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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Mar 09. 2020

독일 IT 취업 : 자동차로 출근하기

베를린에서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할 때에는 전체 커리어 중에 최소 절반 이상은 자동차를 몰고 출퇴근을 했었다. 일단 자동차를 워낙 좋아했었고,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이후에는 입사 시 "주차 공간 제공"이 기본 조건 중에 하나이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하루 왕복 100km까지 자동차로 출퇴근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자동차로 출퇴근을 하게되면, 일단 좋은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출근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이왕 일찍가는 거 아예 6시쯤 회사에 도착을 하고 2시간 정도를 운동을 한 다음 업무를 시작하는 패턴을 유지한 덕분에 일석 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었다. 또한, 하루에 출퇴근 시간에 2시간 전후를 차 안에서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여유이기도 했다. 겨울에도 윈터타이어를 장착한 덕분에 눈이 엄청 오든 상관없이 자동차를 몰고 다닌 덕분에 감기 걱정도 없었고 추위 때문에 고생을 한 적도 없었다. 확실히 자동차를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면 얻게되는 이점이 많았기에 기름값이나 차량 유지비 정도는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비용에 불과했었다.


그러다가 독일에 왔고, 생각보다 잘되어 있는 자전거 도로와 사람과 자전거를 배려하는 운전 매너 덕분에 자전거와 U-Banh, S-Bahn을 타고 출퇴근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물론, 독일에 오자마자 샀던 "폴로"가 굳이 몰고 출퇴근을 할만큼 마음에 드는 차가 아니었던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최근에 "샤란"으로 차량을 바꾼이후, 컨디션이 않좋아서 한번 몰고 출근을 해보게 되었다. 폴로나 샤란 모두 내장 네비게이션이 장착되어 있고, 유럽 전역을 커버해주고 교통 정체를 반영하여 경로를 잡아주는 등 쓸만한 편이지만 Waze (구글에 인수된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만든 소셜 네비게이션)를 함께 실행해놓고 같이 참고하면서 운전을 하는 편이다. 한국에서도 차량 내장 네비와 T맵을 같이 실행해놓고 다녔던 것과 비슷하게. 그런데, 생각보다 출근 시간에 자동차를 몰고 출근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확실히 평소 운전을 할 때보다 차량이 많고 때로는 정체 구간이 길게 잡히는 데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힘이 안들었다.


베를린도 독일에서는 가장 큰 도시 답게 출퇴근 정체가 존재한다. 집에서 회사까지 출근을 하려면 시내를 가로지르는 것보다는 외곽 순환 도로 같은 도로를 타고 가야하는데, 합류하는 지점에 차량이 많이 몰리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한대 끼워주고 한대 가고" 원칙이 잘 지켜지기 때문에 아무리 차량이 많아도 합류 지점에서 특별한 스트레스 없이 합류 및 메인 도로 진입이 가능하다. 물론 가끔 안끼워주려는 차량이 한두대쯤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깜빡이를 켬과 동시에 기다려주기 때문에 일부러 억지로 들이대거나 클락션을 누를 필요가 없다는 사실. 진입하기 위해 늘어선 차들이 많아도 다른 차선으로 앞질러간 다음 끝쪽에서 끼어들기를 하려는 차가 전혀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추가 정체를 만들지 않는 점 또한 현명하다. 멀쩡하게 잘 기다리는 다른 차들을 바보로 만들면서, 이기적으로 자기만 빨리 가겠다고 룰을 깨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다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다. 집에서 회사까지 오면서 카메라 구간은 약 2~3곳 정도 있는데 대부분 속도 카메라보다는 신호 위반 카메라가 많다. 때때로 한차선을 청소차가 점유하고 쓰레기통을 비우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 하나 짜증을 내지 않고 기다리거나 차선 변경을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회사에 배정된 주차 공간이 몇개가 있어서 여유가 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많은 직원들이 공용으로 사용하거나 고객 주차장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 등이 있어서 마음 편하게 매일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가끔 컨디션이 안좋거나 날씨가 안좋을 때만 자동차를 이용하여 출퇴근하고 있다. 운전 중에는 한국에서처럼 바하의 첼로 연주곡 CD를 들으면서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운전을 하던지, 독일어 B1.1이나 B1.2의 책에 부록으로 들어 있는 CD를 틀어놓고 독일어 듣기 연습을 하면서 운전을 하고 있다. 다음에는 영어나 독어 오디오북 같은 것을 구입해서 들어볼까 생각도 해보고 있다.


"유럽"스러운 거리의 모습을 보면서 퇴근을 하는 기분도 나쁘지 않다. 퇴근 시간 정체는 4~5시부터 시작되는데, 출근 때에 비해서 좀더 여유 있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다. 차를 몰고 출근한 날에는 집사람이 메신저로 보내온 장봐야 하는 목록을 참고해서, 퇴근길에 Lidl에 들러서 장을 봐서 들어가기도 한다. 요즘 이웃 건물이 리모델링을 하는 통에 주차 공간이 많이 줄어들어서 주차 공간을 찾는 것도 또하나의 일이 되기는 했지만, 거주자 주차권이 있기 때문에 집근처에 주차 가능한 공간만 잘 찾으면 된다. 다만, 샤란이 폴로보다는 훨씬 큰, 5m에 가까운 크기이다보니 주차할 때 어려움이 있는 편이다. 그러나 주차 자리를 찾는 것이나 큰 차를 잘 주차하는 것도 나름 노하우가 쌓이고 있는 듯 하다. 결론적으로 보면, 독일에서도 자동차를 몰고 출퇴근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고 대부분의 경우 훨씬 더 편하게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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