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패턴이 없는 게 패턴입니다만
내 소비 패턴은 사실 무 자르듯 딱 잘라 말하기 힘들다. 월간으로 보면 어떤 달은 굉장히 많이 쓰고, 또 어떤 달은 별로 쓰지 않는데 이 편차는 주로 필라테스 수강비를 내야 하는 달이나, 혹은 여행비 (올해는 여행을 좀 다녀온 편이다), 또는 학원비 (이 역시 현재의 회사로 이직한 후 지출할 일은 별로 없어졌다) 등등으로 발생했다. 이렇게 한꺼번에 돈이 나갈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 나의 소비 패턴을 찾기는 힘들었다. 이는 나의 소비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한데, 나는 주로 ‘큰돈’은 잘 안 쓴다. 예를 들어, 비싼 옷이나 가방 등에는 크게 지출을 해본 적이 없다. 괜히 아깝게 느껴져서다. 지금은 그래도 좋은 옷 한 벌을 제대로 사서 오래 입자는 쪽으로 바뀐 편이기는 한데, 예전에는 그 한 벌을 사는 대신 저렴하지만 입고 싶은 옷들을 샀던 것 같다.
그래도 대체로 이 성향은 크게 바뀌지 않아서 자기 계발과 관련된 일이 아닌 이상은 배포 있게 목돈을 지출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면 왜 매번 카드값을 줄이기 힘들까, 하고 봤더니 이 또한 나의 P 성향에 기반하는 것 같더라. 살펴보면, 자잘 자잘하게 나간 식비들이 꽤 있는 편이다. 사실 집에서 조금 식비를 아끼면서 먹을 수도 있을 텐데 정말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사 먹는 쪽에 가까웠던 것 같다. 하고 싶을 때 하는 즉흥적인 P의 성향이 여기에서도 조금 반영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외에도 나는 오히려 돈을 아낄 수 있는 작은 것들에 돈을 써왔다. 이를테면 도서관에서 빌려도 되는 책을 대부분 사서 본다던지, 굳이 사지 않아도 되는 굿즈를 산다던지 하는 식이다. 독립서점을 구경하러 가면 부러 대개 책 한 권은 사서 나오는 편이다. 소품샵에 가면 그냥 나갈 때도 많지만, 대개 예쁜 것이 보이면 사서 나온다. 이외에도 즉흥적으로 소비하는 것들이 꽤 많았다. 혼자 카페에 가서 멍 때리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커피값도 꽤 많이 쓰는 편이더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출근길에 이 정도 소비는 나에게 기분전환 용으로 허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매일 아침 라테를 테이크아웃 해서 사 먹었다. 회사에 커피 머신이 있는데도 말이다. 적은 금액의 소비는 별 고민 없이 하는, 이 정도 가격이면 내가 쓰고 싶을 때 써도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결정들이 모여 나의 ‘거대한’ 카드값 명세서를 완성한다.
특히나 올해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난 일도 많았다. 여행 또한 계획에 없이 떠나는 것을 좋아하고, 또 내가 좋아할 때 하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이런 소비 성향이 나의 소비 패턴을 도저히 파악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다만, 그 달의 마음 상태는 파악할 수 있었다. 대체로 마음이 어수선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았던 달은 지출이 많았고, 마음이 안정되거나 무료하지만 평화로웠던 달은 지출이 대체로 적었다. 고향집을 다녀올 때 소비하는 달, 부모님 용돈을 드리는 달 등등으로 지출이 생기는 달이 있으므로 그 외의 소비를 줄여야 하는데 이런 작은 소비들을 줄이지 않다 보면 카드값이 갑자기 불어날 때가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재미있는 이미지를 보았는데, 2천 원, 3천 원 긁다 보니 어느새 한 달 카드값이 1백만 원이 넘어서 ‘내가 언제 이런 돈을 썼지’ 하며 놀라는 내용의 공감툰이었다. 정말 내 이야기였다. 소비를 조금 더 계획성 있게 해야지, 하면서도 그게 나에게는 참 어려운 것 같다. 예전에 ‘지름신’이라는 신조어가 있었는데, 나의 작은 지름신은 참 쫓아내기 어렵다. 다행인 것은 이번달은 소비를 많이 줄였다. 저번달에 부모님 선물도 하고 꽤 돈을 많이 쓴 터라 이번달은 정말 긴축 재정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나의 이번달 다짐을 잘 지켜가고 있다. 12월은 아무래도 연말이니까… 나에게 정말 ‘작은’ 선물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