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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빤짝맘 이은영 Feb 16. 2020

#4. 가족여행 숙소의 조건

현실 여행자 가족이 머무는 '그 곳의 우리집'

비행기에서 머무는 시간 : 30시간 미만

숙소에서 머무는 시간 : 최소 70시간


내 기준으로, 가족 여행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숙소이다.
숙소의 질이 여행의 질을 좌우한다. 특히 고만고만한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여행이라면.


우리 가족의 숙소 고르는 기준. 빤짝이네 가족 피셜 좋은 숙소의 조건.




사실 성인들만의 여행이거나 여행 예산이 풍부하다면, 숙소를 고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린이가 셋인 5인 가족인데다, 약 일주일간의 총 숙박비가 100만원(max 130만원 이내)여야 하는 생계형 현실 여행자 가족이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조건을 따질 수 밖에.



1. 한 숙소에 다섯명이 함께 있어야 한다.


배낭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2인에 조식 주고 8~10만원 정도 하는 저렴한 호텔 스탠다드 룸' 2개를 예약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초등생 아이들이라서 부모2-아이3 으로 방을 나눌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2-남3 으로 나누는 건 더 어이없고.(세 아이 키우면서 3시간마다 울어대는 신생아때도 각방을 안썼는데..!)
무엇보다 말도 잘 안통하는 낯선 곳에서는 한 현관문 안에 모든 가족이 함께 있는 것이 마음 편하다. 낯선 도시 한밤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까. (테이큰 같은 외국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보다)


우리 가족의 프라하 숙소 (힐링인프라하). 사진에 보이는 부분은 일부이고, 방이 하나 더 있고 널찍한 욕실과 쓸만한 부엌까지 있었다. 첫 여행 숙소로 최고였다.


한국이라면 대략 큰 침대 두개 있는 객실 하나 잡아서 요리조리 낑겨 잘 수도 있겠지만, 유럽은 연령에 따른 객실당 입실 인원 수를 꽤나 엄격하게 본다. 그래서 만약 호텔을 이용하려면 최소 방 두개짜리 스위트룸은 되어야 한다. 아무리 저렴한 호텔이라 해도, 5인용 스위트룸 가격은 어마어마하다. (그럴 돈이 있었으면 검색 신공 발휘해서 외항사 경유 했겠나.) 결국 생계형 현실 여행자 다섯명이 호텔을 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


(안녕, 호텔. 언젠간 플렉스~하며 너에게 갈 날이 있겠지?)



2. 쓸만한 주방이 있어야 한다.


여행경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우리 가족은 하루 한끼만 외식을 한다. 우리는 보통 점심에 맛집투어를 하고, 저녁엔 현지 식재료를 구입해서 직접 해먹었다. (아침은 전날 저녁에 넉넉히 해둔 밥+즉석식품으로 간단히 해결)

물론 돌아다니면서 간식은 잘 사먹었다. 그 동네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길거리 음식들은 먹어줘야 제 맛! 세 꼬마님들 비위맞춰 하루종일 돌아다니려면 끊임없이 손에 무언가를 들려주어야 궁시렁거리지 않기도 하고. (사실 가족 중에 내가 제일 길거리 간식을 좋아한다는 건 안비밀.)


프라하 길거리 간식의 끝판왕, 뜨르들로. 애들 입막음을 빌미로 내가 얼마나 신나게 먹어댔는지.


여행경비 이외에도 컨디션 유지 측면에서도 취사는 중요하다. 여행의 성패는 아이들의 컨디션이 좌우하기에, 하루 한끼는 아이들에게 익숙한 음식을 먹인다는 것이 나름 우리 가족의 여행 원칙이다. 사실 그건 어른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삼시세끼 낯선 음식만 계속 사먹으면 누구 하나는 탈이 나더라는 쓰라린 경험이...


