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그 답이 아니라 그 과정이었다.
‘프로이트는 말했다. 사랑과 일, 일과 사랑, 그게 인생의 전부다.’
일도 없고 사랑도 없는 내 인생은 뭐지 라고 풀이 죽게 만든 대사 이기도 하다. 오늘도 역시나다. 일도 없고 사랑도 없는 집에서 티비나 보고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무미건조한 일상.
그런데 다시금 생각해보면 사랑과 일, 일과 사랑은 꾸준히 내 곁에 함께했다. 사랑과 일이 없다고 생각해온 건 여태껏 맘대로 한정해 둔 탓이다. 결혼을 약속할 만큼 구구절절한 사랑과 평생을 몸 바쳐 일할 만큼 애사심 높은 회사 직원으로. 안정된 사랑과 직장을 기다리다, 더 소중한것을 잃은건 아닌가. 내 젊음의 날들이 아까워 졌다. 대학에 가면, 취업을 하면, 30대가 되면. 자꾸만 미뤄오며 때가 되면 답을 줄꺼라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 인생은 그 답이 아니라 그 과정이었다. 이제서야 깨달았다.
지독한 채우고 비우고의 반복. 먹고 벌고 쓰고 무한의 반복에 의미를 두어야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이유가 없어지면 살고 싶어지지 않게 되니까. 20대 중반이 넘어서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이 대부분임을 알게 되면서, 특별한 사람이 아님을 인정하게 되면서 동시대를 살고 있는 친구들과 인생이 재미없다고 그런 말을 시작했던 것같다. 그때마다 나는 절실한 애정이, 꼭 이루고 싶은 꿈들이 희미해졌다고 말했다. 백만년을 살 것도 아닌데 시간을 쪼개가며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글을 읽을껄 그랬다. 더 행복하기 위해서. 그랬다면 재밌는 삶이 되었을까.
[나는 작은 놀라움, 작은 웃음, 작은 기쁨을 위하여 글을 읽는다. 문학은 낯익은 사물에 새로운 매력을 부여하여나를풍유하게하여준다.구름과별을더아름답게보이게하고눈,비,바람, 가지가지의 자연 현상을 허술하게 놓쳐 버리지 않고 즐길 수 있게 하여 준다.
도연명을 읽은 뒤에 국화를 더 좋아하게 되고 워즈워스의 시를 왼 뒤에 수선화를 더 아끼게 되었다. 운곡의 눈 맞아 휘어진 대를 알기에 대나무를 다시 보게 되고, 백화나무를 눈여겨보게 된 것은 시인 프로스트를 안 후 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