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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Aug 31. 2023

임신성 당뇨: 엄마의 눈물 나는 노력!

[임당, 경구당부하검사, 목표혈당, 인슐린주사]

"한 번에 주사 잘 놓는 쌤 불러주시면 안 돼요?"

"쏘야야, 언니가 한 번만 더 해보고 안되면

손 바꿔서 다른 쌤 불러 줄게!"

"쌤... 이번이 다섯 번째인데...!"


처음부터 주사를 잘 놓는

간호사 쌤이 오면 좋겠지만

이 세계는 정확한 체계와 순서가 있다.

신규쌤이 먼저 오고, 그다음 연차가 높은 Grade쌤

나중에 Charge쌤, 거의 드물지만 때로는 수간호사 쌤이 오기도 한다.


'아.. 울고 싶다!'


급성췌장염으로 약 한 달간 금식을 하면서

고농도의 콤비 수액을 매일 맞고 있다.


후하아아...

"쌤, 저 잠시만 마음의 준비 좀 하고 올게요."

"쏘야야, 너 또 도망가는 거 아니지?"

"아.. 아니에요!"


하늘 정원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팔과 다리를 보니 퉁 붓고 관이 터져서 멍이 가득다.


'내 혈관이 그렇게도 없나..?'

'누가 혈관 좀 나눠주세요!'


'여기서 도망갈 방법은 없겠지..?'


띵동...


[10 병동, 1015호. 김. 쏘. 야 환자분 병동 간호사실로 오시기 바랍니다.] 삑!


에베베베베...

'나는 아무것도 못 들 거야!'


방송이 여러 번 울린 후에

모든 것을 포기하는 마음으로

10 병동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쏘야야, 언니들이 할 일이 많은데..."

"너만 기다릴 수는 없잖니!"


"빨리 침대에 누워 봐!"


10 병동에서 IV 주사를 잘 놓기로 소문난 쌤들이

모두 모여서 내 팔다리를 토니캣으로 묶고 

혈관을 찾기 시작했다.


"됐다! 쌤, 성공했어요!"

"쏘야야, 바늘 안 빠지게 조심히 다녀!"

"쌤, 슬리퍼는 신고 다닐 수 있게 해 주셔야죠!"

"쏘야야, 쪼리 신어 쪼리!"


"쌤, 24 게이지 바늘도 이렇게 아픈데

인슐린 바늘로 수액을 맞을 수 없어요?"

"인슐린 바늘은 진짜 따끔하고 끝나잖아요."

"IV 바늘은 따끔 아니라 뜨아아악!! 이라고요."


"어이구...!

"32 게이지 인슐린 바늘로 콤비 수액을 맞으려면.." 

"초에 한 번씩 바늘에  자신은 있고?"


"일... 초에 한 번이...?"


생각해 보니 여러 번 찔리는 것보다 한 번에 푹 찔리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고농도 수액은 얇은 바늘일수록 더 빨리 막히고

퉁퉁 부어!"


"쏘야야, 한번 따끔하고 끝나는 게 낫지 않니?"

"하여튼 김쏘야 엉뚱한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바이탈이나 혈당 재는

시간에 제발 자리에 좀 있어!"

"주사 맞은 팔이 붓는지 잘 보고 있고...!"


아얏!!

"쌤 간호사가 환자 밤 때려도 되는 거예요?"

"이게 뭐 때린 거라고..."

"우리 사이에 이 정도 장난도 못 치는 거야?"

"쏘야야, 언니가 많이 섭섭하다."


스르륵...


아이고... 학생 많이 아프겠네!

내 비명 소리를 들은 옆 침대 환자 커튼을

열고 나에게 말을 건넸다.


'누.. 누구지?'


'남산만 하게 불러온 배를 보니 임신부인가..?'

'여기는 내과 병동인데...'


"... 혈관이 없어서 고생이구나?"

"자기도  한번 뽑을 때마다 참 힘들겠다."


