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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Feb 03. 2020

독일 IT 취업 : 피드백과 연봉 인상

1년에 한번 보스와 가지는 피드백 시간을 통해서 나에 대한 평가 받기

벌써 회사에 입사한지 3년차가 되었다. 처음에 낯설고 이것 저것 모르는 것이 많았던 독일에서의 첫번째 회사 생활이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일이나 사람, 시스템에 익숙해진 탓에 큰 어려움 없이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8시~8시반쯤 출근하면 R&D 오피스에 출근한 다른 직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허그를 하면서 아침 인사를 한 다음, 커피 머신에서 커피를 한잔 내리고 정수기에서 탄산이 들어간 물을 개인 물통에 담아서 자리에 앉는다. 9시 15분에 시작하는 스탠드업 시작 전에 전날 작업을 살펴보거나 이메일이나 슬랙을 살펴보면서 뇌를 잠에서 깨운다. 스탠트업에서 나의 작업 진행 상황에 대해 공유하고, 다른 팀원들의 작업 상황이나 R&D 또는 회사 관련 협의 사항 등에 대한 업데이트를 듣는다. 스탠드업을 마치고 회의가 없으면, 이어폰을 꼽고 CBS 레인보우를 들으며, 일단 점심 시간 전까지 마칠만한 일을 시작한다. 현재 우리 CI 파이프라인은 한번 실행해서 끝날때까지 20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점심 시간 전에 작업을 마무리하고 커밋하여 테스트 및 빌드가 수행되도록 만들고 점심을 먹으러 간다. 한국에서처럼 오늘은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동료들과 고민하다가 결정되면 함께 걸어서 식당까지 가는 건 비슷하다.


점심 시간 후, 다시 커피 한잔을 더 내려서 자리로 돌아와서 오전에 실행한 파이프라인 결과를 살펴보고 문제가 없으면 실제 장비에서 테스트를 하고, 파이프라인이 실패했으면 원인을 찾아서 수정을 한다. 필자는 어플리케이션 레벨의 서버-클라이언트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장비에 내장된 컨트롤러와 직접 연동한 펌웨어 개발자와의 협업이 수시로 필요하다. 펌웨어에서 변경 사항이 있으면 그에 맞춰서 어플리케이션을 수정해야 하고, 버그가 발견되었을 때 그것이 펌웨어 버그인지 어플리케이션 버그인지를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작년부터 우리 팀은 스프린트를 TIC 스프린트와 TOC 스프린트로 번갈아 가면서 실행하고, TIC 스프린트에는 주로 feature 구현을 하는데 집중해서 다음 버전을 릴리즈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TOC 스프린트에서는 이전 스프린트에서 준비된 RC 버전을 집중적으로 테스트하면서 디버깅하여 안정화된 릴리즈 버전을 완성하는데 포커스를 맞춘다. 이러한 TIC-TOC 방식의 스프린트 운영은, 예상보다 잘 안착이 되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배포할 수 있는 버전 릴리즈가 가능하게 한다.


오후 5시쯤 되면 하루 동안 작업한 내용을 정리해서 업무 마무리를 한다. 때로는 거의 끝날 것 같은 작업 때문에 6시까지 계속 작업을 하다가, 끝날 것 같지 않으면 일단은 마무리해놓고 퇴근하기도 한다. 다른 엔지니어들 중에는 간혹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주말에도 잠깐 나와서 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5시부터는 일을 마무리하면서 집에 갈 준비를 하는 편이다. 독일어 수업이 있는 날은 오후 4시부터 일을 마무리해야했지만, 독일어 수업은 작년 11월말에 이미 끝났기에 요즘엔 8시 30분 출근을 해서 5시 30분에 퇴근하는 편이다. 금요일에는 오후 4시쯤 되면 다들 책상에 맥주를 한병씩 올려놓고 일을 하는데, 4시부터 5시까지 테크토크(일종의 자신이 알고있는 지식 공유를 위한 세미나)가 있으면 듣거나 다른 동료들과 잡담을 하면서 한주를 마치는 편이다. 회사 차원에서 비즈니스 관련 이슈들, R&D 부서 내부의 정치적인 이슈들과 제품 관련한 이견들, C레벨 (임원급)과 직원들 간의 입장이나 견해 차이 등을 보면 한국이나 독일이나 회사를 다니면서 일을 하는 것은 비슷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리더나 매니저 역할에 대한 욕심이 없기에 한명의 "시니어 엔지니어"로서 일을 하는 것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올해 1월에도 작년처럼, 보스와 피드백 시간이 있었다. 이번에는 작년과 달리 Leapsome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작년말에 이미 자기 자신은 물론 자신의 동료에 대한 평가와 자신의 상사에 대해 각자가 평가했던 결과가 제출한 상태였다. 미리 준비된 항목들에 대해서 자신의 평가를 비교적 상세하게 기입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되서 계속 작성을 미루다가 막판에 몰아서 작성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내가 나 자신에 대해 했던 평가 내용과 보스가 나에 대해서 평가했던 내용을 합해서, 같이 앉아서 각 항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 되었다. 다행히도, 내가 나 자신에 대해서 평가했던 것보다 보스가 나에 대해 평가를 했던 점수가 전체적으로 높게 나왔다. (이럴줄 알았으면, 내가 작성했던 보스에 대한 평가도 좀더 후하게 줄껄... ㅠㅠ) 여전히 언어 문제로 인한 미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지적이 나오긴 했기에 영어/독일어 공부는 계속 신경써야 할 것이다. 그래도 700시간짜리 독일어 수업을 마쳤고 B1 시험을 통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좋게 보는 것 같다. 사실, 회사 생활보다 독일어 수입이나 독일어 시험이 너무나도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기 때문에,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기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나를 뽑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하며 나의 장점들을 주욱 이야기해주는 것 또한 감사할 일이다.


