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유혹! 케톤 다이어트
[1형 당뇨, 케톤, 다이어트]
이따금씩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일상생활에 적응해서 그냥저냥 살고 있었다.
며칠 전, 외래 진료 때에 곰돌이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교수님, 제가 먹는 양도 일정하고 조금밖에 안 먹는데 왜 체중이 늘어요..?"
"인슐린 맞으면 살찐다는데 그래서 그런 거 아니에요?"
"쏘야야... 인슐린 때문이 아니라 네가 먹어서 찐 거야! 허허허..!"
'아니야, 아니야..!'
교수님이 말씀하신 뼈를 때리는 사실을 애써 부정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아!'
그동안 저칼로리 음식들만 골라먹었다.
한 봉지에 10kcal 미역다시마 국수
금방 포만감이 느껴지는 곤약무침
식사 대용으로 모닝빵 한 개
입이 심심하면 무설탕 자일리톨 사탕
참치 통조림 대신 닭가슴살 통조림...
그리고 밥 숟가락 놓자마자 동네 한 시간 뛰기!
'도대체 살이 왜 찌는 거야..?'
'궁금한 게 있을 때는 커뮤니티가 최고지!'
한참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케톤 다이어트 커뮤니티를 찾았다.
[케톤 다이어트는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지방을 섭취하여 케톤체를 생성하는 과정을 통해
체중 감량을 돕는 다이어트 방법. 케톤체는
지방을 태우면서 에너지를 생성하는 데 사용]
'내가 알고 있는 케톤이 그 케톤이랑 같은가?'
'탄수화물을 하루에 25~50g만 먹으라고?'
'단백질 섭취를 더 많이 늘리고...'
'맛있는 걸 마음껏 먹으면서 살을 빼는 방법은
없을까..?'
'에이... 그런 방법이 세상에 어디 있어..?'
때마침 달콤한 유혹의 손길이 찾아왔다.
달콤해 보이지만 검은 유혹의 손길을 덥석 잡았다.
'이 바보야..! 인슐린 주사를 안 맞으면 되잖아?'
'네가 살찌는 건 다 인슐린 탓이라고!'
'아니야... 그래도 이건 아니지..!'
순간 내 인생 처음으로 입어본 44 사이즈 원피스가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에라.. 모르겠다!'
'인슐린 주사도 안 맞고 살도 빠지고 좋지, 뭐!'
'그래!
딱 원하는 만큼만 살이 빠지면 그만두는 거야'
보기 싫은 혈당계와 인슐린 주사도
펜니들과 혈당검사지 모두 창고 깊숙한 곳에 숨겨 두었다.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체중계 숫자가 줄어드는 매력적인 방법에서 좀처럼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살이 빠져서 기분은 좋았는데
몸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입에서 나오는 아세톤 냄새
헐떡헐떡 쉬는 호흡
멈추지 않는 구토..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정신을 잃었다.
"쏘야야, 정신 좀 차려봐!"
"너, 혹시 인슐린 주사 안 맞았니?
하마터면 중환자실 갈뻔했어!"
"당뇨병성 케톤산증이야!"
눈을 떠보니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었다.
곰돌이 교수님께서 자초지종을 들으시고
정색하며 말씀하셨다.
"김쏘야..! 케톤산증이 얼마나 위험한 줄 몰라?"
"누가 목숨을 걸고 다이어트를 해?"
"너, 자꾸 사고 치면 호랑이 교수님한테 보내버린다!"
"교수님, 제가 잘못했어요."
"이제 사고 안 칠게요! "
"제발.. 호랑이 교수님한테 보내지 마세요."
내분비내과에서 가장 무섭기로 소문난
호랑이 교수님한테 가기는 정말 싫었다.
"케톤 다이어트는 비당뇨인도 조심해서 해야 하는
다이어트야!"
"세상에 노력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정신 차려, 김쏘야!"
당뇨병성 케톤산증으로 깨진 전해질을 수액으로 교정하느라 2주를 병원에서 보내고 퇴원했다.
'그래, 세상에 노력 없이 공짜로 얻는 건 없어!'
'정신 차리자, 김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