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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Jun 28. 2024

베를린에서 건강 검진 받기

독일 온지 6년만에 모처럼 나를 위한 건강 체크를 했습니다

최근 몇개월간 마음의 여유는 없지만, 이전에 비해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서 그동안 따로 신경쓰지 못했던 건강을 체크해보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우리 가족이 독일에 온 이후 가족들 때문에 병원을 자주 들락거렸지만 나를 위해서는 따로 병원을 다녀본 기억이 없었다. 2년전 한국 방문시에 비보험으로 암검사를 포함한 정밀 건강 검진을 받았었고, 다행히 특별한 건강 상의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었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일단 가정의 선생님과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상담을 받기 위해 예약을 했고, 치아 건강 체크를 위해 와이프가 다니는 치과에 예약을 했다. 의사에 따라서 한국인 가정의 선생님처럼 전화로만 예약이 가능한 경우가 있고, Doctolib으로 손쉽계 예약하고 예약 관리가 가능한 치과의사 선생님 같은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Doctolib이나 이메일로 예약이 가능한 곳을 선호하는 편이다.



오랜만에 찾아간 가정의 대기실은 매번 우리 가족이 독일에 처음 왔을때를 기억나게 한다. 공보험에 가입하기도 전에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아이들 건강 검진을 여기서 받았었고, 이민 초기에 의지할 데 없던 우리 가족에게 여러가지 조언과 상담을 해주신 분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삶 자체가 많은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게 일상적이라 한국에서는 그것을 오롯이 감내하고 살았었지만, 일상의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독일에서의 삶에서 오랜만에 스트레스를 받게되니 굳이 혼자 버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가정의 선생님을 찾아서 상담을 했는데, 역시나 좋은 선택이었다. 진지하게 나의 고민과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독일 생활 선배로써 그리고 의사로써 조언을 해주셨다. 한국과 달리 의사 선생님과 20분이고 30분이고 계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독일의 장점이다. 아무리 나를 도와주는 친구, 동료, 가족이 많이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그들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가정의 선생님과의 상담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오랜만에 왔으니 신체 검사와 건강 검진을 해보자고 하셨고, 공보험에서는 기본적인 피검사 결과만 해준다며 30유로를 추가로 내고 정밀 검사 결과를 받기로 했다. 몇주간 3~4번을 방문하며 상담과 건강 검진을 진행 했고, 다행히 이번에도 건강 검진 결과가 좋게 나왔다. 그리고 멘탈 헬스 관리를 위해 심리 치료의 진단서를 써주셨다. Doctolib으로 찾아보니 대부분 공보험은 안되고 사보험이나 개인 비용 부담으로만 예약 가능한 의사나 심리치료사들만 검색이 된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베를린의 공보험을 받는 한인 의사분을 찾아서 이메일을 보내보았다. 생각보다 빨리 답변이 왔는데 영어와 독일어로 상담이 가능하며, 6~9개월간은 신규 환자를 받기 힘들다고 한다. 일단 기다려보겠다고 답장을 하긴 했는데, 어차피 영어로 상담을 진행한다면 다니기 편한 근처에 있는 의사들도 알아보는게 좋을 듯하다.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베를린의 독일 의사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함)



와이프와 딸내미가 다니는 치과는 예전에 와이프의 베프인 터키인 친구가 추천해준 곳이었다. 처음에는 한국인 치과의사분이 있어서 와이프가 다니기 시작했었는데, 지금은 우리 가족 모두가 다니는 곳이 되었다. 코로나 시기에 와이프의 치과 치료를 위해 한번 같이 온 적이 있었고, 와이프가 수시로 다니며 나름 큰 치료를 받으며 의사나 간호사가 어떤지 알려줘서 익히 알고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모든 직원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하기 때문에 소통이 용이하고 시설이나 서비스는 한국 치과와 동일한 스타일이라 부담없이 다니기에 좋다. 나는 독일인 치과의사분과 예약을 했는데, 매번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영어로 자세히 설명을 해줘서 방문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치아 엑스레이를 찍은 다음 가벼운 충치를 떼워주며 서둘러 잇몸 치료를 해야하고, 어금니 한쪽은 서둘러 조치를 하지 않으면 잃을 수도 있다면서 스페셜리스트의 진단을 받아보라고 진단서를 써주었다. 잇몸 치료를 위해 모든 잇몸의 깊이를 측정하고 공보험에 보낸 사이, 나는 추천받은 스페셜리스트에게 메일을 보내 예약을 잡았다.


