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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Jan 10. 2023

초보엄마의 눈물이 필수 관문이라면

육아일기  - 신생아시기인 30일이 지난 소회




나도 엄마는 처음이라서

태어나서 한 달까지


신생아기를 졸업하니, 시간을 거슬러 지난 한 달을 되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육아일기 부지런히 써야지"했던 나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작심삼일의 법칙을 이기지 못했다. 스스로 변명해보자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몰랐고 온 신경이 아기에게 집중되어서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역시 수유텀에 맞추어 아기의 분유를 타 두고 아기가 깨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흔한 말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어떻게든 맞추어 가게 된다.

조리원에서 나오기 전까지도 육아가 얼마나 힘들지는 실로 가늠하지 못했었는데, 처음 아기와 남편과 내가 집에 온 그날, 내 인생의 최대의 시련을 맞닥뜨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조리원에 있을 때 모자동실 시간에도 그리 잠만 잘 자던 아기가 집에서는 그 작은 몸집으로 어찌나 크게 울어대는지 남편과 나는 정신이 혼미해져 그야말로 혼비백산이었다. 아기도 울고 우리 둘도 울었다.

양가어른들의 도움을 받지도, 산후도우미분들의 도움도 없이 온전히 생 초보인 우리 부부가 하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잘못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맘쯤 항상 남편에게 했던 말.


"오빠, 산후도우미 지금이라도 부를까?"




아기가 며칠을 밤에 자지러지게 울어서 정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고민 끝에 소아과에 갔었다.

남편에게 말은 안 했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봤을 때, 아기를 위해 한 선택 가운데 가장 후회되는 것 중 하나가 소아과에 간 것이다.

배앓이인지 영아산통인지 뭔지 그때 당시에는 병원 가면 해결되는 줄로만 알았기에 독감 걸린 아동, 청소년들이 가득한 소아과에 신생아를 데려갔다.

이런 미련반푼이 같으니라고..


내게도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시공간의 틈이 생긴다면 과거의 나에게 소리 지를 거다. 소아과 데려가지 말라고.


아기가 우는 것은 당연하고, 아기의 의사표현인 건데.. 나는 그게 그렇게 무서워서 여기저기 물어보고 싶었나 보다. 정답을 알고 싶어서, 내 마음 편하려고 말이다.


의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답을 듣는 와중에 깨달았던 것이있다.

하나는 자꾸 남한테 의지하고 자문을 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내가 내 아기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 그걸 알아가는 것은 내 몫이라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나는 더 이상 나만 챙기면 되는 애가 아니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는 것, 아기를 낳았다고 해서 엄마의 능력치가 탑재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고.

그 사실들은 놀랍게도 출산한 지 2주 정도만에 온몸에 새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아기가 울 때 나도 같이 운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아기가 우는 게 답답해서도 아니고 <무지한 나>때문에 아기가 힘들어하는 것에 대한 부모라는 사람의 무거운 죄책감이라는 것.


앞으로 그 무게를 어떻게 이고 가느냐는 나의 몫이다. 온전한 사랑만으로는 아기를 키울 수가 없다. 그 사랑을 기반으로 나는 부모의 능력치를 키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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