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지만
옆지기가 갑자기 뭐 갖고 싶은 거 없는지 물어봤다. 갖고 싶은 거야 늘 많다고 하니, 새해 선물로 사줄테니 말해보라고 한다. 옆지기 용돈 한 달 30만 원, 비상금 같은 건 아예 없는 사람이라... 돈도 없으면서 뜬금없이 웬 선물이냐고 물어보니, 시어머니께서 물어보셨다고.
결혼한 후로 어머니께서 옷, 신발, 가방 등등등 정말 많은 것을 사주셨다. 어머니 주위 친구분들은 어머니께서 사주신 옷들을 내가 입고 다니는 게 신기하다고 하셨다는데 옷 고를 줄 모르는 나로서는 참 고마운 일이다. 불혹의 나이에 가까워졌는데 내가 혼자 옷을 골라 사 입은 적은 다섯 손가락도 안된다. 결혼 전까진 엄마, 결혼하고는 시어머니, 이 두 분이 계셔서 옷 살 일이 없어졌고, 동시에 나만의 취향과 스타일을 알아갈 기회가 박탈당했다.
재작년부터 나의 목표 중에 하나가 계절마다 스스로 옷 한 벌 사기였는데 시도도 못하고 바람으로만 끝났다. 내년에는 꼭 도전해 보길.
암튼, 시어머니께서 무엇을 사주신다 하시면 얼른 갖고 싶은 걸 말해야 한다는 것을 여러 시행착오 끝에 깨우쳤다. 세상에 공짜는 없지만 사주신다고 할 때, 사주실 능력이 있으실 때 받아야지 서로 후회가 없다. 친정도 마찬가지고 시댁도 마찬가지고, 돈이란 게 내가 아등바등 아끼고 안 쓴다고 그 돈이 굳어지는 게 아니었다. 결국 내가 쓰지 않는 돈은 부모님 통장에 저축되는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세는 걸 수십 번 목격하면서 겨우 터득했다.
그렇다고 눈치코치 없이 내가 늘 애정하는 민트박스를 사달라고 할 수 없고, 나의 오래된 로망(?)인 맥북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려볼까 한다. 지금 아이패드로 잘 쓰고 있지만, 2-3년 전에 이 아이패드 사기 전에도 맥북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던 걸 보면 지금 맥북을 안 시면 이 호시탐탐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벌써 색상부터 고민하는 나... 선물에 참 약하다.