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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Aug 18. 2023

어서 와, 대장 내시경은 처음이지?

[1형 당뇨, 위 내시경, 수면 마취, 쿨프렙, 가스콜]

어느덧,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지 4주 었다.


'급성 췌장염이 이렇게 오래 입원해야 하는 병인가...?'

'아니면... 내 몸의 회복력이 떨어져서 그런 건가...?'


'췌장아...! 제발 일 좀 해라,  일 좀!!'


"김쏘야님, 교수님 오셨습니다."


소화기 내과 교수님께서 학회를 마치고 돌아오셨다.


"허허허... "

"왜, 얘가 아직도 여기에 있는 거냐?"

교수님께서 주치의 선생님을 찌릿 째려보면서

무언의 압박을 보냈다.  


'그래, 내가 본 게 맞다니까...!'

'시, 러시아 불곰 교수님이 맞았어!!'


"그게 아니고..."

블라 블라...

(교수님과 주치의 선생님 의학용어 대화 중)


'도대체 뭐라고 말씀하시는 걸까...?'


"쏘야야, 물은 마셔봤니?"

"배가 아파서 못 마시겠어요."


흐음...

"쏘야가 아직 어려서 내시경은 고민이 되는데...!"

"만약, 내일도 계속 배가 아프면 위, 대장 내시경 해보자!"

"내... 내시경이요?"

"교수님, 그게 뭔데요?"


"허허허..."

"별거 아니야! 몸속에 긴 호스를 잠깐만 넣었다가

빼는 거야."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끝나니까 걱정하지 마라!"


소화기 내과 교수님은 별게 아니라고 하셨지만

생전 처음 해보는 낯선 내시경에 두려움이 앞섰다.


'제발... 내시경 안 하게 해 주세요!'


나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내시경을 하게 되었다.


'그래, 불곰 교수님이 별거 아니라면서!'

'그까짓 거...!'

'아... 너무 무서운데!'


가을바람에 나부끼는 갈대같이

내 마음도 이리저리 흔들렸다.


"김쏘야님, 오후 7시부터 금식이에요."

"내일 위랑 대장 내시경 할 거니까 아무것도 먹으면 안 돼, 알겠지?"

"쌤, 저 원래 금식 중이잖아요!"

"언니가 오늘 입원 환자가 많아서 정신이 없다."


"이따가 다시 와서 대장 내시경 약 먹는 방법 설명해 줄게."

"수면 내시경 동의서는 인턴쌤이 받으러 올 거야."


"할... 할머니, 할머니도 내일 내시경 받지 않으세요?"

"괜찮! 우리 같은 당이 있는 사람들은 미리미리

먹어둬야 혀.!"

"아.. 아니 그래도 벌써 6시 40분인데..."

"괜찮여! 이 정도는 금방이여!"

"나는 대장 내시경이 아니라 위 내시경이라서

괜찮여!"


할머니는 곗바늘이 오후 7를 가리킬 때까지

 빵 세 봉지, 믹스커피 세 잔, 과자 두 봉지,

초콜릿과자와 죽 한 통 등 식탁 위에 있는

모든 음식을 허겁지겁 드셨다.


'와...

할머니 진짜 위대(胃大)한 할머니시네!'


"아이고... 쏘야야, 언니가 오늘 너무 바빠서

잠시도 앉을 시간이 없었네!"

"언니 한숨 좀 돌리고 대장 내시경 약 복용방법

설명해 줄게!"


"500ml 하얀 통 보이지?"

"여기에 쿨프렙산 A, B 한 포씩 넣고..."

"통에 보이는 선까지 찬물 500ml를 넣고 잘 흔들어서 섞어야 해."

"쌤, 미지근한 물은 안 돼요?"

"음... 찬물 넣어서 마시는 게 좋을 걸!"


간호사 쌤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지금이 7시니까..."

"먼저, 250ml 마시고 7시 15분에 250ml 마저 마셔야 돼."

"같은 방법으로 두 번째 병을 타서 7시 30분에 한 번, 7시 45분에 또 한 번 마시고..."

"8시에 물 500ml 한 통 꼭 마셔야 된다!!"


"새벽에도 똑같이 또 마셔야 되니까 그건 나이트 쌤이 다시 알려줄 거야!"


"네...? 한 시간 동안 1.5리터를 마셔야 한다고요?"


"1형 당뇨 진단 전에 물 2리터쯤은 거뜬했지!"

"그래, 나 김쏘야야!"


호기롭게 쿨프렙산 섞은 물을 한 입 마셨다.


우워어어엑!!!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맛이야?'

'밍밍한 포카리 맛...? 이라기에는 너무 메스껍고 니글니글 거려!'


'하아... 나 이거 언제 다 먹지?'