"안녕, 나는 복덩이 맘이야!"

"아기 태명이 익숙하다 보니 태명을 말했네!"

"나는 박진숙이고 올해 34살이야."

"어머.. 내가 너무 내 얘기만 하고 있었네!"

"자기는 어디가 아파서 입원했어?"


밝고 높은 목소리와 익숙한 이 말투...


"혹시... 유치원 선생님이세요?"

"호호. 목소리에 다 나타나는구나?"

"저.. 그럼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호호! 좋지, 귀여운 동생이 하나 생겼네!"


'와..! 이 언니 친화력이 장난 아니네!'


"언니는 임당검사에서 재검이 떠서 인슐린을 맞아야 한다고 해서 입원했어."

"임.. 임당이 뭐예요?"

"재검은 뭐예요..?"

"그래, 우리 쏘야가 잘 모를 수도 있겠구나!"


'우리 ○○이가 그랬구나~'

'와.. 이거 진짜 유치원 쌤 말투인데..!'


"임신성 당뇨를 줄여서 임당이라고 하는데..."

"임신 24~28주에 임당 검사를 받아야 해."


"1차 검사에서 정맥으로 채혈한 혈당이 140mg/dl을 넘으면 2차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만약, 통과가 안 되면 임신성 당뇨로 진단받아서 

아기를 낳을 때까지 인슐린이나 식이관리를 해서 목표혈당을 맞춰야 ."


'1형 당뇨, 2형 당뇨 외에도 임신성 당뇨라는 게

있구나!'


"그럼, 언니 그 포도당주스..? 그거 마시고 검사한 거예요?"

"응. 8시간금식한 후에 1차 때 75g,

2차 때는 100g 오렌지맛 포도당 마시고

 번 채혈하는 건데..."

"웁...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쳐져."

"이젠 오렌지주스 비슷한 것만 봐도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다니까."


"내가 주임교사라서 행사를 준비하느라 밤을 새운 적이 많았거든."

"스트레스를 많이 니까 앉은자리에서

초콜릿파이도 한 박스씩 먹고, 료도 마시고

동료쌤들이랑 매일 기름진 야식도 먹고..."

"그래서 임당이 온 게 아닐까 싶어서 우리 복덩이에게 많이 미안해."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지 말걸 그랬어..."


임신도 임당도 아무것도 모르는

당린이인 나는 말없이 진숙언니의

축 처진 어깨에 살손을 얹었다.


사실...


"언니, 저는 자가면역성 1형 당뇨예요."

"원인도 모르고요. 제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서 췌장에서 인슐린이 아예 나오지 않는대요."

"하루에 네 번씩, 평생 인슐린을 맞아야 해요."


"인슐린 주사를 평생 맞아야 한다고..?"

'전 괜찮으니까...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지 마세요.'


"박진숙 님 레버미어 6 단위 맞으실게요."

"아침에는 왼쪽 팔이었으니까 저녁에는 오른쪽 팔에 맞으실게요."


언니는 새어 나오는 눈물을 꾹 참으며

인슐린 주사를 맞았다.


'언니는 지금 이 상황이 마음 아픈 게 아닐까..?'


"박진숙 님 휴마로그 4 단위도 맞으셔야 해요."


'레버미어...? 휴마로그...?'

란투스와 애피드라가 인슐린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새로운 인슐린을 알게 되었다.


김쏘야님의 인슐린 지식이 +2 상승하였습니다.


궁금한 건 적어놨다가 곰돌이 교수님께 여쭤봐야겠다.


"교수님, 교수님! 있잖아요."

"쏘야야, 뭐가 있는데..?"

"아니, 여쭤볼 게 있어서요."

"녀석도 참! 어차피 물어볼 거면서!"


"임신하면 목표혈당이 달라져요?"

"저는 식후 2시간에 180mg/dl 이하가 목표인데..."

"임신하면 태반으로 영양이 공급되는데

혈당이 너무 높아도 안 되고, 너무 낮아도 안돼!"

