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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Jun 06. 2019

독일 IT 취업 : 점심 식사 이야기

독일 직장인들은 점심을 무엇으로 먹을까?

필자는 독일 스타트업에서 근무를 하면서 가끔 집에서 준비해간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점심을 떼우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일부러 회사 동료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먹으러 나가는 편이다. 어림잡아 회사 동료 중 절반 정도는 자신이 가져온 점심을 먹는 것 같고, 나머지 절반은 외식을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점심 시간에 같이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서로 친해지기 쉬운 방법이고 다른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뿐만 아니라 회사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도 큰 회사들은 한국의 복지가 좋은 회사들처럼 점심 식사를 회사에서 제공해준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도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떼우기"보다는 일부러 외부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는 것을 선호한 편이었기에 회사 동료들과의 점심 식사는 늘 즐겁다.


독일 생활을 하면서 딱히 한국이 그립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한국 음식만은 항상 그리운 이민자로써 점심 식사로 무엇을 먹고 있는지를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독일인들 조차 점심 식사는 정통 독일식 음식이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즐기는데, 덕분에 다행인 것은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 적응 안되었던 부분은 한국 처럼 국물 음식이 흔하지 않은데도 피자를 먹을 때 콜라를 같이 마시지 않는 것처럼 대부분 퍽퍽한 음식에만 집중해서 먹는다는 점이었다. 물론 가끔 음료수나 맥주를 같이 주문해서 먹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처럼 공식처럼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이 다르다.


점심 가격은 5유로 전후에서 10유로 전후까지 다양하며,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전히 많은 한국 사람들이 독일의 외식 가격이 비싸다는 주장을 펼치는데, 개인적으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그 사람들이 한국에서 도대체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도 맛있는 점심 한끼를 먹으려면 1만원 전후를 써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관점이 다를 수 있겠지만, 필자는 허기를 채우기 위한 목적의 식사는 거의 하지 않기에 논외로 치겠다. 독일 외식 물가를 논하기 전에 한국 외식 물가의 현실부터 다시 한번 확인해보시길.


케밥집 : 3유로

회사 사무실 바로 옆에 케밥집이 있는데, 점심 시간이 되면 늘 사람들로 붐빈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과 양도 괜찮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데, 우리들은 회의 때문에 급하게 먹어야 하는 경우나 날씨가 안좋아서 멀리 가지 싫을 경우에만 이용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슈와마를 좋아하며, 평균적으로 1주일에 한번 정도는 들리는 것 같다.


비엣남 식당 : 6.5유로

한국에서 비엣남 쌀국수는 어쩌다 한번 외식으로 먹는 음식이었지만, 독일에 와서 가장 많이 먹는 음식 중에 하나가 되었다. 독일 사람들이 비엣남 식당을 많이 이용하는 것은 정말 의외인데, 대부분의 비엣남 식당이나 타이 식당의 메뉴를 보면 엄청나게 많은 음식 종류가 있음에 한번 더 놀란다. 한국식으로 변형된 쌀국수가 아니라 좀더 비엣남 스러운 맛의 쌀국수를 먹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호무스 : 3.5~4.5유로

독일에 와서 처음알게된 음식 중에 하나가 바로 "호무스"이다. 중동 지역에서 많이 먹는 음식인 것 같은데, 이스라엘 동료 덕분에 처음 알게 되었다. 가격이 저렴하고 맛도 좋은데, 호무스를 빵에 찍어 먹는 것도 좋지만 생양파와 올리브, 피클과 토마토 등을 곁들어 먹는 것도 인상적이다.


터키음식점 : 4.9유로

이란 동료가 좋아하는 음식점이라 가끔 들르는데, 그때그때 마다 다른 점심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터키인 친구집에 초대되었을 때도 같은 음식을 먹었는데, 전반적으로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스타일이다. 독일 동료들도 익숙하게 먹는 것을 보면, 터키 음식이 독일에 자리를 잡은지 꽤 된 것 처럼 같이 보인다.


채식 레스토랑 : 5유로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베를린에는 고기를 안먹는 회사 동료나 친구들이 의외로 많다. 한국 같으면 고기가 없어서 못먹는 경우가 있어도, 일부러 채식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채식 위주의 식사를 고집한다. 한국과 달리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는 채식 메뉴가 있어서 어렵지 않게 꾸준히 채식이 가능하기도 하다. 가끔 찾아가는 채식 레스토랑에서는 다양한 채식 요리들을 준비해놓고 그릇 크기에 따라서 2종류, 3종류, 4종류를 선택해서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을 못하고 중간사이즈 접시를 선택해서 3종류의 음식을 골라서 먹었는데 그 양이 예상보다 많아서 고생했었다. 그래서 지금은 제일 작은 접시를 선택해서 2종류 음식을 골라 먹고 있다. 채식 메뉴이지만 양도 많고 맛도 좋아서 만족스럽다.


인도 음식점 : 6.5~12유로

다른 동료들은 저렴한 점심 메뉴를 선택하지만, 본인은 인도인 동료와 함께 맛있는 메뉴를 선택해서 같이 먹는다. 가격은 2배 정도가 되지만, 인도인이 좋아하는 정통 인도 요리를 맛있게 즐길 수 있다는데 의미가 크다. 예전에 컨디션이 안좋아서 일부러 매운 스프를 주문하고 음식을 가장 맵게 요리해달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로 매워서 죽는 줄 알았다. 식사할 때 망고라시를 곁들이는 것은 기본.


