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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희준 Jan 06. 2019

관계중독 치료 제언

반성 능력을 중심으로

들어가며

사실 관계중독만을 위한 치료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사랑의 역사와 이를 향한 우리의 관심을 생각해 보면 참 놀라운 일이다. 그만큼 우리는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했던 것이 아닐까?


자신이 이 증상을 겪고 있는가? 아니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이 증상을 겪고 있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인가?


지금부터 관계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내 나름대로 고민했던 것들 중 한 가지를 써보려고 한다. 나는 부족한 학부생일 뿐이며, 어쩌면 누구나 생각해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과거에 했던 진지한 고민을 떠올리며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작은 바람을 가져 본다.


관계중독

나는 지난번 글 <연애에 중독된 사람 – 관계중독>에서 한 사람이 관계중독에 빠지는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앞선 글을 다 읽는 수고를 줄이기 위해서 다시 한번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관계중독 패턴의 도식화 - 자세한 설명은 이전화 참조

불안정 애착을 가진 사람은 위 그림에 나온 패턴을 반복한다. 이 패턴이 반복되면서 그 사람은 더 강한 불안정 애착을 갖는다. 강화된 불안정 애착은 더 심각한 중독 증상을 나타내며 중독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중독이든 그것을 이겨내는 사람이 존재한다. 관계중독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불안정 애착을 극복하기

모델에 따르면 관계중독의 1차 원인은 불안정 애착이다. 나는 불안정 애착을 좀 더 안정적인 애착으로 변화시킨다면 증상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이 사랑을 대하는 방법 또한 변화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불안정 애착은 쉽게 변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자신은 물론, 가족과 주변의 지지자들의 도움이 없다면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다. 


애착을 안정하게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애착이 안정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보자.


애착이 안정된다는 것

안정적 애착을 가진 사람은 한 사건에 대해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당당하게 맞선다. 그래서 상황에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다. 반면, 불안정 애착을 가진 사람은 문제를 보고 회피하거나 과잉반응을 보인다. 둘 간의 차이는 얼핏 보면 작게 느껴진다. 그러나 대인관계를 할 때 반응을 적절하게 할 수 없는 것은 인생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답은 개인의 ‘반성’ 능력에 있다. 반성은 현재의 생각이나 욕구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다. 안정적 애착을 가진 사람은 높은 수준의 반성 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이 가치 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쉽게 빠지지 않는다.


'반성 능력'은 보편적인 반성의 의미와 다르다. 반성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다. 당신은 정말 쓰레기인가...?

누군가 자신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할 때, 그들은 그 말을 객관적 관점에서 점검해 본다. “저 사람은 평소 좋은 사람인데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아서 짜증을 내는 것일 뿐이야. 다음날 이유를 들어보자” 다음날 짜증을 냈던 사람이 그에게 사과하면서 그는 자신이 했던 객관적 생각을 더 신뢰하게 된다. 이처럼 반성 능력은 선순환을 형성한다.


불행하게도 불안정 애착을 가진 사람은 반성 능력이 부족하다. 그들은 반성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심리적으로 건강한 성인이라면 가지고 있어야 할 이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그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들은 모든 상황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세상이 자기가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는 것을 의미한다. 영희는 “철수가 오늘은 밤에 전화를 하지 않는 것을 보니 나에게 화난 것이 분명해”라고 생각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하지만 철수는 그저 피곤해서 일찍 잠든 것일 뿐이다!


 이것은 불안정 애착을 가진 사람의 경향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보여주는 상황이다. 독자님께서 영희의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불안정 애착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 패턴이 삶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나타난다면 어떨까? 근거 없는 지레짐작은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힘들어하고 있는 당신의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과 친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나는 생각 패턴에서 안정 애착과 불안정 애착의 주된 차이점이 반성 능력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 ‘반성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애착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웠다. 나에게는 이 가설을 입증할 방법이 없지만 말이다. 


반성적 사고를 하는 것과 애착의 안정성의 관계에 대해서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에 따르면 가설의 참/거짓 여부와는 상관없이 가설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인지부조화란?

상반되는 생각이 개인의 내부에 동시에 존재할 때 느끼는 스트레스나 불편한 느낌을 말한다. 개인은 인지부조화를 경험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인지를 바꾸던지, 행동을 바꾸게 된다. 더 세부적인 설명이 있으나 이 편에서는 생략한다.



그렇다면 반성 능력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이에 관련된 능력 및 치료 기법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1. 탈중심화

탈중심화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이고 객관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다(Safran & Segal, 1990). 자신의 경험에 거리를 두고 관찰함으로써 실제 사건과 사건에 대한 자신의 해석적 반응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자. 영희는 어젯밤 철수에게서 카카오톡 답장을 받을 수 없었다. 철수는 하루 종일 몸이 너무 아프지만, 업무상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서 밤에 답장을 보낼 겨를이 없었다(객관적 사건). 영희는 이 사실을 철수에게 들었다. 하지만 영희는 요즘 철수에게 신경을 잘 써주지 못했던 것 때문에 철수의 사정을 듣고도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해석적 반응). 둘 사이에는 오해가 생긴다. 영희의 해석적 반응 때문이었다. 영희에게는 탈중심화 능력이 부족하다.



