀 떨어지는 느낌이긴 했다.
알면 피곤하다는...
배가 부르느니 어떻느니 말들이 많더니 결국 칼국수도 주문했다.
가리비 삶은 국물이 너무 아까우니 이걸 포기할 수 없었던 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찐계란을 투척.
대체 이건 또 누가 다 먹은 걸까?
난 손도 안 댔다.
이렇게 잘 먹고 왔다고 소문을 냈더니 오늘 또 여기로 회식이 잡혔다.
난 다녀온 지 겨우 3일 됐는데 또 가야 한다.
오늘도 낮술각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