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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Apr 08. 2020

창작의 과정을 통한 성취와 성장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전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장기전을 치르고 있는 와중이라, 재택 근무를 지난 3주 동안하다가 이번주 부터 2주간의 재택 휴가를 보내고 있다. 2주간의 멋진 여행 계획은 진작에 모두 취소하였지만, 모처럼의 개인적인 여유 시간은 놓치기 싫어서 휴가는 그대로 쓰기로 한 것이다. 한국이나 독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매일 다양한 뉴스들이 쏟아지고 각국 정부와 국민들이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에 대응하고 적응하느라 모든 것이 뒤로 미뤄진 상태이다. 무엇보다 걱정은 이 바이러스가 예상보다 장기적으로 진행됨으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것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개인적인 삶의 패턴이 크게 변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세계가 이 바이러스와 한창 싸움을 벌이고 있는 마당이니, 어느 정도 정리가 될 때까지는 정부나 사회의 지시에 따라 최대한 조심하고 조심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얼마전에 누군가 트위터에 "본의 아니게 외출과 만남이 통제되는 시기이다보니, 창작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라는 취지의 트윗을 올린 것을 보았다. 이 글을 읽자마자 그 동안 바쁘게 살면서 잊고 있었던 "창작"에 대한 의욕이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다. 실제로 재택 근무를 하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늘게 되었고,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꽤나 애매했었는데 미뤄두었던 개인 프로젝트를 다시 꺼내서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역사 덕후인 필자의 개인 프로젝트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필자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코에이의 "삼국지" 게임 시리즈를 즐겨했었고 (지금은 "토탈워" 시리즈를 즐겨함) 여러가지 역사 소설들을 읽으면서 나만의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기 위한 기획과 개발 시도를 이미 해왔었다. 홍성유 작가의 "장군의 아들" 전권을 사서 책을 몇번씩 읽으며 꽤나 디테일하게 게임 기획을 했던 것을 바탕으로 2000년에 "야망의 신화"라는 게임을 만들어서 출시했었고, (흥행은 실패) 사회 생활을 하면서 읽었던 양재숙 저자의 "다시 쓰는 임진대전쟁"이라는 두권의 역사책에서 영감을 얻어 2018년에 "임진전쟁"이라는 게임을 만들었었다. (역시 흥행은 실패) 특히 "임진전쟁"은 오래 전부터 틈틈이 기획해오던 게임을 독일에 와서 구직 활동을 하면서 한달 동안 집중해서 완성한 게임이라 개인적으로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게임이었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omworldgame.moa&hl=ko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openmindworld.imjinwar&hl=ko


지금은 고등학교 3학년때 재미있게 읽었던 백제를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을 바탕으로 기획했던 것으로 "삼국전쟁"이라는 게임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원래는 고구려, 신라, 백제를 배경으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새로 기획을 하면서 주변 국가로 확장을 하다보니 한번에 15개 국가가 등장하는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 최근에 김진명 작가의 "고구려"를 리디북스 앱으로 읽었었는데, 지나치게 평면적인 등장 인물들과 공감할 수 없는 스토리 전개로 인해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예전처럼 역사 소설이나 역사 서적에서 베이스를 잡기 보다는 5~6세기 동아시아의 국가들에 대한 영문/한국 위키백과의 내용을 근거로 방대한 스케일의 자료를 정리하고 게임을 기획 개발하고 있다. 특히 영문으로 된 위키백과는 다양한 나라들의 고대 왕조와 지도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어서 게임을 기획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아래 일러스트에 등장하는 병사는 9명인데, 하루에 1명씩 그렸으니까 이 일러스트 하나 만드는데 최소 9일이 소모된 셈이다. ㅎㅎ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아래 그림들과 같이 삼국시대를 바탕으로 한 게임 기획과 캐릭터 디자인을 열심히 했었다. 아무래도 당시 코에이 삼국지의 영향을 받았기에 지도 스타일이 삼국지 2 스타일이다. (당시 재미있게 본 "삼국기"라는 역사 드라마의 사진을 신문에서 오려낸 것도 있다) 그러고 보니 필자는 고등학교 3학년때에도 공부 대신 했던 것들이 꽤나 많았는데, 삼국시대 게임 기획 뿐만 아니라 꽤나 많은 건담 프라모델이나 밀리터리 프라모델 역시 고등학교 3학년때 만들었었다. 그리고, 20대에 접어 드는 시기에 몇년 동안 감동 깊게 읽었던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 (도쿠가와 이에야스)" 역시 고등학교 3학년때부터 읽기 시작했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께는 참으로 말도 안듣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했던 꽤나 나쁜 자식이었다. ㅠㅠ 그러나 여전히 나의 창작 욕구를 왕성하게 일으키게 만드는 것은, 바로 내가 10대였던 중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책과 게임들이었다는 것을 보면 결과적으로 보면 꼭 그렇게 최악은 아니었던 듯 싶기도 하다.