스페셜리스트의 치과는 중심가에 위치해서 두명의 데스크 직원이 맞이하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가진 규모가 큰 곳이었고, 비용이 공보험으로는 커버가 되지 않는 곳이었다. 내가 예약한 스페셜리스트는 무척이나 쾌활한 성격을 가진 의사였고, 약 20분간 나의 치아 엑스레이와 내 치아 상태를 살펴보면서 나에게 치료 방향을 설명해주었다. 지금 상태에서는 불필요하게 비싼 비용을 들여서 진단 및 치료를 하는 것보다, 다니는 치과에서 원래 하려던 잇몸 치료 결과를 보고 향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면 될 것 같다며 자기가 해당 내용을 내 담당 치과의사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예전에 와이프가 치과 치료를 받을 때에도, 무조건 들어내기보다는 최대한 살릴수 있는건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는데 내 경우에도 비슷하게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독일 병원에서는 진료를 마친 다음 보통은 진료비를 낼 일이 없는데, 스페셜리스트와 20분 정도의 진료에 60유로를 내고 나오며 잇몸 치료를 위한 예약을 Doctolib으로 2주 후로 잡았다.


스페셜리스트의 메일을 받았는지, 치과에서는 내가 예약한 예약날짜보다 한주 앞선 날짜로 빠르게 예약을 변경해주었다. 공보험에서도 꽤나 신속하게 나의 잇몸 치료 비용을 모두 대주겠다는 우편물을 보내왔었기에, 예약 당일 치과가 오픈하는 오전 8시부터 한시간동안 모든 잇몸 치료를 진행했고, 마취를 해서 아프지는 않았지만 꽤나 빡센 치료를 받았다. (독일 치과는 한국 치과처럼 나눠서 치료를 하지 않고 하루에 모두 해버린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경과를 체크했고 나에게 맞는 치간 브러쉬를 골라주며 양치후에 어떻게 치간 브러쉬를 사용하는지 가르쳐 주었다. 3개월 후에 잇몸 치료 결과를 살펴보기로 하고 3개월 후로 예약을 잡으면서 이번 건강 체크는 모두 끝났다. 솔직히 한국 치과를 가면 치료를 해야하는 것 외에도 매번 이것저것 추가로 해야한다고 유도를 하고, 여러차례 나눠서 치료를 진행하기 때문에 비용도 비용이지만 매번 시간을 따로 내야하는 것이 불편했었다.




지난 2달간 가정의, 치과의사를 수차례 방문하고 내가 따로 낸 비용은 건강 검진할때 추가검사 비용 30유로(기본 피검사만 해도 됨)와 충치를 떼울때 실제 치아와 같은 색깔의 충전제로 떼워달라고 추가 요청한 것에 대한 추가비용 100유로가 전부였다. (공보험에서 지원해주는 충전제를 선택하면 무료) 독일 의사 예약 잡기 힘들다고 하지만, 내경우에는 일주일에 한두번씩 의사와 예약을 잡아서 수시로 드나들었다. 굳이 전화를 걸지 않고 앱이나 이메일로 손쉽게 예약을 잡는 것도 가능했고, 치과의사 선생님의 경우에는 사소한 질문 같은 것은 따로 예약잡지 말고 WhatsApp으로 문의해도 된다고 방법을 알려주었다. 독일 의료 보험이 비싸고 의료 시스템이 엉망이라고 하지만, 한국에서 가족들 때문에 수도 없이 병원을 다녔던 경험과 비교를 해봐도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이 되지는 않는다. 최근 방문 시에 한국인 가정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독일 의료에 대한 좋은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은 사회주의 국가라, 의사는 보험 수가가 예전보다 낮아져도 항의할 수 없고 정부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어야 한다.
하지만,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이 경제적인 문제가 생기면 정부는 해당 병원을 정상화하기 위해 모든 것을 지원해준다.


또하나, 치과 치료시 추가 비용에 대해서는 치과에서 직접 결제를 하지 않고, 모든 치료를 마친 다음 나중에 따로 청구서가 집으로 날라온다. 청구된 금액을 한달 이내에 정해진 계좌에 송금해주면 되는데, 이것이 꽤나 편하다. 와이프의 경우 몇개월이 걸리는 긴 치료 기간 동안 한번도 비용을 지불한 적이 없었고, 치료가 모두 끝난 다음에야 전체 비용에서 공보험이 지원해주는 비용을 제외한 개인 부담금에 대한 청구서를 보내왔었다. 지금은 독립해서 학교 근처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는 딸내미도 치과를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는데,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발생할 경우에는 역시 집으로 청구서가 오기 때문에 관리가 편하다. 당연히 이렇게 추가 지불한 치료 비용과 약값은 연말 정산시에 공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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