그 지역의 식재료를 가지고 우리 스타일로 음식을 해먹어보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아주 소중한 추억이 된다. 우리 아이들에겐 '바르셀로나에서 아빠가 살아있는 랍스터 회 뜨고 랍스터 라면 끓여주셨어!', '피렌체에서 티본 스테이크 요리해먹고, 그 뼈로 우거지탕 끓여먹었어!' 라는게, 일종의 여행 무용담이다. 평범한 회사원인 남편이 식칼로 랍스터 쪼갠 건 어른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인 건 확실하다. 나 또한 피렌체에서 국물이 끝내주는 우거지탕을 끓일 수 있을거라고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special thanks to 갓뚜기)


그래서 우리 가족 숙소엔 '쓸만한' 주방이 꼭 필요하다. 조리도구와 기본 조미료(소금 후추 식용유)가 완비된.


피린체 에어비앤비 숙소의 완벽한 주방. 필요한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었다. 여행 숙소 중 단연 최고.



3. 근처에 큰 마트나 시장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여행 가서 제일 신날 때가 마트 혹은 시장에 갈 때다. 사실 그건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여서, '어느 도시에 엄청 좋은 명품 아울렛이 있다더라' 이런건 도무지 관심이 없고 '그 동네는 어느 마트가 크다더라', '현지인들만 가는 시장이 있다더라' 에만 관심이 많다. 직접 식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기에도, 생활 여행자의 가성비 쩌는 기념품 장만에도 그만이다. (항상 우리 가족의 귀국 가방엔 그 동네 마트에서 산 소소한 식재료와 간식이 가득하다.)

 

뒷편 건물이 로마 현지인들이 가는 시장. 우리나라에서 엄청 비싼 칸탈로프멜론이 여기선 한통에 2유로.


프라하에서는 Tesco, 바르셀로나에서는 Mercadona, 피렌체에서는 Esselunga, Conad가 숙소 근처에 있어서 아주 편리하게 이용했다.


피렌체 숙소 근처, 현지인들이 사는 조용하고 깔끔한 동네에 있던 마트. 모든 게 다 맘에 들었다.


현지인들이 일상적으로 가는 대형마트는 그들이 무얼 해먹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가장 피부로 와닿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여행 블로거들이 '어느 맛집이 좋다'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이 도시에선 이 식재료가 좋고, 이곳 사람들이 이걸 많이 먹는다'를 이야기한다.
유럽은 목축이 발달해서, 질 좋고 맛있는 고기가 엄청 저렴하다. 우유는 생크림을 섞은 듯 고소하고, 떠먹는 요거트는 양도 넉넉하고 맛도 좋다. 프라하 현지인들을 따라 샀던 소시지는 우리 가족의 베스트 소시지였고(소시지를 사려고 매일 저녁 집에 들어가는 길에 테스코에 들렀다), 스페인 마트에서 눈치껏 따라 구입한 하몽은 한국에서 파는 엄청 비싼 하몽보다 더 맛있었으며, 피렌체 시장에서 구입한 끼아니아 종 티본 스테이크감은 40년 조금 넘는 인생 최고의 소고기였다.  마트표 와인과 맥주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저렴하고 맛있는데다 관광지에서 비싸게 파는 물을 저렴하게 대용량으로 살 수 있기에, 집 근처 대형마트는 여러모로 최고의 조건이다.


피렌체 시장에서 구입한 티본스테이크감 2킬로그램. 왼쪽은 남편 손. 저만큼에 우리돈 5만원. 고기가 정말 맛있었다.


숙소 근처에 대형 마트가 있다면, 한국에서 짐 싸기가 무척 편해진다. 양념 몇 가지와 즉석식품 몇 가지만 가져가면 되니까. 심지어 우리는 쌀도 현지에서 구입한다. 아이들 데리고 여행가려면 가뜩이나 챙길 것이 많은데, 쌀까지 무겁게 바리바리 가져가지 않아도 되니 꽤 편리하다. (우리 가족이 한 끼에 먹는 쌀의 양은 꽤나 엄청나다)
마트에 가면 쌀 종류가 무척 많은데, 포장을 잘 보면 우리가 먹는 찰기 많은 동그란 쌀을 찾을 수 있다. (유럽에선 rice라고 하면 대부분 길쭉한 쌀이라서, 포장지 그림을 잘 보고 사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건 큰 마트에 동그란 쌀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쫄지 마시라.) 초밥 그림 그려진 쌀이 우리 쌀과 많이 비슷했고, 리조또용 쌀(초록색 닭그림 있는 것)도 많이 비슷했다.


