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뼈 때리는 말을 하는 동생. 동생 말이 맞다. 꽤 자주 툴툴거리고 짜증 내도 나는 지금 내 인생에 만족한다.
아이 데리고 유학을 안 가는 건 시부모님께서 가지 말라고 해서 못 가는 게 아니라 내가 귀찮아서 가기 싫은 거다. 역경이 없는 성공은 없다. 그런데 적어도 지금 내 심정은 굳이 그 역경을 내가 사서 겪고 싶지 않은.
열네 살 때부터 거의 15년간 외국에서 띄엄띄엄 생활했다.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분명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을 터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선택한 공부보다는 그냥 한 곳에 정착해서 평범하게 생활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
부모님께서 어떻게 키웠는데... 이토록 평범하게 사는 건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지만, 흠... 평범하게 사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늘 그랬듯 삶에 절실함이 없다. 그래서 꿈도 없는듯하다. 심지어 동생처럼 여행 가고 싶은 소망도 없다. 한두 달씩 여유롭게 호캉스 할 능력은 더더욱 없다.
그냥 내년에 아이 유치원 보내고 잠시라도 나 혼자만의 시간 가지며 책도 읽고, 브런치에 글도 쓰고, 요리도 한 번 천천히 배워보고, 지극히 평범하고도 평범하게 살고 싶다.
사람은 절실해지면 제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 언제 절실해질지 모르기에 그냥 내공을 다지는 중이라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