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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Mar 31. 2024

달콤한 유혹! 케톤 다이어트

[1형 당뇨, 케톤, 다이어트]

이따금씩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일상생활에 적응해서 그냥저냥 살고 있었다.


며칠 전, 외래 진료 때에 곰돌이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교수님, 제가 먹는 양도 일정하고 조금밖에 안 먹는데 왜 체중이 늘요..?"

"인슐린 맞으면 살찐다는데 그래서 그런 거 아니에요?"

"쏘야야... 인슐린 때문이 아니라 네가 먹어서 찐 거야! 허허허..!"


'아니야, 아니야..!'

교수님이 말씀하신 뼈를 때리는 사실을 애써 부정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아!'


그동안 저칼로리 음식들만 골라먹었다.

한 봉지에 10kcal 미역다시마 국수

금방 포만감이 느껴지는 곤약무침

식사 대용으로 모닝빵 한 개

입이 심심하면 무설탕 자일리톨 사탕

참치 통조림 대신 닭가슴살 통조림...


그리고 밥 숟가락 놓자마자 동네 한 시간 뛰기!


'도대체 살이 왜 찌는 거야..?'


'궁금한 게 있을 때는 커뮤니티가 최고지!'


한참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케톤 다이어트 커뮤니티를 찾았다. 


[케톤 다이어트는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지방을 섭취하여 케톤체를 생성하는 과정을 통해

체중 감량을 돕는 다이어트 방법. 케톤체는

지방을 태우면서 에너지를 생성하는 데 사용]


'내가 알고 있는 케톤이 그 케톤이랑 같은가?'


'탄수화물을 하루에 25~50g만 먹으라고?'

'단백질 섭취를 더 많이 늘리고...'


'맛있는 걸 마음껏 먹으면서 살을 빼는 방법은

없을까..?'

'에이... 그런 방법이 세상에 어디 있어..?'


때마침 달콤한 유혹의 손길이 찾아왔다.

달콤해 보이지만 검은 유혹의 손길을 덥석 잡았다.

 

'이 바보야..! 인슐린 주사를 안 맞으면 되잖아?'

'네가 살찌는 건 다 인슐린 탓이라고!'


'아니야... 그래도 이건 아니지..!'


순간 내 인생 처음으로 입어본 44 사이즈 원피스가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에라.. 모르겠다!'

'인슐린 주사도 안 맞고 살도 빠지고 좋지, 뭐!'

'그래!

딱 원하는 만큼만 살이 빠지면 그만두는 거야'


보기 싫은 혈당계와 인슐린 주사도

펜니들과 혈당검사지 모두 창고 깊숙한 곳에 숨겨 두었다.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체중계 숫자가 줄어드는 매력적인 방법에서 좀처럼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살이 빠져서 기분 좋았는데

몸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입에서 나오는 아세톤 냄새

헐떡헐떡 쉬는 호흡

멈추지 않는 구토..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정신을 잃었다.


"쏘야야, 정신 좀 차려봐!"

"너, 혹시 인슐린 주사 안 맞았니?

하마터면 중환자실 갈뻔했어!"

"당뇨병성 케톤산증이야!"


눈을 떠보니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었다.


곰돌이 교수님께서 자초지종을 들으시고

정색하며 말씀하셨다.

"김쏘야..! 케톤산증이 얼마나 위험한 줄 몰라?"

"누가 목숨을 걸고 다이어트를 해?"

"너, 자꾸 사고 치면 호랑이 교수님한테 보내버린다!"


"교수님, 제가 잘못했어요."

"이제 사고 안 칠게요! "

"제발.. 호랑이 교수님한테 보내지 마세요."


내분비내과에서 가장 무섭기로 소문난

호랑이 교수님한테 가기는 정말 싫었다.


"케톤 다이어트는 비당뇨인도 조심해서 해야 하는

다이어트야!"

"세상에 노력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정신 차려, 김쏘야!"


당뇨병성 케톤산증으로 깨진 전해질을 수액으로 교정하느라 2주를 병원에서 보내고 퇴원했다.


'그래, 세상에 노력 없이 공짜로 얻는 건 없어!'

'정신 차리자, 김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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