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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Jul 17. 2023

내가 사고를 당할 수도 있었다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내가 사는 청주에 참사가 일어났다. 장마로 오송역으로 가는 지하차도가 갑작스럽게 침수되어 오늘 기준으로 13명의 사망자가 발견되었다. 처음 지하차도가 침수되어 사망자가 생겼다는 소식을 보고 등골이 오싹했다. 그곳에는 내가 있었을 수도, 가족이나 친구가 있었을 수도 있었다.


공무원인 동생은 그날 아침 비상소집을 당해 그 근처로 출근했다. 내 동생은 그날 그 시각 지하차도에 있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친한 친구 부부는 그곳 바로 근처에 산다. 물이 너무 불어나자 피신했다고 하지만, 운이 없었다면 친구 부부도 그곳에 있었을 수도 있었다.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747번 버스는 원래 그 경로가 아니었는데, 원래 경로가 침수되어 다른 경로로 가다가 참사를 당한 것이라고 한다. 747번 버스는 내가 평소에도 자주 이용하던 버스였다. 우리 집 앞 1분 거리에 버스 정류장이 있고 청주공항과 오송역으로 가는 급행버스인 747번 버스가 정차하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세미나에 참석하러 서울에 가려고 했고, 아침에 오송역으로 가서 기차를 탈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다행히 내가 너무 늦게 예매하려고 해서 기차표가 매진되었었고, 버스표를 예매했으나 비가 너무 오는 관계로 그냥 세미나 참석비를 날리고 서울을 안 갔다.


사고가 난 747번 버스가 오송역에서 우리 집 방향으로 가는 버스인지, 우리 집에서 오송역으로 가는 버스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오송역으로 가는 버스였고,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해서 기차표를 예매했었다면? 참석비가 아쉬워서라도 서울행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나도 그 버스에 타고 있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내 친구도, 동생도 사고 지점과 가까웠다. 정말 등골이 오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747번 버스에 있던 승객은 나와 같이 버스를 탄 적이 있는 분들이었을 수도 있다. 사망하신 기사님도 어쩌면 나도 여러 번 봤던 분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더 가슴이 미어진다. 갑자기 지하차도로 물이 쏟아질지, 갑자기 죽음이 코앞에 닥쳤을지 그분들이 어찌 짐작을 했겠는가. 삶과 죽음의 경계는 명확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명확하지가 않은 것 같다. 갑작스러운 죽음은 나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이번 일을 통해 한번 더 하게 되었다. 내 주변에 아무 일이 없었던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아서였다. '운'이라는 건 참 얄궂다는 생각이 든다.


사망 사고는 뉴스로 자주 접하지만, 이렇게 나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죽음은 내가 모르는 분들이라도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돌아가신 분들을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유가족들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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