이제야 꼭 찬물에 먹어야 한다는 간호사 쌤의 말과

의미심장한 미소를 깨달았다.


우어어어엑!!

마시고 뱉고 간신히 1.5 리터를 먹고 잠에 들었다.


아아악!!!

'맞다! 이거 대장 내시경 할 때 장 비우는 약이었지?'


푸드드드닭!!

화장실에서 겨우 살아서 침대로 올라왔다.


"김쏘야님, 어제저녁에 마신 쿨프렙 기억하죠?"

"지금이 새벽 4시니까 이제부터 한 시간 동안

어제처럼 드시면 돼요."

"먹기 싫다고 다 토해버리면 이거 또다시 해야 된다."

"쏘야야, 한 번에 해야 덜 힘들어!"


"마지막은 어제처럼 그냥 물 500ml 마시는 게

아니고 5시에 가소콜 한 포 고 물 500ml 마셔야 돼!"


하아...

'하마도 이렇게 많은 물을 한꺼번에 마시지는 않을 거야!'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물을 3리터나 마셨잖아...?'


우어어어엑!!!

또다시 반복된 쿨프렙과의 씨름!

'항복!!! 내가 졌다. 졌어!'


"쏘야야, 이제 하얀 물이 나오니?"

"색깔이 있는 대변이 나오면 안 돼!"

"언니 좀 보여줄래?"

"아... 쌤, 싫어요! 부끄럽단 말이에요."


하아...

'진짜, 내가 대장 내시경 한 번 더하면

그때는 김쏘야가 아니라 이 쏘야다, 이쏘야!'


몸속에 있는 게 다 빠져나가니 몸이 들오들

떨렸다. 내시경실로 갈 때까지 이불 몇 겹을 돌돌 싸매고 있었다.


"김쏘야님, 지금 내시경실로 오라고 연락 왔어요!"

"여기있는 스트레처카 타고 가실게요."


응급실 침대보다 더 작고 아담한 스트레처카에

몸을 실었다. 트레처카에 누워서 보는 회색빛 천장이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했다.


"쌤, 내시경 진짜 안 무서운 거 맞아요?"

"저 진짜 너무 무서워요...!"


같이 가던 다정쌤이 말없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쏘야야, 언니가 잘 데리고 갔다가 검사 끝나면 데리러 올게! 언니 믿지?"


다정쌤의 따뜻한 한마디에 불안한 마음도 사라지고, 눈가에 그렁그렁 맺혀있던 눈물도 쏙 들어갔다.


감동도 잠시...


", 바지가 왜 이렇게 생겼어요?"

"바지 뒤에 뚜껑이 달려있어요..."

"네..? 대장 내시경을 하려면 이걸 입어야 한다고요?"


"김쏘야님 마우스피스 너무 꼭 물고 계시면

치아 부서질 수 있어요"

"IV라인으로 수면 마취제 들어갈게요!"


하나... 둘...


"물... 물 좀 주세요!"

"목이 너무 타요!"

비몽사몽 순간에 나는 오지 탐험가가 되어서

이름 모르는 어느 사막을 헤매고 있었다.


"김쏘야님! 쏘야야, 이제 깨어났구나!"

"누가 수면 마취에서 반나절 만에 깨어나니?"

"너도 참...!"

"언니들 놀라게 하는 방법도 참 여러 가지다!"


"엄... 엄마?!"

"엄마가 왜 여기에 있어?"

"수면 내시경하는데 보호자 오라고 해서 왔지."

"쏘야야, 고생했다."

"너 마취에서 깨어난 거 봤으니까 엄마는 집에 갈게!"


다음날, 우여곡절 끝에 마친 위, 대장 내시경

결과가 나왔다.


"쏘야야, 역류성 식도염도 없고, 위랑 장에 염증도 없고 다 괜찮아!"


"염증 수치만 좀 더 내려가면 퇴원하자!"


휴...

러시아 불곰 교수님 말씀에 안심이 되면서

어제 고생한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진짜, 내가 대장 내시경을 두 번 하면 성을 바꿀 거야!"

"아니... 이름을 바꿔버릴까?"


1형 당뇨, 너를 만나고 처음 해 본 새로운 경험!

나는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새로운 일들과 마주해야 하는 걸까...?


솔직히 아직은 좀 무섭고 두려워..!


*참고자료 및 자료출처


(쿨프렙산)

http://www.health.kr/searchDrug/result_drug.asp?drug_cd=2011080800002


(가소콜액)

http://www.health.kr/searchDrug/result_drug.asp?drug_cd=A11A2830A0068


(위 내시경 검사)

https://www.amc.seoul.kr/asan/mobile/healthinfo/management/managementDetail.do?managementId=44  


(대장 내시경 검사)

https://www.amc.seoul.kr/asan/mobile/healthinfo/management/managementDetail.do?managementId=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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