탈중심화 능력의 부족은 객관적 사건을 주고받는 의사소통에 있어서 문제를 가져온다. 의사소통에서의 문제는 곧 관계의 갈등으로 직결된다.


연구에 따르면, 탈중심화 관점이 부족한 사람은 부정적인 생각 패턴의 악순환을 형성한다. 사건의 객관성을 보지 못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입증하는 증거를 계속해서 찾아내는 것이다. 이것은 반성 능력의 결여와 맥락을 같이 한다. 따라서 탈중심화 수준을 높인다면 반성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탈중심화는 핵심적인 세 가지 측면으로 구성되어 있다(Fresco et al., 2007). 제시된 사항을 읽어보고 자신의 탈중심화 능력은 어떤지 점검해보자.


1. 자신의 생각과 자기가 동일하지 않다는 관점을 갖는 능력

- “나는 나의 생각과 감정으로부터 나 스스로를 분리시킬 수 있다.”

2. 자신의 부정적인 경험에 습관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

- “나는 불쾌한 감정에 휘말리지 않은 채 그런 감정을 관찰할 수 있다.”

3. 자신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

-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잘 받아들일 수 있다.”


한편, 탈중심화는 ‘마음 챙김 치료’, ‘수용 전념 치료’ 등에서 효과를 보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치료기법들은 개인이 경험하는 생각이나 감정의 내용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것과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을 강조한다. 생각과 감정을 수용하여 생각을 생각으로, 감정을 감정으로 보는 탈중심화 관점을 기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라 보고 있다.


2. 마음챙김

마음챙김이란 자신이 지금 여기서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또렷이 깨어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2010년에 들어서 심리적 또는 신체적 문제에 널리 적용되기 시작했다. 주로 명상의 방식을 적용한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 마음챙김과 인지치료의 결합 형태인 ‘마음챙김 인지치료(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MBCT)’ 등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마음챙김은 주로 명상과 관련된 종교와 결합된 형태로 사용되는 기법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불교와 조합되는 경우가 많다.


마음챙김을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에 정확하게 집중/관찰/알아차림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의 현상에는 감각, 감정, 생각 등 여러 유형이 있다. 마음챙김은 이것들을 좋고 나쁨 등을 판단하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또한 마음챙김은 매 순간의 경험에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상황을 보다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고, 주의를 집중하는 대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처리가 가능하게 해 준다. 자연스럽게 반성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마음챙김은 관계중독과 같은 습관적인 악순환 반응을 막아주며, 스트레스에 잘 대처할 수 있게 한다(김미리혜 외 2명, 2004). 관계중독에 있어서는 심리적 고통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3. 수용전념 치료

수용전념 치료는 마음챙김과 함께 현대 인지심리치료의 주된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는 치료기법이다. 이는 인간에게 심리적 고통은 보편적이며 정상적인 것이라고 가정하는 새로운 치료이다.


수용전념 치료는 심리적 고통을 없애는 데 몰두하기보다는 고통을 삶의 한 부분으로 수용하도록 돕는다. 가치 있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는 심리적 고통을 필연적으로 겪기 마련이지만, 그 과정을 수행함으로써 의미 있는 삶을 경험하고 심리적 고통이나 증상은 완화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상황마다 가지게 되는 생각과 감정을 해석적 반응 없이 온전히 경험하는 것을 통해 심리적 유연성을 키울 수 있다. 결과적으로 남에게 생각과 감정을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가치의 방향대로 행동하도록 돕는 것에 그 목적을 둔다. 이를 통해 내담자는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가치로운 삶의 의미를 찾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하여 가설을 그림으로 정리하였다.





마치며

우선 짧지 않은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연애는 아무리 고민해도 명확한 답을 구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이것은 저도 그렇고 아마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독 연애에 상처를 많이 받거나 파괴적인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을 종종 보곤 합니다.


문제를 바라보는 많은 관점이 있겠지만, 저는 이 문제를 애착과 연관 지어 이해하는 편입니다. 애착은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패턴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부모님과 갈등이나 상처가 있는 사람이 대부분 이러한 문제를 겪는다는 것입니다. 부모님과의 관계는 다른 곳보다 연애 관계에서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문제가 드러납니다. 보통 연애의 대상에게 부모를 투사하거나, ‘부모와의 관계에서의 나’를 투사함으로써 연애 문제가 시작됩니다. 때문에 부모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최우선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투사'란 상대방을 무의식적으로 특정 인물과 동일시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여자 친구를 대할 때 엄마에게 하던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불가능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부모가 주는 삶의 안정감은 세상 최고의 심적 자원인데, 그것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모자라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사랑을 실현할 수 없는 것입니다.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더더욱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인식하고 현실을 직면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부모의 존재는 세상의 다른 어떤 사람과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주저리주저리 긴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결국 불안정 애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부모를 통한 애착 회복입니다.


혹시 비슷한 증상으로 힘들어하고 계신가요? 저는 연애나,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을 직접적으로 도울 수 없습니다. 다만 그분들이 겪는 증상이 혼자만의 괴로움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또, 포기하지 않길 바랍니다.

관계중독 치료 제언 - 반성 능력을 중심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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