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는 배달음식이나 24시간 편의점 같은 것이 있을까?
2018년 4월 1일에 독일에 왔을때, 때마침 부활절 휴가 시즌이라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었다. 독일에는 매년 4월쯤 부활절 휴가 시즌이 있는지 당연히 몰랐고, 평소에도 일요일에는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는 것 또한 알지 못했기에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집에는 큰 가구만 들여놓았을 뿐, 먹을 것이라고는 준비한 것이 없었고 샴푸와 세제와 같은 생활 필수품도 없었다. 시차 적응을 못한 상태라 새벽 일찍 일어났기에 아들과 둘이서 근처에 주유소에 가서 우유와 빵 등을 사와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2년 정도를 살아보니, 굳이 주유소를 가지 않아도 일요일에도 영업을 하거나 평일에도 늦게 운영을 하는 곳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주유소는 24시간 운영된다고 보면 된다. 가격은 일반 수퍼마켓 보다는 비싼 편이지만, 언제든 제약 없이 음식이나 간단한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당연히 자동차에 주유도 가능하다. ㅎㅎ
우리나라의 24시간 편의점과 같은 가게라고 보면 된다. 요일에 따라 밤 늦게까지 운영을 하거나 24시간 운영을 하기도 한다. 외국인 친구들이나 동료들은 여기를 자주 이용하는 것 같다. 일요일이나 부활절 휴일 같은 때에도 영업을 하기 때문에 유용하다.
집에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S-Bahn 역에 있는 편의점 같은 상점으로, 역시 일요일에도 운영을 하기 때문에 토요일에 미처 장을 보지 못한 경우에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아침 5시에 열어서 저녁 11시쯤 닫는 것 같다. S-Bahn 역에는 다른 식당이나 빵집, 서점 등도 일요일에 영업을 하기 때문에 유용하다.
우리나라로 보면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인데 평일에도 밤늦게까지 운영을 하기 때문에 집사람과 같은 건물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마치고 밤 10~11시쯤에 장을 보러 들르기도 한다. 전자제품, 자동자/자전거 용품, DVD와 옷, 다양한 생필품은 물론 화장품과 다양한 술 등을 팔기 때문에 1주일에 한번 이상은 장을 보러 가는 편이다. 당연히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베를린의 경우, 밤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술집이나 식당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솔직히 먹고 마시고 노는데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집 바로 옆에 대형 쇼핑몰과 S-Bahn 역과 U-Bahn 역은 물론 주유소까지 있기 때문에 생활하는 것은 한국하고 거의 차이가 없다. 처음에 왔을 때, 일요일에 대부분의 가게가 영업을 안하는 것이 불편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익숙해져서 가끔 일요일에 대형쇼핑몰이 영업을 하는 경우가 생기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독일은 한국 보다 국토 면적이 훨씬 크고 한국처럼 수많은 대도시, 중소규모 도시 들이 존재한다.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당연히 삶의 질이 달라질 수 밖에 없고, 한국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서울/경기 지역에 몰려 사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역세권이나 대형 쇼핑몰 주변에 있는 집값이 괜히 비싼 것도 아닐 것이고.
요즘에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배달앱을 이용하여 초밥이나 쌀국수, KFC 치킨이나 맥도널드 햄버거 중에 한가지를 주문해서 먹고 있다. 처음에는 Foodora라는 이름의 앱이었는데, 나중에 Lieferando라는 앱으로 변경되었다. 아마도 인수 합병이 된 듯. 배달앱으로 주문할 수 있는 음식은 피자/파스타, 초밥, 미국 햄버거, 인도 음식, 중국 음식, 멕시코 음식, 이탈리아 음식, 그리스 음식, 터키 케밥, 독일 음식, 아시안 음식, 샌드위치, 슈니첼(돈가스), 스테이크 등 꽤나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물론 한국에서 흔하게 주문할 수 있는 한국 음식은 없다는 것이 한국 사람인 우리에게는 아쉬운 점이지만, 나가기 귀찮을 때 어렵지 않게 배달음식을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은 한국이나 다를 바가 없다. 회사에서는 근처에 한국인 매장이 있어서 한국 치킨 배달이 가능하지만, 집에서는 KFC 치킨으로 만족하고 있다. 짜장면, 짬뽕, 족발, 매운양념통닭, 오돌뼈, 매운 떡볶기 등은 언제나 그립다. 배달시키는 초밥의 퀄리티는 생각보다 괜찮아서, 최근엔 주말마다 치킨이나 초밥 중에 하나를 시키는 경우가 많다. 어떨때는 둘다 시켜서 먹는 경우도 있고.
베를린에도 드물지만 배달용 오토바이가 있는 것 같지만, 대부분은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한다. 가끔 산책을 하다보면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는 자전거 배달원을 종종 볼 수 있고,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 보면 늘 배달용 자전거들에게 추월을 당한다. 생각보다 배달 속도는 느리지 않아서 그럭저럭 기다릴만 하다. 배달앱으로 주문할 때 얼마 이상이어야 하는 것은 한국과 비슷한 것 같고, 업체에 따라 대부분 배달비를 따로 받는다. 여기에 와서 배달을 시킬 때, 한국하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배달비를 이미 지불했음에도 배달원에게 따로 1유로씩 팁을 주고 있다. 여기에서 살면서 팁 문화에 익숙해지니 한국에서도 진작 그랬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독일도 팁이 무조건 강제되는 문화는 아니라고 하지만, 점심 식사 후에 회사 동료들이 적게는 50센트에서 1유료 정도 팁을 주는 것을 보면서 배웠고 그것이 몸에 배니 이제는 어디에서든 자연스럽게 팁을 주게 된 것이다.
한국의 24시간 편의점이나 배달 음식과는 100% 똑같지는 않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에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물론 한국도 그러하듯 지역에 따른 차이는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일부는 한국보다 나은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저녁이나 토요일에도 영업을 하는 우체국이다. 한국과는 달리 독일은 여전히 우편 이용률이 높다보니 이것은 확실히 편하고 도움이 된다. 정말로 한국 음식을 먹고 싶거나 군것질을 하고 싶으면,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거나 아시안마트에 들러서 사먹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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