햄버거집 : 6.5유로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점심 시간에 "비즈니스 런치" (한국식으론 런치 메뉴)를 제공한다. 동료들과 일주일에 한번 쯤은 꼭 들르는 햄버거집에서도 비즈니스 런치를 제공하는데 작은 음료수 하나와 양이 많은 햄버거와 감자 튀김을 세트로 제공한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있으면서 양도 충분해서 다들 좋아한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 6.5~8유로

이탈리아 레스토랑 역시 비즈니스 런치로 먹으면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파스타나 라자냐도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해물 스프를 무척 만족스럽게 먹었다. 우리나라 식으로 하면 해물탕 같은 느낌인데 빵을 곁들여 먹는 것 대신 밥하고 먹으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한끼가 될 것 같다. 국물 음식이 드문 이곳에서는 모처럼 만난 단비와 같은 존재이다. 


이탈리아 피자가게 : 5유로

이탈리아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사각피자 전문점으로 한조각에 2.5~3유로 정도하는 피자집이다. 역시 회사 동료들이 자주 찾는 곳이며, 2조각만 해도 충분히 크기 때문에 한끼 식사로 충분하다. 대부분 음료수를 마시지 않고 피자만 꾸역꾸역 먹는데,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필자도 콜라 없이 2 조각 정도는 쉽게 먹게 되었다. 파스타도 퀄리티가 좋은 편.


그리스 레스토랑 : 6.5~10유로

회사 근처의 대형 푸드코드에 있는 식당 중에 마음에 드는 그리스 식당이다. 케밥이나 꼬치 스타일의 음식도 있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생선 튀김과 감자를 곁들인 것이다. 한국에 있었으면 밥 없이 생선 튀김만 먹는 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감자를 곁들여 먹으면 그나마 먹을만하다. 대신 생선튀김의 경우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져서 10유로 전후로 비싼 편이다.


시리아 피자가게 : 7유로 전후

피자하면 당연히 이탈리아 피자!라고 생각해왔지만, 그 선입견을 깨도록 만든 피자가게가 있다. 독일 동료의 추천을 받아서 가기 시작한 이곳은 피자를 만드는데 꽤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전화로 주문해놓고 가서 먹는 것이 좋다. 이탈리아 스타일과 시리아 스타일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시리아 스타일 피자는 정말로 맛이 끝내준다. 독일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동료들은 식사할 때 보통 피자 한판을 모두 먹어치우는데, 처음에는 만만한 일이 아니라서 한두조각 남겨서 포장해갔었는데 지금은 필자도 한판쯤은 콜라 없이 먹어치우게 되었다.


이디오피안 레스토랑 : 9유로

매일 지나만 다니다가 (전혀 식당처럼 안생기고 관광 기념품 판매점 처럼 생겼음) 영국 동료 덕분에 가게된 식당이다. 음식을 주문하면 한참 걸려서 음식이 나오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이디오피안 맥주(한병당 3유로)를 한병 마시며 기다릴 수 있는 금요일 점심 시간에 방문하는 편이다. 역시 고기 메뉴와 베지 메뉴 각각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9유로짜리 고기 요리(이름은 모름)를 즐겨 먹는다. 밀전병 같이 생긴 피에다가 고기나 야채를 손으로 담아서 먹어야 하는데 상당히 이색적이고 건강하게 느껴진다. 은근히 양도 많아서 다 먹고 나면 꽤나 배가 부른 편이다.


스시집 : 10유로 전후

베를린에 살면서 한국에서보다 더 많이 초밥을 먹었던 것 같다. 물론 초밥(니기리)의 퀄리티는 한국이나 일본에 비할바 못되지만, 그래도 가끔씩 초밥을 먹으면서 위안을 삼는 편이다. 독일인들은 캘리포니안 롤을 보통 "스시"라고 부르는데, 날생선을 사용한 니기리 같은 것은 먹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스시집에 가면 독일인들은 일반적으로 캘리포니안 롤 세트 메뉴 같은 것을 주문하고, 필자는 좋아하는 생선 니기리와 일본 맥주를 주문하는 편이다. 독일식 세트 메뉴를 먹으면 10유로 이하에 먹을 수 있지만, 니기리를 주문하면 당연히 10유로 이상의 비용이 든다.


티베트 식당 : 10유로 전후

딱한번 마케팅팀의 동료들을 따라가서 먹은 적이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끌리지는 않지만, 이때 먹었던 바싹한 오리고기 요리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일부러 다시 찾을만한 수준은 아닌듯.


이 외에도 몇몇 곳이 더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위에 나열된 음식점 중에 한 곳을 이용하는 편이다. 회사 근처에 한국 식당이 없다보니 점심 시간때에는 한국 식당을 이용해본 적은 없지만, 만일 근처에 있다면 가끔 동료들과 들를 것이다. 다들 짐작하는 것처럼 독일 사람들은 비빔밥이나 불고기 같은 한국 음식을 좋아하지만, 매운 음식은 거의 먹지 못한다. 그래도 신기한 것은 동양 음식점에 워낙 익숙한 탓인지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젓가락질을 생각보다 잘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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