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텼다!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형식으로 이번달을 회고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이번달 역시 저번달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프로젝트와 일본어, 필라테스 말고는 일상의 큰 변화가 없었으므로. 굵직굵직한 키워드보다, 오히려 조금 더 작은 단위로 한 달을 돌아보려고 한다.
1. 이번달의 책
<재난, 그 이후>. 작년에 애플 tv로 봤었던 <재난, 그 이후> 드라마의 원작으로, 카트리나 재난 당시 발생한 ‘메모리얼 안락사 사건’의 르포르타주이다. 절반정도 읽었는데,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다양한 등장인물의 관점이 담겨있다. 드라마 또한 매우 훌륭했지만, 다소 단편적으로 비쳤던 몇몇 인물들의 이야기도 책을 읽다 보면 이해하게 된다. 방관했던 작은 문제점들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상상하지 못한 파괴적인 결론으로 얼마나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상황을 겪지 않은 제3자는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고민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다.
2. 이번달의 드라마
넷플릭스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실화 기반의 콘텐츠를 워낙 좋아해서 이번 드라마도 역시나 몰입해서 봤다. 5명의 흑인 소년들은 공원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고 법정에 서게 되는데, 그 과정은 결코 투명하지 않았다. 피부색 앞에서 정의라는 기본 가치는 맥없이 스러졌고, 이미 편견으로 무장한 사람들에게 증거, 논리 같은 것들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사건이 처음 발생한 1989년으로부터 30년 이상이 지난 지금의 사회가 이전보다 많이 성숙해졌는지 자문하게 된다. 편 가르기, 갈등, 무의식적인 계급 인식을 각종 미디어에서, 그리고 실제 주변에서 접하는 지금을 돌이켜볼 때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다.
3. 이번달의 영화
일본 영화 <그리고, 살아간다>. 오랜만에 본 일본 영화다. 다른 것은 다 차치하고 무엇보다 결말이 좋았다. 이별과 어쭙잖은 재회가 아니라, 좋았던 그때는 그때로 두고 나는 내 삶을 살겠다는 끝맺음이 인상적이었다.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동화같이 느껴졌던 이유는 인생에서 닥치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발 내딛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영화의 잔잔한 흐름이 오히려 등장인물들의 강인한 성격과 주체적인 삶을 더욱 강조했던 것 같다. 별 기대 없이 봤지만 꽤 기억에 남는 영화이다.
4. 이번달의 프로젝트 (일)
올해 드디어! 크고 작은 프로젝트 두 개를 끝냈다. 가장 걱정했던 9월 중순의 대형 오프라인 행사가 나름 순조롭게 끝났으며, 말일자의 작은 오프라인 행사도 원활했다. 이직한 이후 프로젝트 매니저는 처음이었지만 별문제 없이 끝나서 그저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다음 달에는 조금 다른 성격의 전략 프로젝트가 나를 또 기다리고 있고… 어떤 이슈가 발생할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이번달 무사히 넘겨서 그런지 다음 달은 뭐 어떻게든 잘 되겠지 싶은 마음이다.
5. 일주일의 휴가와 고향 방문!
친구들과 만났고, 부모님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6월에 친구 결혼식 때문에 집에 내려간 지 3개월 만이니까, 그리 오래간만의 방문은 아니다. 중간에 비가 많이 와서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좋은 공간도 많이 방문하고 일에서 벗어나 나를 내려놓았던 시간이라 충분히 힐링이 된 것 같다.
2010년에 처음 올라왔으니 서울로 온 지 햇수로 15년 차다. 가끔은 서울이 지겹기도 하고, 좀 유명하다 싶으면 너무 사람이 많으니 마음이 바빠지기도 한다. 어쩔 수 없는 지방 사람이라 그런가 보다 하는데, 그럴 때 집으로 내려가면 확실히 분위기 환기가 된다.
6. 일본어 원어민 수업
재밌다. 토요일 아침에 억지로 눈을 뜰 때마다 ‘너무 가기 싫다’고 속으로 되뇌지만, 막상 가서 선생님, 수강생들과 일본어로 더듬더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오늘도 꽤 즐거웠다는 생각이 든다. 한인회화 때까지는 거의 문법 수업 느낌이라 재미를 느끼기 쉽지 않았는데, 원어민 수업은 난이도가 훨씬 높지만 말을 할 기회가 많아서 새로우면서도 즐겁다. 다만… 일본어 복습을 해야 하는데… 혼자 하는 공부는 왜 그렇게 하기가 싫을까?
2024년이 100일도 남지 않았단다. 일본 출장이나 첫 전략 프로젝트로 눈물 콧물 다 흘린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4년도 10월이라니… 조금 슬퍼지려고 하는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흘러가는 대로 그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자고 오늘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