- 먹거리 챙기는 법 & 구입하는 법은 추후에 별도의 글로 자세히 쓸 예정. 이거 정말 할 말 많음.




4.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해야 한다.


우리는 관광지 한복판에 있는 숙소보다는, 약간 떨어진 곳이라도 현지인들이 사는 지역의 숙소를 선호한다. 조용하고 저렴한데다 그 동네 사람처럼 살아보는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현지인 동네는 물가도 저렴하고 동네 가게 사람들도 친절하다. (영어 안되는 것만 빼면 정말 좋다. 현지인 동네 최고!)


프라하 숙소 창문에서 찍은 사진. 바로 앞에 트램,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이 있는 최고의 입지였다. 길 건너면 바로 대형마트.


그렇다 보니 숙소 근처에 주요 관광지로  빠르게 연결되는 대중교통이 있어야 하고, 가능하면 두세가지 교통수단이 모이는 지역이면 더 좋다. 특히 트램은 우리나라에 없는 교통수단이기에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데다 관광지 앞까지 깊숙히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서, 비슷한 조건이면 트램이 있는 곳을 선호한다.

택시도 있고 우버도 있는데, 굳이 트램, 버스, 지하철 타야해? 라고 묻는다면. "응. 우린 다섯명이라 한차에 못 타"라고 대답할 수 밖에. 두 차를 탈 돈은 안되니까네.


유럽은 대중교통 승차권이 시간 개념이기에, 동선을 잘 짜면 최소의 비용으로 편하게 이곳저곳 다닐 수 있다. 구글 맵스 이용하면 처음 가는 곳에서도 여러 교통수단 검색이 되니 아주 좋았다.
프라하에서는 거의 매일 1일권을 끊어서 정말 신나게 트램을 타고 다녔다. 심지어 프라하 1일권은 가격도 저렴했다. 지하철 시스템도 아주 잘 되어 있었는데, 청룡열차 탄 듯이 급경사를 빠르게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가 기억에 남는다. (어린 애들 굴러 떨어질까봐 심장 쫄깃. "레일 꽉 잡아!!")


프라하 교통 1일권. 펀칭 시점부터 24시간 사용가능. 성인 기준 6000원 정도.


바르셀로나에서는 T-10이라는 10회권을 끊어서 다녔는데, 할인 금액으로 구입하고 한 장으로 여러번 개찰할 수도 있어서 꽤 유용했다. (하지만 프라하의 저렴한 1일권을 맛본 뒤라, 비싸다는 생각만 뭉게뭉게.) T-10으로 몬주익 언덕 올라가는 푸니쿨라 탑승이 가능해서, 아이들이 푸니쿨라라는 신문물을 경험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도 푸니쿨라 생겼으면!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아무리 시골 짐승체력 아이들이라도 여행지에서 많이 걷는 것은 정말 싫어한다. 아이들이 평소에 아무리 아이언맨 아크원자로를 달고 있는 것 처럼 날아다녀도, 그 에너지가 절대 여행다니며 걸을때 사용되지는 않는다. 그냥 맘 편히 꽃보다할배 일섭 할아버지 세 분 모시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아주 쉽다.

편리한 대중교통, 정말 중요한 요소이다.

 



이런 조건들과 가장 중요한 비용 항목을 모두 고려하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두 가지로 압축되었다.


1. 독채형 한인민박 - 프라하, 바르셀로나

2. 에어비앤비 현지인 아파트 - 피렌체


다음 글에서는, 우리가 경험했던 두 가지 숙소 형태의 장단점에 대해 우리의 소소한 경험들을 나눠 보려 한다.

계속 검색해보고 고민하며 예약을 해놓고서도, 숙소에 도착해서 실물영접 하는 순간까지 불안해했던 초보 가족 여행자로서 우리의 경험들이 혹시나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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