2년 전에 이미 "임진전쟁"을 만들면서 한번 해본 경험이 있다보니, 이번에 만드는 "삼국전쟁"은 그때보다는 좀더 수월하게 작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아이패드에서 밑그림을 그리고, 윈도우 노트북에서 김프(gimp)로 채색을 하는 방식으로 왕과 병사들의 CG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니다보니 저가형 아이패드와 1세대 애플 펜슬이면 충분하다. 등장하는 국가가 15개 전후이고, 320개가 넘는 지역을 배경으로 사용되다보니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고 게임용 데이터로 만들어서 정리하는 것이 꽤나 번거로운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임진전쟁"을 통해서 경험한 시행 착오를 바탕으로 좀더 나은 게임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재미"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소프트웨어 개발 중에 가장 재미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은 바로 게임 개발이다)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안드로이드용 게임으로만 만들었었는데, "삼국전쟁"부터는 아이폰용 게임도 같이 만들어볼까 고민 중이다. 만들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본업이 있다보니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 또한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논란이 되는 글을 쓰면서, 마무리에 나중에 은퇴를 하고서도 계속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적었더니 "개발"이라는 단어를 오해하는 개발자들이 있었던 것 같다. 필자가 은퇴하고서 만들고 싶은 소프트웨어는 남들에게 돈을 받고 만드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지금 만들고 있는 "삼국전쟁"이나 "임진전쟁", 아니면 오래전에 만들었던 "야망의 신화"와 같이 내가 좋아하고 내가 만들고 싶은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오랜 사회 경험을 통해서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것은 나의 관심사나 나의 개인적인 발전과는 상관없이 참여해야 하는 "일"이기에, 그 안에서만 뭔가를 계속 얻으려고 한다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떤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여 고객을 만족 시킬 수 있는 좋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신경을 쓴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전혀 다르다. 나는 이 게임들을 통해서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마음껏 해보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개인 프로젝트는 얼마든지 실패를 해도 나의 생계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에, 전혀 부담을 가지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다.

https://apps.apple.com/us/app/id1514479142#?platform=iphone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openmindworld.samgukwar

https://twitter.com/hashtag/%EC%82%BC%EA%B5%AD%EC%A0%84%EC%9F%81?src=hashtag_click&f=live


게다가,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재미있는 이유는 사용자의 피드백을 곧바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고민을 하고 잘 만들려고 해도, 나라는 인간은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으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인지할 수 있게 되고, 더 나은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용자들이 나쁜 평가를 하더라도 기쁘게 받아들이고, 놓쳤던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되는 동기가 된다. 흔히들 자신에게 "동기 부여"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필자의 경우에는 형편이 없든, 잘 만들었든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창작물을 만들어 공개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 그 중에 한 방법이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스스로 추진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관심을 가지고 한마디만 해주어도 그것은 곧 나를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추진재가 되고 동력원이 되어 준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소프트웨어 개발이란 나 자신을 알아가고, 내가 꾸준히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내가 게임으로 만들고 싶은 역사적인 소재는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한국전쟁", "독립전쟁", "병자전쟁", "여몽전쟁", "1차세계대전", "2차세계대전" 등등 생각만 해도 설레인다.


https://nashorn892087495.wordpress.com/2018/07/02/create-and-launch-an-android-game-in-a-mon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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