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위마비가 찾아왔다.
[1형 당뇨, 위마비, 변비, 설사, 구토]
"쏘야야, 이제 소화기 내과 쪽으로는 문제가 없는데..."
"혈당이 계속 높네?"
"혈당은 내분비과 문제라서 전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소화기 내과 외래는 퇴원하고 일정 잡아서 와라!"
소화기 내과 러시아 불곰 교수님이
혈당 조절을 위해 내분비내과로 트랜스퍼를
이야기하고 가셨다.
'내분비내과로 다시 가면...'
'회진 때마다 곰돌이 교수님을 뵐 수 있는 거야?'
'그런데... 내 혈당은 왜 계속 높은 걸까...?'
"김쏘야님, 오늘부터 내분비내과로 과가 바뀌었어요."
"이제 정민철 교수님이 담당 교수님이에요."
"회진 시간은... 잘 알고 계시죠?"
모든 간호사 선생님이 나에게 말을 편하게
하는 건 아니다.
'그래, 간호사 쌤들마다 성향이 다르니까..!'
'그래도 너무 사무적으로 대하면 불편해..!'
'맞다! 여긴 쌤들에게는 빨리 퇴근하고 싶은 직장이지?'
한편으로는 쌤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김쏘야, 밥알을 왜 세고 있어?"
"언니들은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5분 만에 후루룩 마시고 오는데..!"
"젓가락으로 깨작깨작 뭐 하는 거야?"
"이러니 맨날 I/O 물어보면 1/10이지."
"쌤, 1/8 먹은 날도 있잖아요!"
"어휴... 김쏘야, 말이나 못 하면...!"
"너, 인슐린 주사 맞기 싫어서 그러는 거야?"
"쓰읍... 언니가 점심 약 돌리고 다시 올 거니까"
"밥이랑 반찬 남기지 말고 싹 다 먹어!"
"아... 쌤, 방울뱀 소리 무서워요!"
'먹기 싫은 게 아니라 소화가 안된다고요!'
'여기 명치 쪽이 꽉 막히고 체한 것처럼 아픈 건데..'
'칫! 쌤은 내 마음도 모르면서...!'
"쏘야야, 지금이 몇 시인데 아직도 밥을 먹고 있니?"
"두시요!"
"점심시간이 열두 시 반인데 무슨 밥을 두 시까지
먹고 있어?"
"교수님, 화장실을 못 간 지 꽤 오래되었어요."
"속이 답답하고 울렁거려서 밥을 못 먹겠어요!"
흐음...
"그럼 먼저 대변약 처방해 줄 테니까 먹어보자!"
"위장을 자극하는 약은 아니니까 배가 많이 아프지는 않을 거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째...
약을 먹어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내 몸에서 약을 흡수하나..?'
"쌤, 쌤들은 변비가 심해지면 어떤 약을 먹어요?"
"쌤들 먹는 걸로 처방받아 주시면 안 돼요?"
아니...!
변비약이 이렇게 생긴 것도 있구나!
주황색 포장 봉지에 가득 담긴
오렌지 맛의 가루 변비약!
"쏘야야, 이 약은 한 번에 털어서 먹고,
물을 아주 많이 마셔야 해!"
"쌤, 이건 진짜 효과가 빨랐으면 좋겠어요."
"일주일 넘게 배에서 아무 소식이 없어요!"
웁푸...
'오렌지 맛이어도 약은 약이네..!'
아무 소식이 없이 또 하루가 지나갔다.
"이상하네..?"
" 이 약은 진짜 빠르고 강한 건데..!"
"주치의 선생님이 약 하나 더 먹어보래!"
"어제처럼 물 많이.. 알고 있지?"
"네!"
'이러다가 갑자기 막 쏟아지는 거 아니야?'
'으으.. 대장 내시경 약 먹은 거 생각난다!'
불길한 예감은 슬프게도 딱 들어맞는다.
'이런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을까...?'
푸드드드닭닭닥...
'와.. 이제 좀 살 것 같네!'
'윽..! 왜 장이 꼬이는 것 같지?'
'아악!!'
덜컹덜컹 덜커덩...
고장 난 세탁기처럼 위와 장이
심하게 요동을 치다가 갑자기 잠잠해졌다.
'어?! 이 이상한 느낌은 뭐지?'
'내일 회진시간에 곰돌이 교수님께 여쭤봐야겠다.'
교수님께 몸의 상황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흐음...
"설마.. 아니다! 그건 아닐 텐데..."
"혹시 모르니까.. 우리 검사 하나만 해보자!"
"어려운 검사는 아니고..."
"음식을 먹고 하는 검사니까 너무 겁먹지 마라!"
"먹는 검사요..? 세상에 그런 검사도 있어요?"
"음.. 이 검사는 자주 할 수 있는 검사는 아니고"
"우리 병원에서는 한 달에 한 번만 가능한 검사야."
"마침, 내일이 검사가 가능한 날이니까 검사 한번 해보자!"
'먹는 검사라...!'
'음식을 먹고 어떻게 검사를 하는 걸까..?'
'그럼, 무엇을 검사하는 거지...?'
음식물을 먹으면서 할 수 있는 검사가 있다니
내심 기대가 되었다.
"쏘야야, 낮에 교수님께 검사 이야기 들었지?"
"검사실에 가져가야 할 준비물이 있어!"
"네..?! 검사를 하는데 준비물이 필요해요?"
"내일 검사실에 식빵 두쪽이랑 계란프라이, 딸기잼, 오렌지 주스 한 병을 가져가야 돼!"
"쌤, 그럼 애피드라도 주는 거예요?"
"인슐린 주사 없이 저거 다 먹으면 혈당계에서 High 뜬다고요!"
"주치의 선생님이 검사 다 끝나고 혈당수치 보고
인슐린 주사 준대."
하아...
입원하면 나에게 인슐린 주사의 자율권은 없다.
그나저나...
'계란프라이를 어디서 구하지..?'
'식빵이랑 딸기잼, 오렌지 주스는 병원 일층에 있는 빵집에서 사면되고...!'
'계란 프라이... 그게 문제네!'
'내일 검사를 잘 마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