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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뇽안뇽안늉 Oct 26. 2024

24.10월 회고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 것만 같다

이번달은 연휴가 있었음에도 이전달에 비해서는 꽤나 돌아다녔던 것 같다. 날씨가 어떤 날은 덥고, 어떤 날은 춥고, 그래서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던 아침이 잦았는데 날씨 마냥 기분도 약간의 업다운이 있었다. 대체로 가라앉은 날이 많았던 것 같은데, 시답잖게 가을을 타나보다- 했다. 그리고 지금 사는 곳에서 보내는 가을이 ‘정말로’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니 기분이 조금 이상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상념들로 시간을 보냈던 이번달이었다.


굵직굵직한 키워드들로만 이번달을 회고해 보자면, 우선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다. 큰 프로젝트는 저번달에 거의 다 끝났다. 자잘하게 챙길 것들만 남아서, 그건 그것대로 자투리 시간에 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주 업무 시간에 해야 할 것으로 신규 전략 프로젝트를 다시 맡게 되었다. 목표 기간은 내년도 초반까지. 물론 팀장님과 함께 하겠지만 전략 보고서 자체는 내가 써야 한다. 지금은 신규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전의 기초 데이터를 보고 있다.

이미 이번 5~6월에 전략 설계는 한번 해봤던 터라 이전보다는 헤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약간 있다. 자신감까지는 없지만, 그럼에도 저번에 부족했던 부분을 이번 프로젝트에서 확실히 상쇄하고 싶다는 나름의 욕심도 생겼다. 어쨌든 중요한 프로젝트를 내가 메인으로 하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도 기회일 것이다. 조금 더 꼼꼼하게, 그러면서도 넓은 숲을 보면서 신규 제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려보고 싶다. 그리고 다음 주에 부문장님께 이 프로젝트와 연결되는 내용의 기초 보고를 하고 나면 드디어 그 프로젝트에 첫발을 뗀다.


두 번째로는 일본어가 있는데, 몇 개월간 꾸준히 했지만 진짜 이번달까지만 하고 다음 달은 좀 쉬려고 한다. 복습을 영 안 하니 원어민 수업을 잘 못 따라가겠다. 복습할 에너지도 없어서, 공부는 한 달 간만 좀 게으름을 피워보련다. 어차피 다음 달에 회사 온라인 수업으로 일본어를 신청해 뒀으니, 감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가볍게 공부할 생각이다…. 다음 달 마지막 주에 벼락치기로 수강할 내 모습이 벌써부터 그려지긴 하는데….

그리고 주말 아침에 일어나는 게 요새는 너무 피곤하다. 이 핑계로 필라테스는 이번 달에 조금 쉬었는데, 다음 달에는 일본어를 좀 쉬어야겠다. 물론 운동을 해야 체력을 강화할 수 있으니, 에너지가 없어서 필라테스를 쉬었다는 것이 매우 모순되긴 하지만 정말 너무 피곤하긴 했다.


피곤한 이유는 이번달에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탓도 있을 것이다. 2주 차에 전체 부문 회식을 했는데, 회식 때 ‘끝까지’ 가는 우리 팀 성격상 그날도 5시 30분부터 회식을 시작해서 11시 30분이 되어서야 파했다. 마지막엔 지치더라. 팀장과 팀원 사이, 팀원과 팀원 사이에도 나이차가 그리 크지 않고, 나름 팀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지 회식 자리가 꽤 재미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은 1차가 전체 부문 회식이었던지라 잘 모르는 다른 팀원들과 어색한 인사를 하고, 관심사와는 먼 지극히 사회생활에 가까운 대화를 나눠야 한 통에 이미 지쳐있었다. 다음날이 되니 목이 칼칼한 것이 감기몸살 기운이 바로 왔다. 일교차가 커서 감기에 걸리기 쉽기도 하거니와, 10월 초반에 친구들 약속에 넷플릭스 보느라 매일 밤에 늦게 자고 그다음 날 출근하는 사이클을 반복해서 몸에 무리가 왔던 탓이었나 보다. 몸 상태는 이번주까지도 기복이 있었다. 잘 회복되는 편인데, 올해는 유독 컨디션이 안 좋은 기간이 다른 해에 비해 생긴다.


와중에 OTT는 정말 많이 봤다. 원래도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 콘텐츠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번달에는 유독 재밌어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주로 실화 기반의 영화나 리미티드 시리즈를 많이 봤고, 영상으로 보다 보면 같은 사건을 텍스트로 접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논픽션 관련 책을 한 권 더 사서 읽고 있다. 애플 TV의 <무죄추정>, 디즈니의 <언더 더 브리지>,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시즌2>, 다큐 <O.J :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특히 재미있게 보았다. 이런 것들 몰아보느라 몸이 늘 피곤했나 보다.


주말에 날씨가 좋은 날이 몇 번 있어서 혼자든, 함께든 야외 활동을 좀 했다. 오늘은 세빛섬에 동기가 진행하는 팝업 스토어를 다녀오기도 했고, 혼자서 카페도 많이 다녔다. 정말 오랜만에 미술관 전시도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다. 미술을 1도 몰라서 그 그림이 내 스타일이다, 아니다 정도만 겨우 판단할 줄 아는 나로서는 미술 전시에 흡족해본 일이 정말 오랜만이었다. 한번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고 나면 또 해보고 싶어지는 법이다. 다음 달에는 미술 전시를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또 다른 전시회에 나서보기로 했다.


그 외에도 진급 심사에 필수적인 (그러나 매우 불만족스러웠던) 단체 교육과, 교육이 끝난 후 그보다 훨씬 나를 행복하게 한 곱창 회식이 있었고, 그 외에도 소소한 에피소드들로 10월을 채웠다. 매일 무언가를 하긴 했는데, 하루를 스치듯이 메우는 정도의 소소한 일들이라 이렇게 곱씹지 않으면 이번달도 그저 저번달과 크게 다르지 않은 10월로 뭉뚱그려 기억될 것이다. 이번달에 무슨 사진을 찍었는지 찾아보고, 10월 캘린더를 다시 보면서 그저 흘려보내지는 않았구나, 촘촘한 일상들이 있었구나 싶어 새삼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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