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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Apr 12. 2019

독일 IT 취업 : 연말 정산 이야기

독일에선 연말 정산 이외에도 연간 정산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한국에서는 연초가 되면 연말 정산을 위해서 홈택스 홈페이지에 별도의 연말 정산 페이지를 운영할 정도로 붐빈다. 적던 많던 지난해에 냈던 세금 중에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돌려받는 것이 우리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독일에 와서 놀란 것 중에 하나는, 독일 동료들이나 다른 외국인 동료들은 연말 정산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많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의 직장인들에 비해서는 "초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독일에서는 한국과 달리 1월부터 5월까지 직접 연말 정산 서류를 작성해서 세무서에 제출하면 된다. 필자도 미루다가 미루다가 2월말에 신청을 했고, 4월초에 제출한 서류를 돌려 받으면서 세금 환급 금액을 안내받았다. 그리고 며칠 후 바로 계좌로 환급 금액이 입금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일은 평균적으로 서류 작업이 느리게 진행되는 편인데, 의외로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입금도 척척 해주는 경우가 있다. (킨더 겔트도 빨리 처리 되었었다)


다행히 독일 연말 정산 관련하여 몇몇분께서 블로그에 정리를 해주셔서 참고할 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TaxFix라는 독일 스타트업의 앱으로 1월 중에 연말 정산을 신청할 계획이었다. 영문으로 되어 있고 상당히 사용하기  쉬워보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소득 부분에 대해 작성을 할 때, 가지고 있는 급여 명세서가 스캔이 되지 않아서 일일이 수동으로 직접 입력을 해야했는데 어떤 항목이 급여 명세서의 어떤 부분과 매치가 되는지 애매한 부분이 많아서 결국에는 포기하고 말았다. 아마도 이부분은 매월말에 받는 급여 명세서가 아니라 3월초에 회사에서 따로 연말 정산을 위해 준 서류를 스캔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 서류가 없었으니 몇가지 항목을 채우지 못해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그나마 참고했던 블로그 중에 "SteuerGo"가 괜찮은 것 같아서 다시 연말 정산을 시도해보았다. 이미 TaxFix를 이용하여 항목 기재를 해보았던 덕에 대부분의 항목은 어렵지 않게 채울 수 있었고, 소득 관련된 항목들도 어찌어찌 채워 넣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못 기입한 항목이 한둘쯤 있었던 것 같은데, 입력을 마치고 비용을 결재하면 (30유로 정도) 작성 내용이 자동으로 세무서로 전송되고 연말 정산 서류 양식으로 만들어진 PDF를 다운받을 수 있다. 서류를 출력하고 증빙이 필요한 부가 서류들과 함께 우편으로 보내면 끝난다. 말로는 간단해보이지만 다시 하라면 잘할 자신은 없다. 그래도 예상한 세금 환급 비용을 거의 인정 받은 듯하다. 약 50만원 정도의 세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군소리 없이 돌려주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부양 가족들을 포함한 신용 카드, 직불 카드 및 현금 사용분, 병원비, 보험료, 기부금, 대중교통비 등 다양한 항목들에서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일단 독일에서는 직접적으로 업무와 관련된 부분이나 교통비 (근무일수와 출퇴근 거리 등도 중요), 개인 보험료나 계좌 유지비, 기부금 등 상대적으로 공제 받을 수 있는 항목이 많지는 않다. 매월 부담하는 적지 않은 월세에 대해서는 아무런 공제 혜택이 없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처럼 이사 비용에 대한 공제가 되는 점이다. 물론 이 또한 직장 때문에 이사를 한 경우로 제한되는 것 같지만 덕분에 거의 대부분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사 비용과 같이 큰 항목이 없으면 환급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 이는 내년에 다시 연말 정산을 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https://hsoochun.tistory.com/242


