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혼란 속에서
나름의 프롤로그.
생각해보면 내 잘못은 아니다.
제빵사로서 월급쟁이로 산지는 햇수로 4년, 비건이 된 지는 햇수로 2년이다.
인생이 예측할 수 없는 일로 가득하다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이거니와 내가 비건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으니.
아직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직업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말인데, 누가 잘못했다고 한 적도 없지만 어쭙잖은 변명으로 글머리를 열게 되는 이 행보는-
그 간의 내 마음속의 혼란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것이라 본다.
항상 죄책감을 가지고 일을 한다.
생크림을 알맞게 휘핑해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고, 버터와 계란 등으로 배합한 반죽으로 빵을 만든다.
하루하루 손님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며 시간을 보낸다.
찾아주는 손님들을 만족시키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내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지는 않는다.
내가 만드는 빵과 디저트들을 나는 먹지 않는다.
하지만 논 비건일 때의 미각의 행복함을 좇던 나를 돌이켜 볼 때, 어쨌든 내가 만든 제품들은 전부 맛있을 것이다.
내가 주로 보내는 시간은 껍데기는 비건이지만 하는 짓은 비건이 아닌 요컨대 “아이러니한 삶을 살고 있다”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