"특히 저혈당은 더 위험하지...!"


"임신하면 보통 식후 1시간에 140mg/dl 이하

식후 2시간에 120mg/dl 이하로 맞춰."

"식후 2시간에 120mg/dl 이하면 나중에 더 떨어지지 않아요?"

"네 생각은 그럴 것 같지만, 우리 몸은 참 정교하고 신비로워서 임신했을 때는 호르몬이 저혈당을 막아주기도 해."


"고혈당이면 태반으로 분이 너무 많이 가서 문제가 되고..."

"저혈당은 당분이 전혀 가지 않아서 태아가 쫄쫄

어서 문제가 되는 거야."


"신성 뇨와 1형 당뇨는 목표혈당이 다르단다."


'아.. 혈당이 높아도 안 되고, 낮아도 안 되고 표 혈당을 맞추려면 너무 힘들 것 같아!'


"언니 어디 갔다 오세요?"

" 먹고 한 시간 정도 병원 주차장 돌고 왔어."

"언니 밥도 조금만 먹고, 야채만 드셨잖아요."

"아기 낳고 나면 임당이 없어져서 먹고 싶은 음식 먹을 수 있대."

"그때까지만 참고 기다리려고!"


"아기를 낳으면 임당이 없어진다고요?"

"없어지는 사람도 있고 2형 당뇨가 되는 사람도 있대."


"나는 출산하고 검사 통과하면 그동안 못 먹었던

피자랑 쫄볶이부터 먹을 거야." 

"얼음을 가득 넣은 시원한 얼음 콜라도 마시고"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네!"


'임당은 출산하면 없어지기도 하는구나...'

'부.. 부럽다!'


진숙언니는 인슐린 교육과 영양교육을 받고

며칠 만에 혈당을 조절해서 퇴원했다.


"쏘야야, 언니 일주일 뒤에 외래 올 거니까

그때 너 보러 10층으로 올라올게!"


'아니.. 언니, 저도 집에 가야죠!'


이후 진숙언니는 복덩이를 건강하게 낳고

임당이 없어서 더 이상 내분비내과에서 볼 수 없었다.


먼 훗날, 내게도 아이가 생긴다면... 

이렇게 열심히 혈당 관리를 해야 하겠지?!


그런 날이 정말 찾아올까...?


그런데...

나는 언제 퇴원을 할 수 있는 걸까..?


*본문에 나온 용어 설명


임신성 당뇨병 (Gestational diabetes)

원래 당뇨병이 없던 사람이 임신 20주 이후에 당뇨병이 처음 발견되는 경우. 임신 중에 발생하는 호르몬 변화 등 생리학적 변화와 연관이 있으며, 임산부의 2∼3%가 발병, 대부분은 출산 후 정상화. 임신성 당뇨병이 있었던 여성은 나중에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서 주의를 요함.

보통 임신 24주∼28주에 간단한 임신성 당뇨병

검사를 받아야 함.


*임신성 당뇨 혈당목표


임신성 당뇨 경구당부하 검사

100g이나 75g 경구당부하검사는 8시간 이상 금식한 후 검사를 시행. 임신성 당뇨 검사에는 2단계 접근법과 75g 경구당부하 검사 두 가지가 있음.

2단계 접근법은 50g 포도당 섭취 후 1시간이 지났을 때 혈액 중의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여 140mg/dL(고위험 산모의 경우 130mg/dL) 이상인 경우 다시 100g 경구당부하 검사를 시행.

75g 경구당부하검사는 75g 포도당 섭취 후 혈액 중의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




*참고자료 및 자료출처


내분비내과 교수님 자문


https://www.diabetes.or.kr/general/info/info_05.php


https://www.amc.seoul.kr/asan/mobile/healthinfo/management/managementDetail.do?managementId=61


(글루오렌지 100액)

http://www.health.kr/searchDrug/result_drug.asp?drug_cd=A11AGGGGA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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