예전에 독일 물가에 대한 글을 쓰면서 독일에서 받는 급여에서 내는 세금과 연금, 의료보험료 등이 한국의 2배 정도 된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어차피 연금이나 의료보험은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비용이기 때문에 세금만 놓고 본다면, 환급 받은 세금을 제외하면 우리 가족의 지난해 세금은 50만원 정도인 셈이다. 그런데, 일을 시작한 달부터 작년 연말까지 받은 킨더겔트가 300만원쯤되니 최종적으로는 낸 세금보다 250만원 정도를 독일 정부가 우리에게 더 준셈이다. 즉, 금전적으로 더 직접적인 혜택을 보았다는 것이다. 아이들 둘 때문에 매월 받는 50만원 정도의 킨더겔트는 정말 유용하고 큰 도움이 된다. 저출산이 심각한 한국에서도 이러한 제도는 가능한 한 빨리 시행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3월말쯤, 전기 회사에서 전기 계량기 값을 알려달라고 요청을 해왔다. 그래서 집 구석 구석과 건물 곳곳을 뒤져보았지만 전기 계량기 처럼 생긴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옆 건물에 사는 친구 집에는 집안에 전기 계량기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 건물의 경우에는 어딘가에 잠겨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집 주인 (소유 회사)에게 메일을 보내서 계량기 값을 알려달라고 했다. 한두번 메일을 주고 받은 다음 전달받은 계량기 값은 작년에 처음 전기 회사에 등록한 값하고 비슷해서 이상하다고 다시 회신을 보냈더니, 관리 회사에 다시 계량기 값을 요청했으니 며칠 후에 우편함에 넣어주겠다고 한다. 내 집의 전기 계량기 수치를 읽는 것조차 이메일로 며칠 걸려서 해야하는 것이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못할 일이지만, 1년째 독일에 살고 있다보니 불편함이라고 생각이 되지도 않는다. ㅎㅎ 아무튼 그 주의 금요일에 약속대로 우리집 전기 계량기의 수치가 적힌 종이가 들어있었고, 전기 회사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해당 수치를 입력했다.


며칠후 전기 회사에서 나의 전기 요금 정산 문서가 등록되었다는 이메일을 보내와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접속해서 PDF 파일을 열어보았다. 지난 1년간 낸 전기 요금이 200만원 정도이고, 1년 동안 사용한 전기 요금은 약 100만원이며, 100만원 정도를 돌려주겠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서는 여름 기간 동안 에어컨을 사용하느라 여름 전기값이 많이 나오기는 했어도, 평소 우리집의 전기세는 월 4~5만원 수준이었다. 에어컨 없이 사는 독일에서는 월 8만원 정도의 전기세가 나왔으니, 분명히 한국보다 전기세가 비싼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처음에 독일에 올 때 워낙 비싼 전기세에 대한 성토의 글이 많아서 걱정했었는데 예상보다는 많이 안나온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생각한다. 우리 가족은 전기세를 아끼기 위한 특별한 노력은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기 많이 쓴다는 오븐도 자주 사용했고 노트북 4대에 수많은 모바일 기기들은 물론 밤새 TV에 연결된 엑스박스 게임을 플레이할 때도 많았다. 집사람은 거의 매일 세탁기를 돌리는 편인데도 이 정도라면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라고 개인적으로 본다. 어차피 우리가 냈던 돈이기는 해도, 여윳돈이 100만원이 생긴 셈이니 나쁠 이유는 없다. (소액 적금을 든 기분이랄까)


이제 남은 것은 집 월세에 포함되어 있는 관리비 정산이다. 관리비에도 수도값과 하이쭝 사용료가 정액으로 미리 포함되어 있고, 나중에 사용한 만큼 공제하고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또한 처음 정산해보는 것이라 어느 정도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더 내지만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한다. 우리 가족은 하이쭝보다는 전기 장판을 많이 사용했는데 생각보다 전기세가 많이 안나왔으니 하이쭝은 적게 사용한 것 같지만, 물은 전기처럼 크게 아끼려는 노력을 안했기에 살짝 불안하기는 하다. 독일의 부활절 시즌을 맞아서 다음주에 네덜란드로 여행을 떠나는데, 예상보다 빨리 여웃돈이 생겨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추가 : 10월말이 되자 집주인인 회사로부터 우편이 도착했다. 작년 1년간 사용한 난방비, 수도값, 쓰레기 처리 비용, 관리비 등등에 대한 정산을 한 결과를 보내온 것이었다. 내역을 살펴보니 평균 한달에 38만원 정도를 낸 셈이고, 내년 연초에 이미 선지급한 금액 중에 남은 36만원을 돌려주겠다고 한다. 일단 더 내지 않아서 다행인데, 전기세와 TV 수신료 등까지 포함하면 4명의 가족이 100m^2 집에서 한달 평균 50만원 정도를 사용한 것이다. 한국에서 50평 아파트에 살때와 비슷한 정도이니, 평수로 따지면 조금 더 비싼 정도가 된다. 걱정보다는 많이 않나오는 것 같아 다행이다.


https://brunch.co.kr/@nashorn7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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