회사 자금 여건은 나쁘지 않지만, 실적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부분이 있어서 올해에는 전반적으로 연봉을 동결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하지만, 연봉 인상이나 휴가 추가 등에 대해 의견이 있으면 따로 알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이메일로 4월에 영주권 심사가 있어서 연봉이 조금이라도 인상이되면 도움이 될 것 같고, 올해가 결혼 20주년이라 가을에 프랑스 보르도 지방으로 여행을 계획 중이라 휴가가 좀더 추가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메일을 보냈다. 그랬더니, 보스는 연봉 관련 내용을 HR에게도 한번 보내보라는 것이 아닌가. 휴가 2일 추가에 대해서는 자기가 언질을 주었다는 사실은 비밀이라면서. ㅎㅎ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HR 책임자에게 해당 내용의 메일을 보내니, 곧바로 답장이 왔다. 그런 사소한(!?) 이유로 연봉 인상을 해주지는 않지만, 나의 보스가 이미 나의 연봉을 10% 인상하도록 조치를 했으며 곧 계약서를 준비할테니 나중에 와서 사인하라는 것이 아닌가. 애초에 연봉 인상같은 것은 기대도 하지 않았고, 일단 영주권을 안정적으로 취득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전혀 뜻밖의 소식에 더욱 기뻤다. 연봉이 10% 인상이 되던, 50% 인상이 되던 갑자기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며, 연봉이 동결되었다고 해도 갑자기 가난해지는 것은 아니기에, 연봉이 얼마이고, 몇퍼센트 인상을 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나의 보스가 나에 대해 좋은 평가를 했고 그에 대한 보상을 준비했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했고, 한국이든 독일이든 회사 생활은 똑같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소득이 있었다.


예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돈"과 관계된 협상을 할 때에는 급한 사람이 불리하다. 평생 샐러리맨 생활을 한 사람일수록 "돈"에 대한 협상 능력이, "사업"을 통해서 "돈"에 대한 협상을 밥 먹듯이 하면서 충분히 단련된 사업가들을 이기기 힘들다. 거듭 강조하지만, "부자"는 월급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적절한 시기에 좋은 투자처를 찾아서 투자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샐러리맨으로는 부자가 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다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신의 장단기 미래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하나하나 이뤄낼 수 있는 것은 샐러리맨만이 가진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독일 회사에서 받는 급여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협상에 임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린 나이에 힘겹게 사업을 하며 이런 부분에 대해 뼈저리게 배우면서, 나 자신이 큰 리스크를 감수하는 사업가가 되기 어렵다면 샐러리맨으로써 내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더 많은 수입을 창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계속 고민해왔고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나만의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30대 중반쯤에는 그것을 나름 시스템화하는데 성공했고, 그 이후에는 메인잡(정규직) 급여에 2배 이상을 매년 연소득으로 올려왔고 그것은 독일에 살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느 쪽이든 초조해하며 돈을 가지고 협상할 필요가 없고, 이것이 오히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돈을 쫒지말고, 돈이 쫒아오게 만들어라"라고 했던가.


올해에도 영어와 독일어 공부를 꾸준히 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고, 보스가 권장한 페어 프로그래밍을 일부러 하면서 기술 공유에도 힘쓸 예정이다. 필자가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하든 가능한 한 "주인 의식"을 가지고, 내것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는 것은 더 많은 급여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떤 일이든 이러한 각오로 임하게 되면, 그 일을 통해서 나 자신이 크게 "성장"하게 되고, 그렇게 성장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의 "가치"가 크게 증가한다. 한국에서든 독일에서든 어디에서 일을 하든지, 그러한 "가치"는 금방 드러나며 그것이 나의 동료나 상사들이 나를 존중하고 배려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독일에서 일을 하면서 정말 기뻤던 것은 한국에서 20년간 일을 하면서 미처 배우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 그것을 통해서 내가 한국에서보다 더욱 성장했음을 안팎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30대냐, 40대냐, 50대냐... 나이나 경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로부터든 높은 수준의 댓가를 받을 만한 "가치"를 가지는 좋은 엔지니어냐 이다. 필자도 사람이기에 항상 성공하지 못하고, 때로는 그릇된 판단과 실수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면서 몸으로 부딪쳐서 배우는 것은, 막대한 투자금을 투자하는 것보다는 쉽고 리스크가 적은 "투자"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의 경쟁력을 위한 아낌없는 투자야 말로 나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다. 어떤 의미이든 "부자"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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